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건물 보수 자금 지원하는 유럽 리노베이션론(ERL) 시행

2022-12-09     김환이 editor

건물 보수 비용 대출 지원, 보수 전문가 육성 나서 

EU가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건물 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유럽 리노베이션 론(Europe Renovation Loan, ERL)’을 시행할 예정이다./픽사베이

유럽연합(EU)이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건물 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유럽 리노베이션 론(Europe Renovation Loan, ERL)’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5일(현지시간) 유랙티브가 보도했다. EU, 유럽중앙은행(ECB), 대출기관이 합작한 이번 새로운 금융 상품은 주택 소유자들이 대규모 건물을 보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내 1억3000만채의 개인 주택과 아파트가 탄소배출량의 36%,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발간된 ‘EU 리노베이션 론’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탄소 중립 목표에 따라 매년 건물 350만채의 대규모 보수를 시행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유럽의 건물 보수 비율은 연간 1%대에 그쳤다. 유럽 위원회는 2년 전 전체 건물의 보수 비율을 매년 약 2%까지 늘리겠다는 ‘리노베이션 웨이브(Renovation Wave)’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 주택 소유자들은 자금 부족, 대출 제한 등으로 인해 건물 보수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 전체 건물의 보수 비용은 약 1조유로(약 1388조원)로 추정되며, 소유자들이 건물 보수를 직접 시행하기 위해 드는 자금은 주택 가격의 10%로 높은 편이다.

 

에너지 효율 높이기 위해 자금 대출 지원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물 보수 수행의 주요 장애물로 ‘자금 부족’과 ‘건물 보수에 관한 기술적 지식 부족’이 꼽혔다.

리노베이션 론 보고서를 담당한 환경 컨설팅기관 클라이밋 스트레터지(Climate Strategy) CEO 피터 스웨트맨은 “주택 소유자들의 대부분은 주택을 개보수하는 데 있어 제한이 많다”며 “상환 비용이 낮고 장기적으로 납입할 수 있는 금융 상품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성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유럽 건물 에너지 성과 지침(EPBD)을 제정한 유럽의원 션 켈리는 “현재 주택용 건물에 대한 그린 자금은 연간 2140억유로(약 297조원)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인의 70%는 자가 주택에 거주하지만, 은행들은 노년층과 청년층에 대한 대출을 꺼려하는 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유럽 내 대규모 건물 보수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EU는 건물 소유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가정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에너지 수요를 줄일 계획이다.

룩셈부르크 에너지 장관 클로드 투르메스는 “이제 우리는 대대적인 보수에 착수해야 한다”라며 “주택 소유자들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기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보수 자금이 건축물 개혁의 필요성과 가계·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보수 전문가 35만명 육성, 에너지 효율 인증 제도 시행 예정

EU는 주택 소유자들이 향후 30년 동안 집값 상승분 이하로 비용을 상환하는 조건을 보장했다. 이는 2050 탄소 중립 목표의 핵심이 ‘유럽 건물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자금 조달뿐 아니라 건물 대규모 보수 시행에 필요한 전문가도 육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를 35만명을 육성하고, 에너지 건물 효율을 높인 보수 건물은 에너지 효율을 인증하는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자금 조달 프로그램의 중심 역할을 하는 ECB는 개인의 금융 신용도가 낮아도 리노베이션 대출을 시행하고, EU는 금융 보증에 나서 대출 리스크를 줄일 것이다. EU의 획기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5천만명 이상의 주택 소유자들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EU 리노베이션 대출이 노후화된 빌딩의 환경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출 실행을 위한 정책 장벽이 존재하며, 다양한 금융 수단, 지원 계획 등 세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주택 보수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한 스페인 사례를 소개했다. 스페인 정부는 2014년 장기 리노베이션 전략(ERESEE)을 제시해, 연간 30~40만개의 주택 보수에 최대 100억 유로(약 13조원), 3년 이내  68억유로(약 9조원) 규모의 자금을 시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은행과 협력해 에너지 안보에 특히 취약한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을 위한 EU 리노베이션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스페인 리노베이션 에이전트 네트워크’ 기관을 2021년에 설립해 보수 프로젝트를 위한 기술 및 행정 지원, 자금 지원, 공공 자원 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