중견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주목…2022 중견기업 ESG 플러스 포럼
코트라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2 중견기업 ESG 플러스 포럼'을 개최했다. 유정열 코트라 사장은 “중견기업이 스스로 ESG를 준비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도록 수출에 필요한 ESG라는 주제로 포럼을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호준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대한민국 전체 기업수는 40만개이고, 그중 중견기업은 5526개로 1.4% 불과하지만 매출은 16%, 고용은 14%, 수출은 18%를 차지하는 중요한 기업군”이라며 “선진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의 ESG를 평가하여 기준이 낮으면 계약에서 배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호준 상근부회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면, 국내 중견기업의 16.8%만 ESG에 대응하고 있으며 국내 수출기업의 52%가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향후 계약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코트라와 협력하여 중소⋅중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정보 공시…온실가스 18억톤 줄어
니콜라 위어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수석은 현재 중소기업의 ESG경영 현황에 우려를 표했다. 위어 수석은 “코트라와 함께 중소기업 104곳에 ESG 경영을 하고 있는 이유를 설문조사를 통해 물었을 때, 응답자의 85%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중견 기업이 ESG 경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계약을 위해서 비자발적으로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위어 수석은 “자발적인 ESG 경영은 명확한 이행 행동 규정을 포함한 ESG 정책 마련, 과학기반 이니셔티브(SBTi) 가입을 통한 넷제로 목표 설정, ESG 실사 및 공시 확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희은 CDP 아시아 태평양 자본시장 담당은 중소⋅중견 기업이 속해 있는 스코프 3의 관리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배희은 담당은 “CDP는 1만1000개 기업의 공시 정보에 따르면, 스코프 3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스코프 1과 2를 합산했을 때의 11.4배로 전체 배출량의 90%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배희은 담당은 “CDP는 작년 기준 스코프 3 정보를 공개한 중견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이 18억톤이었음을 확인했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감축량의 4분의 1이며 금액으로는 40조 원 정도의 가치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경흠 딜로이트 안진 수석은 “각 기업이 핵심 지표를 설정하고, 이에 기반한 공급망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다섯 가지 행동 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는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순환경제 ▲보건과 안전 ▲책임 있는 소싱이다.
연경흠 수석은 “탄소감축은 특히 공시 측면에서 글로벌 규제가 생기고 있으므로 CDP를 활용해 공시를 시작하고, 재생에너지는 RE100과 국내의 다섯 가지 재생에너지 제도를 활용한 전략 구축, 보건과 안전은 GRI, 책임 있는 소싱은 ILO(국제노동기구)의 평가 항목을 활용해 자가 검사를 먼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영테크놀로지, ESG 정보 공시로 5년 독점 계약
우석훈 화승케미칼 대표이사는 “국내 중견기업으로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공감한다”며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통해 전했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로지 이사는 “고영테크놀로지는 ESG 리포트를 2019년 처음 발행했는데, 그때 대기업도 하지 않는 ESG를 중견기업이 굳이 왜 하냐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발제자 중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참여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전자제품, 반도체를 3차원으로 측정해서 검사하는 산업용 장비와 뇌 수술용 의료로봇을 설계 및 제조하는 회사이다.
박현수 이사는 “2002년도에 설립한 회사는 누적 매출이 2.1조원이고, 수출 비중이 82%로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65.17%로 외국 주주로부터 ESG에 대한 요구와 질문들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사의 요청도 있었는데, 회사 매출 톱 5 안에 드는 한 유럽 기업은 CDP에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며 이 정보 없이는 거래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급하게 준비하여 CDP에 정보를 공시하니, 고객사에서 5년 독점 공급계약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고영테크놀로지는 전기차 도입과 태양광 설치, 실내 온도 높이기, 이사회 내 ESG 위원회와 실무자 연합체를 만들어서 ESG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으로서 ESG 경영에 사용되는 인력과 돈이 부담스러웠고, 내부 컴플레인(Complain)도 많이 발생하여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며 “정부 및 대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공급사 선정에 ESG 데이터와 평가 반영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는 재규어⋅랜드로버,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한화솔루션의 사례가 제시됐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 한국 대표는 데이터 추적과 공급망 단순화를 주요 전략으로 소개했다. 콜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서큘러에 투자하여, 우리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고품질의 가죽과 3만 개 이상의 부품의 전체 과정을 추적하여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13가지 차량 모델을 6개 플랫폼에서 생산했었는데,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2년 전 한국에 도착했을 때 236개의 파생상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36개로 간소화하여 해상 운송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오재희 포스코 ESG팀 리더는 “신규 공급자를 등록할 때 ESG 자격 심사라는 프로세스를 신설했다”고 전했다. 오재희 리더는 “등록 대상 공급사의 환경 법규 위반, 중대재해 발생, 공정거래법 위반, 임금 체불 및 세금 체납 사항을 파악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며 “협력사의 성과 측정 항목에 ESG를 반영하여 ESG 경영에서 열위한 기업은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용 LG에너지솔루션 ESG 임팩트 팀장은 현장 실사를 강조했다. 이성용 팀장은 “LG는 OECD 실사 지침에 따라 정책과 행동 강령(Code of Conduct)를 만들어서 매년 협력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며 “67개 문항의 평가체계를 만들어서 자기 평가와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동철 한화솔루션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상생 결제 시스템을 소개했다. 문동철 팀장은 “공급망에는 1, 2, 3차 협력사가 있고 지금까지는 모든 대금을 1차 협력사에 지급해왔는데, 1차 협력사가 부도나면 2, 3차 협력사에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 “상생 결제 시스템은 1, 2, 3차 협력사들에 대금을 각각 따로 분리하여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