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 핌코... GFANZ 조건 완화에도 참여 안 한다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 일부 투자자 참여 설득에 실패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과 핌코는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GFANZ)이 조건을 완화한 후에도 GFANZ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GFANZ에 거물급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것이라서 이들의 활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FANZ는 전 세계 45개국 450여 개 금융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연합체다. 금융을 통해 넷제로를 달성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1년 4월 설립됐다. 전 영국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자산은 약 150조달러(약 20경원) 규모로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이 회원이다. 회원 가입 후 유엔(UN) 산하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의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처음 GFANZ는 구속력 있는 규칙 없이 자발적으로 활동했으나, 공약을 한 일부 기관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면서 레이스 투 제로가 보다 엄격한 탄소 목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회원들에게 탄소포집 기술 없는 화석연료 소비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연구 조건을 내걸은 것이다. 또, 1.5도 제한에 맞춰진 기후 목표를 독자적으로 찾아야 하며, 가장 적절한 과학 기반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GFANZ 회원들은 갱신된 기준을 1년 안에 충족해야 한다.
이후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이 “석탄 금융에 구속력을 가하면 GFANZ를 탈퇴할 수 있다”라는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탈퇴한 기업들이 생겨났다.
레이스 투 제로는 “실질적인 요구 사항은 그대로이며 기본적인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GFANZ 마크 카니 의장은 “탄소 감축에 노력하지 않은 은행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은행은 올해 6월 업데이트된 레이스 투 제로의 가이드라인이 목표를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산운용사 블랙스톤(Blackstone Inc),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Apollo Global Management) 등의 기관은 GFANZ 가입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GFANZ, 레이스 투 제로의 지침 따를 필요 없다고 조건 완화해
GFANZ 공동 의장인 마크 카니는 최근 회원들이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대신, “이제는 버티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24일 열린 영국 환경감사위원회에서 “우리는 GFANZ에 서명한 글로벌 민간 금융 시스템의 40% 활동에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라며, “반대편에는 60%가 있다”고 말했다. 이 목록에는 자산관리 운용사인 블랙스톤,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 Inc.), 퍼시픽 투자운용(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 등 글로벌 금융계의 거물이 포함되어 있다.
10월 말에 GFANZ는 더 이상 레이스 투 제로의 지침을 따를 필요가 없으며,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는 여전히 회원이라고 밝혔다. GFANZ에 정통한 사람들은 GFANZ가 미국 대형 은행들에 대해, 2021년에 넷제로 목표에 대한 완전한 자율을 보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GFANZ가 레이스 투 제로의 역할을 축소했지만,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경계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넷제로 약정이 수탁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는 법률 회사 시몬스 앤 시몬스(Simmons & Simmons)의 파트너이자 ESG 글로벌 책임자인 소날리 시르와르데나(Sonali Siriwardena)는 “이는 자발적인 약속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비현실적인 야망의 물결에 휘말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소송과 평판 리스크 관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채권 운용기업인 핌코(Pimco)의 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GFANZ에 대해 우리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블랙스톤 역시, 현재 GFANZ에 가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대기업인 칼라일의 글로벌 임팩트 책임자인 메건 스타(Megan Starr)는 “회사가 자체 기후 목표를 설정했다”라고 말했다.
메건 스타는 “2050년까지 넷제로는 바라봐야 할 북극성 같은 존재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5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칼라일은 2025년까지 파리에 맞춘 기후 목표에 따라, 과반수 소유의 전력 및 에너지 포트폴리오 회사의 스코프(Scope) 1, 2 배출량의 75%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블랙스톤 대변인은 “가까운 시일 내에 탈탄소화를 우선시하여 투자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에너지 전환 및 기후 변화 솔루션에 대한 자산 클래스 전반에 걸쳐 1000억달러(약 136조원)를 투자할 기회를 보고 있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10년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