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기업, 숲을 잇다… FSC코리아 비즈니스 포럼 개최

숲에 가격표 붙어야 지속가능성 보장돼

2022-12-07     송준호 editor

FSC 코리아는 지난 2일(금),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산림 제품을 공급·구매하는 기업 및 관계자 120명을 대상으로 제1회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권성옥 FSC 코리아 대표는 “이번 포럼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기후 위기 해결책으로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고, 이에 기여하고 협업하려는 같은 뜻을 가진 기업과 단체가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매년 포럼을 개최, 지속가능한 숲을 이루기 위해 국내에서 FSC 인증 제품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고 다자 간 협력을 끌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포럼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자연환경에서 나오는데, 이를 너무 빠르게 가져오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연자원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FSC 인증은 이런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도구”라고 소개했다.

FSC 포럼은 1부 ‘기후 위기 시대 산림 관리의 중요성’과 2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FSC 인증’을 주제로 패널 발표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FSC코리아 제공

 

목재 자급률 20% 불과… 산림 가격표 붙은 지속가능한 시장 필요해

발제자와 패널들은 1부에서 숲에 가격표가 붙어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내권 전 유엔(UN) 기후변화 대사는 기조 강연에서 산림 자원에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내권 전 대사는 “경제학은 자유시장에서 물, 공기, 기후, 산림은 가격이 없는 자유재(Free goods)라고 정의한다”며 “우리는 자유재에 가격이 붙는 지속가능한 시장(Sustainable Market)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사는 그의 저서 <기후담판>을 인용하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48%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가능하게 할 자발적인 탄소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SC 인증이 산림에 가격을 부여하여 시장과 연계하는 자발적인 이니셔티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얼마 전 종료됐는데, 논의의 성과가 없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생산자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해서 비판받지만, 생산한 물건을 사용하는 선진국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성이 곧 경제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관호 산림청 서기관은 “우리나라는 산림 비율이 63%로 높은 수준이고, 연간 2800만제곱미터의 목재를 소비하고 있다”며 “2021년 기준으로 약 17%는 자급하고 나머지는 수입하는데 6조원 정도의 외화가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한국은 전체 나무 연간 생장량의 20%만을 활용하고 있는데, 스웨덴은 7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충분한 목재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산림 자원이 계속 늘어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서 탄소 저장과 경제성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스웨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산림청은 국내 목재 자급률을 25%로 높이는 등의 목표를 잡고, 산림 자원을 부흥시키려는 ‘산림 르네상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산림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로는 네덜란드가 소개됐다. 강호진 주한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네덜란드는 전체 산림의 45%가 FSC 인증을 받았고, 62%는 산림 관리 계획이 있을 정도로 산림 자원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호진 농무관은 “네덜란드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생존에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전체 산림의 50%를 민간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산림 보호에 대한 소비자와 비영리단체의 압력이 강력하다”며 네덜란드의 산림 관리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선언 파트너십(Amsterdam Declarations Partnership)을 체결하여 산림 파괴로 생산되는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농무관은 “지속가능한 산림이 아직 소비자에게 친숙한 개념이 아닌 듯한데, 3년 안에는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네덜란드 사례처럼 지속가능한 산림은 민간 역할이 정부 역할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SC 인증, 종이 아닌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

FSC 인증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산림 자원을 이용한 제품인지 여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나타내는 인증 제도다. 

권성옥 FSC코리아 대표는 “FSC코리아가 2019년 출범되고 연평균 25%의 성장속도를 기록했다”며 “인쇄, 출판, 포장 분야를 중심으로 700개 기업이 FSC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인쇄, 출판, 포장 기업을 중심으로 인증을 받은 것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다양한 산업에서 인증을 활용하고 있다.

권성옥 대표는 “이케아의 가구나 목재 원료를 사용한 모달, 라이오셀, 텐셀과 같은 섬유, BMW의 피렐리 타이어, 올버즈의 신발도 FSC 인증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목재 건축물도 프로젝트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인증 제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홍보할 때는 FSC의 ‘홍보 라이센스’를 반드시 얻은 후에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SC 인증 사례… 기업, 소비자, 숲 어떻게 연결하나

이수용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 대표가 좌장을 맡은 2부에서는 FSC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 사례가 소개됐다. 

이수용 대표는 “FSC라는 시장 메커니즘 도구는 소비자, 생산자, 숲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모두가 참여해야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기에, 기업인은 소비자가 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범 SK하이닉스 SSD마케팅 수석은 “SK하이닉스는 B2B 중심의 반도체 회사인데, 3년 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제품을 론칭하면서 너무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제품은 컴퓨터 부품으로 택배를 받자마자 박스를 버리게 되는데, 연간 8000만개의 포장 박스가 버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수석은 “제품이 10만원이 넘다 보니, 몇백원에 불과한 포장 박스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며 “2020년부터 FSC 인증을 받은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문제를 인식하고 2022년 6월부터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하는 영국의 카본트러스트 인증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는 비닐을 제거하고 옥수수가 함유된 플라스틱 포장재를 도입했다. 안준범 수석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우선 적용했지만 결국은 플라스틱”이라며 “내년에는 포장재를 FSC 인증을 받은 펄프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0년에 FSC 홍보 라이센스를 취득해서 흥미로운 광고 영상을 SK하이닉스 유튜브 채널에 게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형철 타라티피에스 마케팅팀장은 “우리 회사는 인쇄 회사로, 생산하는 제품은 에스콰이어 잡지, 샤넬 박스, CJ쇼핑백 등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윤형철 팀장은 “종이를 사용하는 회사로서 자연스럽게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인쇄업이 대형화되고 다변화되면서 종이 외에도 플라스틱,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엑스 배너나 노트 스프링에 사용되던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는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를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타라티피에스는 인쇄 회사이기 때문에 제지기업으로 구성된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다. 윤 팀장은 “협력업체에서 제공하는 종이도 FSC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과 비용을 지원하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팀장은 “인쇄업은 종이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유통과 물류까지 전과정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고객사들과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맺는 게 숙제”라고 밝혔다.

에스아이지 콤비블록(SIG Combibloc)은 세계적인 포장 기업 에스아이지의 한국 지사다. 권오석 에스아이지 콤비블록 마케팅부장은 “2009년부터 모든 생산은 FSC 인증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권오석 부장은 “우리는 상온에서 제품이 오랜 기간 보존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에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가 들어갔는데, 이를 대체하는 등 지속가능한 패키지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부장은 “약 65만헥타르의 산림을 복원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WWF(세계자연기금) 스위스와 함께 멕시코 해안가 근처의 산림을 11만헥타르가량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