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美텍사스 상원 청문회서 침묵…투자자 그룹 반격에 나서    

2022-12-21     송준호 editor

美 텍사스주 상원 청문회가 지난 15일(현지시각) 열렸다. 미국 공화당이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을 소환하여 ESG 투자를 멈추도록 압박하는 자리였다.

ESG 투자자 모임이 반독점 규칙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팽팽했다. ESG 투자자가 NZAM(넷제로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라는 카르텔을 형성하여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은 반(反) ESG 진영이 펴고 있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청문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변호사들이 “그룹(NZAM)은 카르텔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해명서를 다 읽을 때까지 침묵했다.

 

반독점 리스크보다 ESG 소송 리스크가 더 커

뱅가드가 NZAM을 탈퇴하며 ESG투자에서 한걸음 물러서자, 공화당은 이를 계기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뱅가드는 이로 인해 공화당의 공격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환경단체의 비판과 소송 리스크가 생겨났다.

금융업계 변호사들은 공화당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부적절한 기후 전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영국 로펌 애셔스트의 커민스(Tom Cummins) 변호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ESG와 기후변화 위험, 에너지 전환, 넷제로와 무관하다는 태도를 가진 기관은 더 많은 소송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롭스 앤 그레이의 박(Park Chong S.) 변호사는 “공화당이 반독점 및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친 기후 기업에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며 그 원인으로는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계속해서 석유와 가스, 석탄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공화당이 지적한 화석연료에 대한 집단 보이콧 개념이 성립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블랙록은 청문회에서 “텍사스에 위치한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발레로, 필립스66,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셰니에르와 같은 다양한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블랙록은 지난 분기말을 기준으로 텍사스 에너지 공기업에만 1070억달러(약 137조5378억원)를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이어 “투자 대상 기업의 진정한 소유주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수요가 늘었으므로, 우리는 투자자의 선택이 대리투표(proxy voting)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블랙록은 행동주의 투자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서 고객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있는 위험과 기회를 관리하며, 위험에는 기후 리스크와 관련된 영향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주주 총회를 앞둔 블랙록은 “결과적으로 투표에서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업과의 대화는 2022년에 논의했던 중대한 리스크와 기회를 주제로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의 행보를 밝혔다. 

 

투자자 그룹 팔로우 디스, 빅오일사에 결의안 제출

투자자 그룹 팔로우 디스(Follow This)는 쉘,  BP, 엑손모빌, 쉐브론에 2030년 배출량 목표를 파리협정에 맞추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팔로우 디스는 도합 1조3000억유로(약 1778조)의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모인 그룹으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의안 발표에는 에드몬드 드 로스차일드, 데그루프 피터컴, 아흐메아를 비롯한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자산운용사들이 앞서 언급한 석유기업 네 곳에 보유한 지분은 0.1% 미만이다. 

마크 반 바알 팔로우 디스 설립자는 성명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함에도 4개의 주요 석유 기업 중 어느 곳도 파리에서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더 엄격한 단기 목표를 세우도록 요구했다. 

팔로우 디스는 주요 석유기업에 대한 결의안 원문과 빅오일 기업의 기후 목표 분석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팔로우 디스는 글로벌 톱 투자기업들의 기후 관련 주주결의안 제안, 빅오일사의 대응과 목표의 파리협약 부합도 등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 

팔로우 디스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분석표. 주요 석유기업이 스코프3 목표를 발표했는지,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장표다./Follow This

BP와 엑손모빌은 결의안에 대해 침묵했다. 쉐브론은 “주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의견은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견을 쉐브론의 거버넌스 절차에 따라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쉘은 2030년까지 스코프 1과 2는 50%, 스코프 3은 20%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이미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쉘은 성명에서 “팔로우 디스는 단순하고 비현실적이며 쉘의 최대 이익에 반하는 주주결의안을 계속해서 전달했다”며 “ 쉘의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로 제한하려는 파리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