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보험사에 기후위험 데이터 수집규칙 제안

2022-10-19     홍명표 editor
사진은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미국 재무부는 부동산 및 손해보험사로부터 기후관련 위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다고 로이터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와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첫 번째 구체적인 조치 중 하나다.

미 재무부의 연방보험청(Federal Insurance Office)은 연방 관보 공고를 통해 주택 소유자의 보험에 대한 현재 및 과거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번 제안에 대한 공개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보험청이 수집하는 우편번호 수준의 데이터는 보험 사무소에 "기후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한 지역에서 민간 보험의 커버러지(coverage)가 중단될 가능성을 평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번 조치가 나온 이유는 플로리다 해변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Ian)' 때문이다. 이 허리케인은 플로리다 남서부 해안 지역을 초토화시켜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고, 일부 보험사들은 재정적 손실을 예측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 인슈어런스 홀딩스 주식회사(Universal Insurance Holdings Inc)는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해 거의 10억달러(약 1조424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그 중 일부는 재보험 프로그램으로 보상될 것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한 바 있다. 

위험 모델링 회사 베리스크(Verisk)는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한 풍랑, 폭풍 해일, 내륙 홍수 손실로 인해 보험사들이 최대 570억 달러(약 81조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기업들이 투자자들을 위해 자연재해 리스크의 공시를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등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평가를 일상적인 업무로 삼으라고 미 금융감독당국을 압박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번 데이터가 연방보험청을 통해 수집되면, 수백만명의 미국인의 보험 가입 가능성(availability)과 그러한 재난 보험가입의 부담여부(affordability) 등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장관은 성명에서 "허리케인 이언의 최근 플로리다에서의 영향은 이번 작업의 중요성과 미국의 보험시장 취약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이언, 미 기후위험 대비한 보험시장 취약성 노출시켜

한편, 미국 규제 당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금융의 기후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이하 FSOC)는 궁극적으로 월스트리트 증권가에 대한 새로운 규칙과 더 엄격한 감독을 할 수 있는 13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이것은 기후 위험 관리를 금융 규제 시스템에 통합하기 위한 로드맵이다. 이 로드맵에는 데이터 격차 해소, 기업의 기후 관련 공개 추진, 기관의 기후 전문성 강화, 시나리오 분석과 같은 금융 리스크를 더 잘 모델링하고 예측하는 도구 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FSOC는 최고 금융기관의 수장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의장을 맡고 있다. 옐런 의장은 이 보고서에 대해 "기후변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결코 이 작업의 끝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진보적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 금융규제국장은 "은행과 금융규제기관이 모두 하나의 문서로 나와 기후변화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기후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 로드맵은 FSOC가 두 개의 새로운 내부 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기후 위험을 감시하려는 노력에 대해 자주 보고할 규제 직원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계, 비영리단체, 민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지난달 4일(현지시각) 기후관련 금융리스크 자문위원회(CFRAC)를 발족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기후 관련 리스크의 특정, 평가, 완화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