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잡】 25조원 시장에 뛰어든 폐기물 데이터 솔루션 스타트업 '리코'

2022-10-20     송준호 editor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되면, 어떤 녹색 일자리(Green Job)가 생겨날까. 그린잡은 '저탄소 목표와 일치하거나 목표를 지원하는 일자리'로 정의할 수 있다. 일이 바뀌면서 근로자들은 저배출 기술과 더 지속가능한 관행에 적응해야 한다. MZ로 불리는 청년세대는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탄소중립으로 그린(Green) 미래’라는 주제로 그린잡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을 찾아 인터뷰했다.

폐기물 산업은 순환경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함께 성장하는 산업으로, 대표적인 그린잡 중 하나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생산에서 소비, 폐기로 가는 선형적인 흐름이 아니라, 물질이 폐기되지 않고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순환경제가 가능하려면, 폐기물 배출량은 줄이고 재사용량은 늘려야 한다.

폐기물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슬록은 IoT기술을 활용해 수집, 분리, 운반, 관리라는 폐기물 처리 과정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글래블은 유리를 재활용해 경량 건축자재로 만든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리코(Reco)’가 폐기물 처리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리코는 폐기물의 수집과 운반을 포함한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클라우드로 실시간 데이터도 제공한다.

<임팩트온>은 리코의 장형원 HR팀장, 김훈 동남사업팀장을 만나, 리코는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지 물었다.

리코의 장형원 HR팀장(왼쪽)과 김훈 동남사업팀장(오른쪽). 장형원 팀장과 김훈 팀장은 이하 장 팀장, 김 팀장으로 지칭한다./기후변화센터 제공

Q.리코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장 팀장> 리코는 폐기물의 A to Z,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업박스(Upbox)’라는 이름으로 브랜딩 했다. 국내 폐기물 시장의 규모는 25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아직도 불법 투기와 같은 음성적 관행이 만연하다. 리코는 폐기물 수거와 운반이라는 중간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보고서로 투명하게 공개하여, 이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폐기물 수거와 운반하는 업체가 약 7500곳이 있으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리코가 유일하다. 리코는 시리즈 B를 받은 스타트업으로 폐기물 수거와 운반을 위한 허가를 23종 취득했다.

Q. 규모는 얼마나 되나. 숫자로 설명해달라.
<장 팀장> 고객사 수는 지난달 2000개를 돌파했다. 리코는 2020년 3월 음식물 수집 운반 서비스로 시작하여 5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장률은 작년과 비교하여 122%를 달성했다. 폐기물은 매일 50만톤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리코는 지난해 시리즈 A와 B를 모두 받았다. 시리즈 A는 21년 3월에 35억원, 시리즈 B는 12월에 120억원 규모로 조달할 수 있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약 28억원을 기록했고, 매년 100% 성장을 이루고 있다. 직원은 57명이 함께하고 있다. 환경 성과는 올해 1월 기준으로 폐기물 2만2461톤을 자원화했고, 8784톤의 물을 절약했다. 온실가스는 9710톤을 저감했다. 

Q.그린잡은 어떤 일자리라고 생각하나.

<장 팀장> 폐기물 산업에 국한에서 말씀드리겠다. 리코는 실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인식제고를 통해 폐기물 산업이 사회에 더 잘 정착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그린잡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쓰레기를 버린다. 폐기물을 배출하는 주체는 모두 리코의 고객이다. 앞서 말했듯 폐기물은 처리 과정이 음성화 되어 있고, 일반 시민은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리코는 처리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 산업을 양성화하고 있다. 데이터는 처리 과정이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일반 시민들도 데이터를 통해 폐기물 문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인식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Q. 업박스는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데이터 수집부터 공개까지 과정을 설명해달라.

<김 팀장> 데이터 서비스는 앱과 웹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은 폐기물 운반 기사님들이 ‘업박스 드라이버앱’을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데이터는 저감 된 에너지, 재사용 에너지 추적, 월별 폐기물 배출량 등의 다양한 정보가 수집된다. 기사님들이 폐기물 배출량을 기입하고 사진을 앱에 업로드하면, 회원사에서도 실시간으로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측정은 특허를 받은 박스 용기를 활용하고 있다. 측정 자동화와 고도화를 위한 첨단 기술을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리코는 앱과 웹을 통해 고객에게 배출량을 포함한 데이터들을 취합하여 전달하고 있다. 사용자는 월별, 연간 배출량과 증감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리코 제공

Q. 기사님이 정보를 수집하신다고 했는데,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김 팀장> 기사님이 리코에 합류하시면 온보딩(On-Boarding) 기간이 있다. 기사님은 폐기물 수거 및 운반 트럭에 1~2주 정도 선탑하면서, 폐기물 수거와 데이터 입력 방식을 직접 보고 숙지하는 기간이 된다. 선탑은 현장 관리자급 팀장님들이 담당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Q. 리코가 사업장에서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인가.

<김 팀장> 리코는 상반기에 온실가스 1만8000톤을 저감했다. 사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온실가스 측정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Q. 사업장에서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나. 하고 있다면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김 팀장> 리코는 업박스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배출처의 환경을 개선하고, 배출 가이드를 제공한다. 고객사 중 위탁 급식업체의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겠다. 이 위탁 급식업체는 업박스 플랫폼을 사용하여 월별 음식을 쓰레기 배출량을 매월 확인했다. 업체는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달 식단을 수정했다. 식단별로 발생하는 잔반의 양을 확인하고, 잔반이 많이 발생하는 메뉴는 수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실행했다. 주요 화주사에는 재활용된 에너지 양이나 배출량 추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월간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기업 실무진과 소통이 많은데, 데이터를 파악하기 쉽다고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Q. 앞으로 리코의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김 팀장>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다룰 수 있는 폐기물 종류를 늘리고 싶다. 리코는 폐기물에 대한 토탈 솔루션 기업이다. 인허가를 받은 23개 폐기물 말고도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가 되는게 목표이다. 이 폐기물은 정확하게 측정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여 시장을 양지화하려고 한다. 6대 광역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Q. 리코가 그린잡을 제공한다는 것은 알았다. 일하기에 좋은 직장인지도 궁금하다. 업무형태나 복리후생, 직무상 성장과 같은 구체적인 부분이 궁금하다.

<장 팀장> 사무실은 서울에 세 곳, 충청도에 한 곳이 있다. 근무제는 8시부터 10시 사이에 유연하게 시차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일 근무 8시간을 마치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개발조직의 경우에는 재택근무도 일부 실행하고 있다. 직군에 적합한 선택 및 탄력근무제를 계속해서 확장해갈 예정이다. 한달에 한번, 자기 계발의 날로 지정해서 각자 오전에 문화 활동이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일찍 퇴근한다. 전사회의는 매주 진행하여 업무실적을 나눈다. 리코는 국내 최초의 폐기물업 유니콘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본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압축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Q. 리코는 어떤 인재상을 선호하나.

<장 팀장> 리코는 환경 가치를 최우선에 둔 비즈니스를 실행한다. 이 지향점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분을 원한다. 직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학에서 환경 전공을 하지 않으셨더라도 지원하시는데 주저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만, 리코는 누군가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관심과 도전정신이 있는 분이 업무에 잘 맞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코는 스타트업이므로 맨파워가 중요해서 아직은 경력직 채용이 우선이다. 규모 확대와 조직화가 진행 중인데, R&R이 세분화되면 신입 채용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Q.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리코 입사를 추천하나.

<김 팀장> 자신 있게 추천한다. 리코에 입사하기 전에는 환경은 보전해야 할 대상이라는 정도로만 막연히 생각했다. 입사하고 실무를 하면서, 환경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직장인은 보통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한다. 그린잡은 월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환경과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