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 블랙록의 안티 ESG 반박
지난주 포럼 발제와 토론만 2곳을 참석하며, 나름 바빴습니다. 하나는 대신경제연구소의 기업지속가능포럼이었고, 또 하나는 ‘소비자광고심리학회’와 EY한영 주최로 열린 포럼이었습니다. 소비자광고심리학회 기사는 임팩트온에서 다뤘으니, 참고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포럼의 주제는 요즘 미국에서 한창 뜨거운 ‘안티 ESG’와 관련한 ESG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었습니다. 저는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님의 ESG에 대한 개념적 한계 5가지가 흥미로웠습니다. ESG라는 비재무성과와 재무성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며, 5가지 가설을 설명했습니다.
첫째, 대립적인 관계로서 ESG는 재무성과를 오히려 낮추는 것으로서 투자라기보다는 지출이라는 개념입니다. 둘째, 독립적인 관계로서 서로 관련성이 없으며 ESG는 자기 나름대로 예산을 쓰고 성과를 낸다는 겁니다. 셋째, 순차적 관계로서 재무성과를 달성한 다음 ESG 성과를 추구하는 관계입니다. 넷째, 구성적 관계로서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은 재무성과와 ESG성과의 결합이라는 의견입니다. 다섯째, 상호작용 관계로서 재무성과와 ESG성과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입니다.
임 교수님은 E와 S, G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관계가 모호하다고 설명하면서, 본인의 사견임을 전제로 “ESG와 재무성과는 독립적인 관계이며, AS-IS와 TO-BE의 갭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차이
사실 ESG에 관한 논쟁을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10년 있다가 환경단체로 옮겼을 때, 가장 먼저 접했던 것은 세계관을 설명하는 원이었습니다. 경제 속에 사회와 사람이(물론 자연도) 들어가 있는 게 당연한 세계관에 있던 저는,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세계관은 환경이라는 큰 원 안에 사회와 사람, 경제도 모두 들어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소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라는 커다란 개념 또한, 결국 현 세대의 필요를 위해 미래세대의 자원을 미리 끌어다써서 소멸시키지 말자는 개념이니 환경 혹은 생태적인 세계관에 속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ESG를 바라보는 큰 축도 어찌 보면, ESG를 통해 더욱 더 많은 재무적 수익을 얻을 것인가(경제학적 사고), 아니면 ESG를 통해 세계관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수익도 그 중 일부(생태학적 사고)라는 이 두 가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GRI나 EU의 ESRS 기준은 어쩌면 이러한 생태학적 사고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ISSB라는 경제학적 사고와는 애초부터 양립하기 어려운 것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봤습니다. 물론 기후변화가 너무 심해져서 경제학적 사고와 생태학적 사고가 거의 일치하는 지점이 더 빨리 올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ESG투자의 약한 연결고리는?
저는 이날 포럼에서 박세원 키움투자자산운용 ESG전략팀 팀장의 분석도 재미있었습니다. ESG펀드 회의론이 나왔지만, ESG펀드 론칭 수는 늘였고 금융기관은 ESG펀드를 확충하고 있으며, ESG투자는 유행이 아니라 추세라는 설명이었습니다. ESG 투자는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투자가 아니라, ESG성과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며, 수탁자로서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장기적 이익을 위해 ESG 리스크를 보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ESG투자가 리스크를 잘 담아내고 있는가에 관한 지적입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ESG평가가 좋은 기업은 → ESG 리스크를 관리 잘하며 →ESG 리스크를 관리잘하면 장기 성과가 높다. 여기서 뒤쪽의 연결고리, 즉 ESG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기업이 장기성과가 높다는 점은 이미 증명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앞쪽 연결고리입니다.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이 ESG 리스크를 관리 잘하는 기업인가, 하는 지점입니다. 약한 고리라는 것이지요.
현재 ESG평가가 좋은 기업이 과연 ESG리스크를 관리 잘하는 기업인가요? 현재 ESG평가가 이걸 걸러내주는 시스템인가요? 또하나, ESG 전체점수가 70점인 기업이 더 나은가요? 아니면 E는 90점인데 S나 G는 50점인 기업이 더 나은가요? 이러한 지점들은 분명 ESG 평가기관에서 평가체계를 보완하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것이지요. 물론 데이터가 많아지고 여러 분석 틀이 갖춰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부분도 보완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날 포럼의 중론이었습니다.
블랙록, 리더십도 교체하고 반박 웹사이트도 개설
오늘은 블랙록 이야기로 한번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사실 안티ESG의 가장 큰 타깃이자, 피해자는 블랙록이니까요. 블랙록은 에너지 보이콧 주장에 대처하기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에너지 투자: 기록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웹사이트입니다. 회사가 ESG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어젠다를 추구하고, 화석연료 회사를 보이콧하고 있다는 공화당의 안티ESG에 적극 반박하기 위한 사이트입니다. 플로리다주는 2280억달러 연기금에 ESG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텍사스는 안티ESG 금융기관 목록 대상에 블랙록을 포함한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루이지애나주도 8억달러의 주 재무자금을 블랙록으로부터 뺐습니다.
블랙록은 지난달 19명 법무장관에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리더십도 일부 바꾸고 조직 개편도 단행했습니다. 이번 웹사이트를 통해 안티 ESG운동이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재무적인 이익에 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미국 에너지회사에 17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은 고객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취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주 최근 나온 따끈따끈한 소식이라, 블랙록의 웹사이트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미국에서 벌어진 ESG 논쟁의 새로운 장이 또 열린 것 같습니다.
ESG 유행이 끝나려면 ESG가 유행이어야 하는데, ESG는 흐름이고 추세이기 때문에 유행처럼 끝나고 말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 다음주에는 좀 미리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정성을 쏟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좋은 의견, 아무 의견 이메일(admin@impacton.net)이나 의견창에 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란희의 TalkTalk]은 뉴스레터에서 발송된 내용을 정리합니다. 좀더 빨리 소식을 전해듣고 싶으시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