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 'CCUS 전략 비전' 발표, 한국도 포집 탄소 수출·저장하는 국제규범 마련

2022-11-04     홍명표 editor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가 발표한 보고서 표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규칙을 명확히 하고 투자자에게 확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내년에 탄소포집·활용·저장(이하 CCUS) 기술에 대한 “전략적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유랙티브(Euractiv)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세계가 재앙적인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면 탄소 포집과 함께 감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월, 유랙티브의 미디어 파트너인 영국의 가디언(Guardian)은 엔지니어와 지질학자들이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포집·저장(CCS)은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라고 주장한 녹색단체들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계획이 지구온난화와의 싸움에서 필수적인 무기라고 주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가둬서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제로(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년 동안 몇몇 CCS 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지만, 정부가 자금 지원에 대해 주저하면서 취소되었다.

 

노르웨이, 1990년대 중반부터 이산화탄소 처리 시작

CCUS 기술을 사용하면 포집된 배출물을 저장하거나 다른 산업 공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이 기술을 개척해, 1990년대 중반부터 고갈된 해양 석유와 가스전에 회수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CCS는 노르웨이에 많은 가능성을 준 기술이다. 노르웨이가 CCS를 낙관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노르웨이 해안의 슬레이프너(Sleipner) 가스 플랫폼에서 얻은 경험이 배경이 된다. 1996년부터 스타토일 하이드로(StatoilHydro) 사는 해저 1000m 아래 사암층에 이미 약 1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매장했으며, 매년 약 1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스타토일 하이드로는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인 에퀴노르(Equinor)의 옛 이름이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CCUS포럼이 열렸다. 2일 동안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CCUS가 직면한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EU 에너지 장관인 카디 심슨(Kadri Simson)은 “노르웨이 석유 에너지부가 CCUS포럼의 첫 공식 공동개최국이라는 점이 매우 기쁘다”며, “CCUS가 기후 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경쟁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탄소 포집과 저장, 탄소 포집과 사용이 없다면 지구온난화를 1.5°C 목표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슨 장관은 세 가지를 주장했다. ▲CCUS를 지지하는 회원국을 많이 보유하게 된 점 ▲CCUS를 위한 적절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 ▲규제가 지원과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CCUS 인프라와 관련해, 심슨 장관은 2030년과 2040년의 이산화탄소 수송 및 저장 인프라의 개요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는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규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탄소 제거 인증 제도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C 모델링을 보면, EU가 기후 중립성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매년 3억~6억4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이용 또는 저장해야 한다. 이만큼 많은 탄소를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EU가 경제의 다른 부문을 탈탄소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2050년까지 일부 감소하기 어려운 산업과 농업이 잔류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슨 장관은 유럽을 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EC는 내년에 의견교환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검토 중이지만, 탄소 제거에서 CCS와 CCU의 잠재적인 역할을 정량화하고, 인프라를 관리하는 규칙을 명확히 하고, 업계의 관여를 개선하며, 투자자에게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와 가스 분야는 유럽 CCS 전략 지지

한편, 석유 및 가스 부문은 유럽이 쉽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는 산업으로부터의 배출에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CCS를 지지해왔다. 현재 EU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저장용량 목표를 연간 최소 0.5~1기가톤(GT)으로 설정하고, 2035년 중간 목표를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석유가스생산자협회(IOGP)의 유럽 담당 디렉터 프랑수아-레기스 무통(François-Régis Mouto)은 유럽이 CCS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석유업계의 CCS에 대한 열기는 석유 메이저들이 자신의 치부나 우선 가리고 보자는 식으로 우선 포장하고 오염을 계속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환경 NGO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금세기 중반까지 업계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잔류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CCS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Clean Air Task Force)의 EU 담당 이사 알레시아 비론(Alessia Virone)은 위원회의 향후 전략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 비론 이사는 유랙티브에 지금까지 탄소 포집 기술의 도입은 정치적 약속의 결여로 인해 ‘방해를 받아왔다’며, ‘명확성이 결여되어 투자가 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슨 장관 역시 자금, 인프라 및 규제가 부족하여 탄소 포집 기술의 광범위한 도입을 방해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심슨 장관은 “아직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기술의 잠재적인 영향은 운에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속도, 논의, 행동이 모두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CUS 프로젝트 개발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는 자금 조달

심슨 장관에 따르면,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CCUS에 대한 발표와 실제 자금 조달 사이의 차이는 2030년까지 거의 100억유로(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는 지난 5월에 경고했다.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는 보고서 에서 유럽 전역에 탄소 관리 기술을 배치하려는 노력은 이미 현저하게 성장했으나, 대규모 배치 노력은 불충분한 규제 인센티브와 이산화탄소 인프라 개발 필요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유럽 전체에서 50개 이상의 탄소 포집 또는 저장 프로젝트가 제안되는 상황에서, EU와 각국 정부는 공동 정책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소 포집, 제거, 운송 및 저장 기술은 경제 전반에 걸친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구이지만, EU의 현재 정책 로드맵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 맺었다.

심슨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혁신기금 산하 CCUS에 대해, 당초 배정된 액수의 2배 이상인 30억유로(약 4조원)의 예산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지원도 증가하고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CCUS 기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벨기에, 스웨덴, 크로아티아, 그리스는 국가 복구 계획에 CCS 및 CCU 관련 투자를 포함시켰다.

인프라 부족은 탄소 제거를 방해하는 또 다른 영역이다. 심슨 장관은 “현재 처리해야 할 이산화탄소가 없어 수송이나 저장도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 에어 태스크 포스는 앞의 보고서에서 발표된 프로젝트 일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개발된 스토리지 용량이 50%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11월 말로 기대되는 탄소 제거 인증제도와 같은 규제 면에서도 진전이 있다. 탄소 제거 시장은 농업인, 임야인, 산업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포집, 재활용 및 저장을 의미하며, 2035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토지 부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양한 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측정, 보고 및 검증(MRV) 과정의 불일치로 인해, 자발적 시장에서 가격이 낮아져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EU의 탄소 제거 MRV 프로세스를 통일하는 제안을 제출한다. 위원회의 제안은 EU에서 생성된 탄소배출권에만 적용되고, 국제 크레딧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루카스 비섹(Lukas Visek) EC 내각의 회원이 설명했다. 비섹은 또, 탄소 제거 프로젝트의 크레딧 가격도 배출 영구성과 배출 근절에 필요한 투자 금액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 포집한 탄소 수출·저장하는 국제규범 마련에 나서

11월 1일 전자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해외에 수출하고 저장하도록 하는 국제규범 마련에 나섰다. 내년에 정부는 호주와 첫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는 이산화탄소 수출입 협정을 빠르게 추진해 국경 간 CCUS 프로젝트를 선점하려는 발 빠른 포석이다.

CCUS가 탄소중립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산화탄소 국경 간 이송에 대한 협정은 아직 체결 사례가 없다. 산업부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간 사례 등을 참고하는 등 이산화탄소 수출입 협정 규범 마련에 나섰다.

이산화탄소가 국경을 넘으려면 ▲당사국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이산화탄소 스트림’ 수출을 가능하도록 2009년 개정된 런던의정서를 수락하는 내용으로 서류를 기탁해야 하고 ▲당사국 간 이산화탄소 이송을 내용으로 협정을 맺어야 한다.

한국의 첫 협정 대상국은 호주가 될 전망이며, 협정은 내년에 맺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인 SK E&S가 2025년부터 호주에 이산화탄소를 수출해 저장하려고 추진 중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협정 체결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호주가 IMO에 개정된 런던의정서에 대한 수락서를 기탁하기 전이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에서 포집한 탄소를 노르웨이에 저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각서를 교환했다. 지난 8월에는 네덜란드 야라(Yara)와 노르웨이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가 2025년부터 8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네덜란드에서 포집·액화돼 노르웨이 서부 해저 2600미터(m)에 저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국경 간 이산화탄소 이송 및 저장에 관한 첫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아직 협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전까지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호주 간 협정도 이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호주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고 각서(MOU)를 교환한 이후, 국내 기업이 호주에 이산화탄소를 수출하는 2025년 이전에 법적 근거가 될 협정을 맺는 것이다.

협정문은 수출입 국가 간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 비율과 비용 배분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세계적으로 관련 규범이 없어 충분한 연구와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협정 문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