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 생분해 플라스틱, 퇴비화 시설 없으면 무용지물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은 생분해에 초점 두어 재활용 불가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안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이 활용되고 있다. 생분해 물티슈, 생분해 빨대, 생분해 비닐봉지 등 포털 사이트에 ‘생분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8만여 개가 넘는 제품이 검색된다. 일상용품들이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EUBP)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2025년까지 36%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미생물에 의해 6개월 이내 90% 이상 분해되며, 퇴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용 후 처리 방법이 문제시되고 있다. 퇴비화 가능한 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자연 분해 조건은 섭씨 60도가량에서 70% 정도의 습도가 필요하다. ‘밀폐된 환경’이라는 공간적 조건도 필요하다. 즉, 생분해 가능한 자연적인 토양이나 해양 환경을 현실에서 찾기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전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한데, 환경부는 국내에 전문 퇴비화 시설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미디어 뉴스 펭귄과의 인터뷰에서 “애초에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과 일반 비닐을 분류해 버리는 것도 아니고, 분리하는 사람들이 일일이 구분해 분류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 전용 시설을 따로 두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퇴비화 시설이 설립되려면 시설의 필요성을 충족할 만한 충분한 양의 생분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플라스틱보다 2~4배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 비율이 적기 때문에 시설 설립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식물성 100% 생분해 제품을 무턱대고 사용할 수도 없다. 소재 특성 상 보관 기간이 6개월로 짧아 사용하기 전에 썩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활용 안돼 버려지는 생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가능한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달리,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은 생분해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없다.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이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소각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하고, 생분해 플라스틱의 장점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생분해 플라스틱은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매장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매립지로 이동하면 미세 플라스틱의 하천 유입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결국 기존 플라스틱의 체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만큼 실효성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서희 그린워싱탐사대 청년기자
장서희 청년기자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며 현대사회의 위기 속 민주주의의 발전 방향과 시민사회를 공부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가와 사회의 행동을 촉진하는 환경 거버넌스의 수립을 목표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