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와이주, 미국 최초로 산호초 보험 계약
산호초 보호 및 해변, 관광 인프라, 중요한 서식지 동시 보호
최근 생물다양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이 처음으로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했다고 로이터를 비롯한 복수의 외신이 21일(현지시각) 전했다. 미국 최초의 산호초 보험 계약은 2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주를 대표해서 글로벌 ‘리프 여단(reef brigade)’이 체결했다.
리프 여단은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산호초를 보존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2018년 멕시코 퀸타나루(Quintana Roo) 주정부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역 이해관계자와 자연보호단체(이하 TNC)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산호초 보험을 계약한 바 있다. 퀸타나루의 산호초는 매년 1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보험 덕분에 퀸타나루 주정부와 국립공원위원회는 2020년 허리케인 델타가 강타했을 때 85만달러(약 11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산호초 보험은 산호초 보호는 물론 해변 및 관광 인프라, 중요한 서식지를 동시에 보호하는 도움이 됐다.
TNC는 카리브해, 아시아, 미국에서 이 성공적인 모델을 복제하려 하고 있다. TNC의 선임 위험 및 복원력 프로그램 매니저인 에릭 로버츠(Eric Roberts)는 “지금까지 보존은 자선 활동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왔다”며 “우리는 보험을 이용하여 보존 작업에 민간 부문을 활용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산호초 지대는 물고기를 위한 귀중한 터전이 되는 것 외에 바다 폭풍과 홍수에 대한 경계를 제공함으로써 홍수를 제한할 수 있다. 로버츠 매니저는 “홍수 위험이 줄어든다는 가치만으로도 산호초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리프 여단은 산호초가 필요할 때는 산호초 조각을 회수해 바다나 해안가에 있는 양묘장에 보관했다가, 안전할 때 시멘트나 에폭시를 이용해 다시 부착한다. 이 과정은 헥타르 당 1만달러(약 1355만원)에서 150만달러(약 20억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이번 하와이주의 산호초 보험 계약은 보험료가 11만달러(약 1억4908만원)이며, 하와이는 2023년 12월 말까지 산호초에 대해 최대 200만달러(약 27억원) 한도로 보호받는다.
보험은 빅아일랜드(Big Island)에서부터 카우아이(Kauai)까지 하와이의 대부분을 커버한다. 풍속이 50노트(약 시속 82킬로미터)를 넘어서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고, 풍속이 높으면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또한, 지급금은 피해에 대한 별도의 평가 없이 폭풍이 지나간 후 7일 후에 복구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
멕시코 퀸타나루주, 메소아메리카 암초 보호하기 위해 보험 가입
멕시코의 퀸타나루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마야 유적 중 한 곳의 앞바다에 위치한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n) 암초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환경단체 MAR펀드은 멕시코,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를 포함한 메소아메리카 암초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다. MAR펀드는 메소아메리카 지역의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2004년에 결성한 자금이다.
하와이의 보험 정책과 MAR펀드의 보험 정책을 연구한 윌리스 타워스 왓슨(Willis Towers Watson)은 피지(Fiji)의 산호초 정책뿐만 아니라 산호초 백화 현상, 과도한 강우로 인한 유출, 기후변화로 나타난 폭풍으로 인한 조업 일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까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산호초 보험에 대한 TNC의 2020년 타당성 연구는 “금세기 말 이후 암초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공공, 민간, 자선 부문 사이에서 전례 없는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주말 이집트에서 폐막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과 전반적인 환경 피해를 줄이는 것 사이의 연관성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다만, 기후 재해에 대처하는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 및 피해 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의 전 대표였던 멕시코 외교관 패트리샤 에스피노사(Patricia Espinosa)에 따르면, 산호초 보험은 COP27 손실 및 피해에 대한 논의와 일치한다고 한다. 에스피노사는 “오늘날 우리가 매우 급진적이고 심각한 기후 현상의 결과로 보는 손실 대부분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각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 총체적인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