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승부수, 탄소배출량 분석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기후 행동에 소극적이라는 비판 벗어날까

2022-10-31     양윤혁 editor
세계은행, 국제탄소배출권거래협회가 탄소배출량 분석에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다./WorldBank

세계은행(World Bank)이 기업의 탄소배출량 분석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기후 행동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세계은행이 데이터 기반 배출량 측정에 나서면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는 지난 21일(현지사각), 기업의 스코프(Scope) 3 탄소배출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에서도 블록체인 기술로 탄소 크레딧에 대한 단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 구축이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은행정책연구소(Bank Policy Institute, BPI)의 로렌 앤더슨은(Lauren Anderson) “현재 스코프 3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면 위험에 기반한 투자 결정을 약화하고 여러 국가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줄곧 미국 행정부로부터 기후 의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세계은행 등 다자간 개발은행이 친환경 투자를 위한 민간 자본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9월에는 유럽연합(UN) 뉴욕총회에서 세계은행 데이비드 말패스(David Malpass) 총리가 기후 위기를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고 회패해, 세계은행의 리더십이 의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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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의에선 혼합금융플랫폼(blended finance platforms) 출시가 지연되고 보수적인 대출 기조를 유지하는 세계은행의 정책에 관계자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FT는 보도했다. 혼합금융은 다양한 위험 수준의 자본을 기후 투자로 이끌기 위해 자본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FT, ‘세계은행의 새로운 도박’이라 평가한 정책?

친환경 기업에 대한 대출자금을 의미하는 ‘녹색대출’을 두고 논쟁이 지속되는 동안 은행 업계에선 새로운 정책을 공개하고 나섰다.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상쇄 레지스트리인 기후행동데이터(Climate Action Data, CAD) 신탁을 오는 12월부터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프로젝트는 수년간 개발돼 다양한 토론과 시험을 거쳤다고 FT는 보도했다.

기후행동데이터 신탁. 세계은행은 클라이밋 웨어하우스 이니셔티브(CWI)와 이중계산 문제 해결에 협력해왔다./CWI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치아(Chia)'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기록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은행과 싱가포르 정부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국제탄소배출권거래협회(IETA)에서 탄소 크레딧의 품질을 보증한다.

블록체인 기술 Chia. 세계은행은 데이터 레지스트리 구축에 Chia를 활용할 계획이다./Chia

일각에선 유사한 민간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계은행이 감독 기관으로서 적절한 지 의심한다. FT에 따르면 금융정보 업체인 IHS마킷(IHS Markit)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에선 모니터링 프레임워크가 개선되면 탄소 크레딧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예측했다. 세계은행과 IETA 측에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표준화된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민간 플랫폼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IETA의 CEO인 더크 포리스터(Dirk Forrister)는 “전 세계 탄소시장의 연결이 목표”라며 “데이터소스를 한 플랫폼에 결합하면 이중계산(Double Counting) 문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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