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월스트리트의 핫이슈는 생물다양성
월스트리트에서는 기후변화에 비해서 생물 다양성 위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다. 이산화탄소는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될 수 있지만 곤충에 대한 가치를 별로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생물 다양성이 월스트리트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5일(현지시각) 전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에 등록한 거의 1만7000명의 외교관과 환경 운동가들 중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아비바, BNP 파리바, 유니레버, 록시땅(L’Occitane)을 포함한 민간 금융 기관과 기업의 대표가 적어도 수백 명 참가했다.
COP15의 협상가들은 2030년까지 지구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하는 획기적인 협정에 합의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2015년 파리 협정과 유사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성과다. 올해 회담은 197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한 80억 명의 인간이 살고 있는 가운데 동물 개체수가 70% 가까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생물 다양성 보호 기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일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생물 다양성 관련 자금 시장이 떠오르는 신흥 금융시장
월스트리트에서 생물 다양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 자금 시장이 새로운 금융시장이기 때문이다. 즉, 자연 시스템의 보호가 연간 7000억달러(약 911조원)로 추정되는 자금 부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은 이미 바이오 크레딧, 천연자본펀드 등 생물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금융 메커니즘을 제안하거나 도입했다. 바로 이번 주에 총 3조달러(약 3904조원)의 자산을 가진 투자자 그룹이 생물 다양성의 감소에 맞서 싸우기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연자본 프레임워크인 자연관련 금융공시 태스크포스(TNFD)의 데이비드 크레이그(David Craig) 공동 의장은 "월스트리트는 지난 150년 동안 자연 자산의 가격을 제로(0)로 책정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어떤 물건이 상품이고 풍부할 때 가격을 제로(0)로 책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비싸지기 시작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GDP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44조 달러(약 5경7270조원)가 건설, 농업, 식품 등 자연에 의존하는 산업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생태계 붕괴는 2030년 세계 GDP에서 2.3%, 즉 약 2조7000억 달러(약 3514조원)의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금융 기관들은 이제서야 자연의 대학살을 경제적 실패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거의 팬데믹 만큼이나 빠르게 이루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논쟁보다 훨씬 빨리 생물 다양성이 이슈로 자리잡아
2020년에는 세계경제포럼, 세계은행, 폴슨연구소(Paulson Institute)가 이 문제 관련해서 중대한 보고서를 가져왔다. 파괴를 멈출 뿐만 아니라 자연의 재생을 돕는 활동을 의미하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는 COP15를 전후하여 활동가들의 빅 이슈가 되었다.
기후 변화가 논쟁거리로 자리잡는데 10~15년이 걸렸지만, 생물 다양성 논쟁은 10~15개월 사이에 진행되었다. 이 두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고, 중복되어 있으며, 다른 문제 없이는 포괄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슈로더(Schroders)투자신탁운용의 북미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마리나 세베리노프스키(Marina Severinovsky)는 "아마도 생물다양성은 브랜드를 얻었을 것이다. 자연 자본과 생물 다양성은 지난 몇 년 동안 한 개의 세트(set)처럼 취급되어 왔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이해하기 훨씬 더 쉽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인 단일 수치가 대부분의 문제를 설명한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이해하기도 쉽다. 간단하게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을 중단하면 해결책이 된다.
하지만 자연의 파괴를 하나의 숫자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우 분산된 문제의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 손실은 굉장히 분산되어 있고 다양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지향적인 전문가들은 유용한 측정 기준을 식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재무 보고를 위한 지표를 체계화하기를 원하며 14일(현지시각) 자연관련 금융공시 태스크포스(TNFD)와 협의하여 생물 다양성을 포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학기반목표네트워크(SBTN) 또한 기업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기후관련재무공시태스크포스(TCFD)는 이미 기후 변화에 대한 기업의 사고 방식을 표준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크레이그 TNFD 공동의장은 "일단 중앙은행들이 기후 시나리오를 하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이 따라가야 했다"고 말했다.
세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비즈니스 위원회의 회장이자 CEO인 피터 바커(Peter Bakker)는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가 기후 이전에 어떻게 의존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적당한 단어를 찾았다. 그것은 '복사해서 붙여넣기(copy and paste)'였다.
금융 기관의 목표는 기후와 자연 부문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가능하다. 금융기관은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효율적인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적절한 모니터링과 투명성을 갖춘 공통 성과 지표와 기준선을 공개해야 한다.
NGO, 연구 그룹 및 비즈니스 조직의 연합인 비즈니스포네이처(Business for Nature)의 전무 이사인 에바 자베이(Eva Zabey)는 "지금은 정보의 일관성이 없다. 정보가 조화롭지 않고, 이용할 수 없다"며, "이것은 우리가 맹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SG 기준에 대한 선별 도구 제공업체인 MSCI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유사한 측정 기준을 출시한다고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바커 회장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업들이 새로운 위험 세계를 다루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자본 비용을 더 적게 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연을 생각하는 투자를 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바커 회장은 "이러한 조치는 향후 10년 안에 세계를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투자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