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그루 탄소뱅크 ⑤】 푸른아시아, 왜 10억그루 나무 심기에 나섰나
몽골의 사막이 숲으로 바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 (사)푸른아시아가 20년 동안 한 일이다. 온실가스는 나무가 아니라 토양에 대부분 저장된다. 나무는 탄소를 땅에 쌓아두고 가두는 '탄소뱅크'다. 특히 사막에 나무를 심으면 땅이 비옥해지고 탄소를 더 많이 격리시킨다. 푸른아시아가 시작한 '10억 그루 탄소뱅크' 캠페인은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나무와 토양을 다시 보기 위한 캠페인이다. 임팩트온은 푸른아시아의 캠페인을 시리즈로 짚어볼 계획이다./ 편집자 주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몽골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자는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테라시아는 땅을 의미하는 테라(Terra)와 아시아(Asia)를 합친 말로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마을 숲 형태로 가꿔 황폐해진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는 뜻이다.
몽골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를 위해 ‘10억 그루 나무 심기 민족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0억 그루 나무 심기는 한-몽 녹색전환 협력 TF가 지난 1월 몽골 정부의 식목(植木)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발족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태스크포스에는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 코트라, 푸른아시아, 산림청 한-몽 그린벨트사업단이 동참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테라시아의 비전에 따라,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을 한국에서 열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임팩트온>은 오기출 상임이사를 만나, 푸른아시아의 새 캠페인에 대해 들어봤다.
Q. 왜 10억 그루인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
10억 그루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왕가리 마타이(Wangari Muta maathai)라는 케냐의 환경 운동가가 2006년에 10억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했다. 마타이는 아프리카에서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하여 환경 보호의 공로를 인정 받아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환경 운동가이다. 캠페인은 시작한 지 1년 만에 10억 그루 목표를 달성했다. 그가 2014년 작고하면서, 나무 심기 운동이 잠잠해졌다. 푸른아시아는 이 캠페인의 명맥을 한국에서 다시 살리고자 한다. 테라시아는 아시아 환경협력체로 2006년 10월 유럽과 아프리카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막화방지 동맹인 ‘테라프리카(Terrafrica)계획’에 착안해 제안했다.
Q. 10억 그루를 심으면 환경 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나.
10억 그루를 심으면, 약 2만㎢ 규모의 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10만㎢인데, 복원되는 지역이 영토의 5분의 1에 달한다. 생태계가 복원된 규모의 10배인 20만㎢의 황사 발원지도 사라진다. 푸른아시아는 1200㏊의 몽골 황사 발원지에 10분의 1정도 되는 땅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 지역에 황사가 사라졌다.
Q. 온실가스 흡수량은 얼마나 되나.
온실가스는 문헌조사를 해보면 1㏊당 180톤을 흡수할 수 있다. 즉, 2만㎢는 3억 6000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인 2018년 7억 2700만톤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양이다.
Q. 10억 그루 캠페인은 시민들이 참여한다고 알고 있다.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대한민국 국민이 한 사람당 세 그루만 심으면 된다. 5000만 명이 매년 세 그루를 심으면 10억 그루는 7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 세 그루를 심는데는 3만~9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Q. 기업의 참여도 중요할 것 같다. 해외 CDM 사업이나 자발적 시장에서 조림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크레딧으로 인정 받을 수는 없나.
어려웠다. 기존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조림만 인정하고 토양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CDM은 쿡스토브 사업을 중심로 진행됐다. 미얀마에 개당 1500원에 보급했다. CDM 사업은 한국 정부와 사업장 소재 국가 간 양자협정을 맺어야 가능하다. 증명은 사업장 소재 국가가 담당한다. 푸른아시아는 몽골에서도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로 CDM 사업을 했다. 현재 구조에서 몽골 정부는 양자 협정을 맺을 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과 같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CDM사업은 개도국 관리들의 부패, ITMO(이트모, 국외감축실적)의 중복 계산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도 있어서 SDM(지속가능개발체제)을 만들었는데,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여 CDM 버전2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Q. LSRG가 곧 나온다. 토양 탄소 흡수에 대한 측정 및 보고 기준이 마련되면, 감축 실적을 인정 받을 수 있나.
가능하다. LSRG(토양 탄소흡수 가이드라인)는 이트모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LSRG에 기반한 인증마크도 나올 것이다. 조림사업의 감축 실적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 적용되면 효용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통해 수입업자들의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있다. 이 기준이 복잡해서 수입업자들은 앞으로 거래 기업을 선정하는데, 탄소 배출량과 감축 실적을 더욱 신경 쓰게 될 것이다.
Q. 우리나라 기업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유럽의 수업업자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클라이밋 체인이라는 영국 기반의 싱크탱크가 있다. 클라이밋 체인이 주는 조언은 결국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장기 구매계약을 맺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기업이 CBAM에서 제기하는 기준을 못맞출 경우에 계약에서 제외된다. 온실가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감축할 수 있다. 그 외 남는 감축분은 조림사업으로 탄소 흡수원을 조성하는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LSRG가 나오면서 가능하게 됐다. 이는 먼저, 유럽 수입업자의 거래처 선정 기준을 맞추는 방법이 한 가지 새로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로는 베라나 골드스탠다드와 같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나무 심기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크레딧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Q. 나무 심기가 크레딧으로 인정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갖나.
몽골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묘목과 인건비 포함해서 3만원이 든다. 흡수와 저감은 같은 크레딧을 받는다. 탄소 크레딧은 한 그루당 3만원 이상의 가치가 나온다. 1㏊당 180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고 했다. 몽골에서 900헥타르 숲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계산해보면 약 18만톤 정도의 크레딧이 나온다.
EU의 크레딧 가격인 톤당 100달러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1800만 달러의 수익이 발생한다. 한화로는 260억원 정도이다. 몽골 정부가 땅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을 절반으로 나눈다면 130억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신규 항목에 대한 시장이 열리면 그 가치를 더 후하게 쳐준다. LSRG가 제시하는 지침에 맞게 사업을 준비하고 보고서를 제작하여,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면 그만큼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Q. 푸른아시아는 나무 심기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나무 심기는 사실 사람을 심는 일이다. 푸른아시아는 나무를 심는 단체가 아니고 사람을 구하는 단체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발생한 난민들에게 컨설팅과 교육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이를 정부 정책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사막화 같은 자연재해로 기후 난민이 된 마을 주민들은 정부에 자신들의 필요를 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무 심기라는 정책을 만들어서 정부와 마을 주민이 만나게 한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임금을 받아 생계활동을 하게 된다. 자연 생태계와 인간 생태계가 함께 살아나게 된다. 마을 주민들은 비옥해진 땅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게 됐다. 약 1만 4000명이 혜택을 받았다. 나무 심기는 생태계 복원과 기후 난민의 자립의 의미를 함께 갖는다.
Q. 시민 참여가 중요한 듯한데, 계획한 캠페인이 더 있나.
푸른아시아 30 캠페인이 있다. 10억 그루 나무 심기도 이 캠페인에 포함된다. 30 캠페인은 해양 회복 30%, 토양 회복 30%, 기후 친구 30, RE30, 투자 30이라는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자는 운동이다. 기후 친구는 기후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 30만 명을 만나자는 운동이다. 푸른 아시아는 국내 지자체 단위에서 기후 친구를 양성할 기후 학교를 준비 중이다. RE30은 RE100 중 30%는 시민의 힘으로 달성하자는 의미이다. 투자 30은 1년에 적어도 30조원의 기후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30조원은 3만원짜리 나무를 10억 그루 심으면 나오는 가격이다. 세일즈포스는 1t.org라는 캠페인을 통해 2030년까지 1조 그루의 나무를 심거나 복구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30만 명의 기후 친구와 시민들이 함께 움직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