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윌가 최초 여성 CEO로 발탁된 제인 프레이저는 누구인가

남미지역 매출 급성장시킨 능력 인정받아... 마이클 코뱃 CEO 물러나는 내년 2월에 취임 예정

2020-09-18     김효진 editor
미국 10대 은행 처음으로 씨티그룹이 여성 CEO를 선임했다. 내년 2월부터 CEO직을 맡을 제인 프레이저는 월가의 악명높은 유리천장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씨티그룹 

 

씨티그룹이 미국 10대 메이저급 은행 최초로 여성 CEO를 선임했다. 발탁된 인물은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 현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소비자금융부 대표다. 이로써, 씨티그룹은 ‘세계 금융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월가의 대형은행 최초로 여성 CEO 선임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중 유리천장'(Double Glass Ceiling)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미국 금융업계의 성 불평등은 악명 높다. 프랑스 스케마 비즈니스 스쿨(SKEMA Business School)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업계 종사자의 여성 비율은 52%로 남성을 웃돌지만, 중간 관리자에서는 여성 비율이 38%, 간부급에서는 16%로 급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유리천장 문제는 미국 금융권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여성인권 단체인 캐터리스트(Catalyst)는 2018년도 통계를 기반으로, 미국 금융업계의 전체 여성 비율은 57.7%이지만, 대부분이 직원 또는 중간관리자 급에 속해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작년 윌가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메이저급 은행들이 여성 CEO를 발탁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언급되며,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국 10대 금융권 대표직에 사상 최초로 제인 프레이저가 선임된 것이다.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프레이저는 2004년 씨티그룹의 투자 및 글로벌 뱅킹의 고객전략 부서에 합류한 후 지금까지 씨티그룹에서 요직을 맡아왔다.

특히, 그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장 문제가 된 모기지 사업을 관리하며, 구조조정과 더불어 프라이빗 뱅크 부문을 성공적으로 총괄해 그룹의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모든 이들이 꺼려하던 남미 사업을 2015년부터 맡은 그녀는 그룹 지역 조직 가운데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둬, CEO 물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8년간 씨티그룹의 CEO를 맡아 온 마이클 코뱃(Michael Corbat)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히자, 씨티그룹은 그녀의 경험과 성과를 십분 인정해 내년 2월부터 그룹의 수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존 두건 (John Dugan) 씨티그룹 회장은 “프레이저는 현재 CEO 뒤를 이어 씨티그룹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성명서를 통해 그녀의 능력을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2월부터 CEO직을 맡게되는 프레이저에게 다양한 임무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더 악화된 무역장벽 가운데 씨티그룹이 중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고 활용하는 것이 주된 임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가 발탁되면서, 한국씨티은행도 첫 여성 은행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박진회 행장의 조기 사퇴에 따라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유명순 수석부행장이 다음 은행장으로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