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ESG워킹그룹회의 개최…ESG 실무진과 공급망 실사 대응법 논의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제4차 ESG워킹그룹회의’를 개최했다. 대한상의는 ESG 어젠다 그룹과 회원기업의 담당 실무자 100명을 대상으로 공급망 ESG 실사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ESG 담당 실무자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개최 취지를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평가 대상 국가 64개 중 중국은 51위, 일본은 50위 심지어 인도는 5위인데 한국은 60위로 최하위권”이라며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공적원조 기관이 베트남 등 해외의 석탄발전사업을 지원했던 점을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좋지 않게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태희 부회장은 “석탄발전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국가 위신이 떨어져서 받는 손해가 더 커지고 있다”며 “대한상의는 ESG중심 기관으로서 다양한 글로벌 제도에 대응하고 ESG 담당 실무자들을 지원하여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선도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킹그룹회의는 ESG전문가의 강의와 기업 실무자와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강의는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그룹장이 ‘2023년 ESG 핵심 동향 및 과제 수행 포인트’,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이 ‘공급망 실사 실무 체크포인트 및 방법론’, 김현민 대한상의 ESG경영실 팀장이 ‘대한상의 공급망 ESG지원센터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일곱 가지 ESG 규제 영역…기업 ESG팀 역할이 핵심
이준희 지평 ESG센터 그룹장은 기업이 ESG 경영을 잘 도입하고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ESG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그룹장은 “한국은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으므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ESG 관련 보호무역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ESG 기획팀은 이런 글로벌 규제와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CEO와 사외이사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구매, 마케팅팀과 협업하여 전략을 짜는 인텔리전스팀”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룹장은 ESG영역별 주요 규제 및 정책 영역으로 ▲기후변화 ▲제품책임 ▲인권 ▲공급망 관리 ▲안전 및 보건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이해관계자 소통(공시)을 꼽았다.
그는 공시 부문에서 그린워싱에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그룹장은 “기업은 환경영향정보를 보고서와 친환경 제품 라벨링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공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공시는 정보 제공으로 오해의 소지가 되거나 시민사회가 지적할만한 이슈를 해결하여 기업 전체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그룹장은 “제품에 친환경 라벨링도 공시만큼 중요한데, 라벨 로고나 규격, 문구를 잘못 기재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ESG팀은 법무팀, 마케팅팀, 기술 및 생산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여 이에 선제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SG위원회가 국내 기업 사이에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새롭게 주의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이준희 그룹장은 “ESG 위원회가 등장하고 사외이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ESG 관련 문제를 보고 받았음에도 조치나 모니터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사외이사 준법 감시 책임’에 위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그룹장은 “ESG 정보는 대부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작성하여 사외이사에게 보고되는데, 사외이사들은 이 보고서가 어떻게 작성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ESG팀은 직원 내부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외이사와 CEO에 대한 교육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급망 관리는 AI를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그룹장은 “기업이 수많은 협력사가 포함된 공급망 리스크를 인력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며 “주요 협력사의 ESG 리스크 관련 미디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AI 기반의 전문 미디어와 협력하는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규제 대응 차원으로는 부족…ESG 소송서 승소해도 사업 리스크는 여전
장윤제 ESG연구소장은 공급망 실사와 관련한 최근 규제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제 연구소장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법이 제정되고 EU 차원에서도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제 연구소장은 “실사를 단순한 규제 대응으로 접근한다면, 추진력이 약화되어 현재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향후에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연구소장은 “프랑스에서는 실사법을 기반으로 환경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현재 7개 경고장이 발송됐고 6개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소장은 “소송 중 성공한 사례는 없으나, 소송으로 인해 사업이 무산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멕시코에서 풍력발전단지를 짓는 사업을 계획했는데, 원주민들이 이 단지가 환경과 원주민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은 기각됐으나 문제가 지적되어 멕시코에서 이 사업 허가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장윤제 연구소장은 “이처럼 기업은 실사 지침이나 법에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실사가 사업에 리스크가 될 상황을 대비하는 입장에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공급망 실사 실무에 대한 두 가지 조언을 더했다. 그는 “Due Diligence(실사)란 합리적인 사람이 타인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로, 이를 위해 실사를 진행한다”며 “실사는 실제 조사하거나 검사한다는 뜻으로 현장방문뿐만 아니라 전화나 메일을 활용한 조사도 포함하지만 실사를 현장실사의 동의어로 오해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실사법은 대기업이 공급망 내 기업을 실사하여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함을 인정한다. 장 연구소장은 “중소기업은 공급망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 계약 파기로 인한 존립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법은 대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립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대기업이 인권이나 환경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했는지를 확인하고 제3자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제 연구소장은 “다만, 존립의 문제나 투자 및 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법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실사법은 기업의 공급망 실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12개월에 최소 한 번은 확인하도록 요구하므로 ESG 리스크와 사업적 중요성을 파악하여 실사할 기업 리스트를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대한상의 공급망 ESG지원센터, 55만원에 현장실사도 지원
김현민 대한상의 ESG경영실 팀장은 공급망 관리가 가장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실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민 팀장은 “대한상의는 공급망 ESG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내년 1월 중순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김현민 팀장은 “기업이 공급망 ESG 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 부담이 경감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공급망 실사 진단은 시중 가격이 200만원 정도로 책정이 되어있는데, 대한상의는 건당 정부 지원금을 70~90만원을 받아서 55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사는 현장실사를 진행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있다. 지원센터는 서면진단 후에 현장실사를 꼭 진행한다.
김현민 팀장은 “현장실사를 해보면 서면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한 기업에 방문해서 안전 관련 서류를 요구했는데 담당자를 찾는데만 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ESG 담당부서는 모든 관련 자료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온라인 진단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실사를 꼭 해야 하는 사례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센터는 전국에 있는 지역상공회의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각 기업의 ESG 실무 담당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현민 팀장은 “지역상공회의소는 전국에 73개가 있으므로 각 지역에 있는 기업과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센터가 이제 개소하여 서비스를 내년부터 지원하기 때문에 전문성 문제가 지적된다. 김 현민 팀장은 “현재 검증된 전문 실사기관 두 곳과 계약을 맺고 전문 인력과 지원센터 직원이 함께 현장실사를 진행한다”며 “지원센터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센터 내부의 전문 인력을 키우고, 실사기관은 평가를 통해 교체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