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산업, 올해 '누적 투자 1000억 달러' 돌파하나

2023-01-16     양윤혁 editor
블룸버그 NEF에서 EV 충전 산업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Bloomberg NEF

세계 전기차 충전시설 누적 투자 규모가 올해 1000억달러(약 12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부문 투자는 누적 620억달러(약 79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투자액은 290억달러(약 36조원)으로, 1년 전보다(120억달러)보다 약 142% 가량 늘었다. 

투자 금액 가운데 61%는 중국에서 60만 개 이상 설치한 공공충전기 덕분이며, 이는 전 세계 투자 비중의  61%를 차지했다고 블룸버그NEF는 밝혔다. 

현재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1위는 아마존까지 전기차 충전시장에 진출해, 이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EV 충전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토대로 "EV 충전 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내년 전기차 충전 설비, 설치 및 유지에 대한 누적 투자액이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Bloomberg NEF

EV 충전 누적 투자, 1000억 달러 돌파할까?

EV 부문에 대한 투자는 충전 장비, 설치 및 유지보수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한편 EV 충전 설비를 늘리기 위해 생산 공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구매 계약의 건수도 늘면서, EV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 NEF는 밝혔다. 

EV 제조, 충전, 유통 산업이 협력하면서 EV 충전 생태계 전반에서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이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NEF는 덧붙였다. 블룸버그 NEF는 EV 충전 산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미래의 모습을 전망했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닛산(Nissan)에서 지난 2010년 양산형 EV 모델인 ‘닛산 리프’가 성공을 거두면서 EV 충전 산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19년부터는 2단계라고 칭할 만큼 EV 충전 산업은 성장했다.

EV 충전소는 여전히 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점차 공공 충전소가 늘고 충전 속도 역시 개선됐다. 당시 테슬라(Tesla)는 전 세계적으로 약 1만2000개의 고속충전소와 최대 120kW의 충전 속도의 EV를 보유한 상황이었다.

이후 몇 년간 유럽의 EV 충전소 기업인 아이오니티(Ionity)는 350kW의 전력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새로 출시된 EV 충전소 대부분이 100k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는 등 전반적인 충전 산업은 발전했다. 한편 EV 충전소는 현지 전력망의 여건에 좌우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EV 충전 사업자들 대부분은 수익성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EV 충전 산업의 현재, 충전소 보급과 안정화

점차 EV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판매량이 늘고, EV 충전 산업이 독점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수백만 개의 충전소 설치하겠다는 인프라 투자자들의 발표가 쏟아졌다. 각국 정부에서도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행했고, EV 충전망을 안정시키고자 자금을 투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NEF는 분석했다.

블룸버그에서 예측한 미국과 유럽 지역의 EV 점유율 추이./ Bloomberg NEF

 현재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월박스(Wallbox) 공장에선 EV 충전기를 연간 100만대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 이처럼 오는 2030년까지 EV 충전기 생산 공장들이 규모를 늘리면서 EV 충전 산업은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셸(Shell)은 글로벌 전기기기 기업인 ABB와 대만의 전원공급장치 제조기업인 피홍(Phihong) 등 기업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지역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는 중국의 공급기업에서도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힐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공공 충전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기가와트시(GWh)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실제로 중국 최대 EV 충전 기업인 TGood은 지난해 4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공급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알파벳(Alphabet)은 15TWh, 아마존(Amazon)은 24TWh의 전력을 공급했다.

또 다른 공공 충전소 기업인 알레고(Allego)와 일렉트리피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는 최근 값싼 신재생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EV 충전은 전력 시스템에 점차 통합되는 추세로, 전력망 산업의 고객이 될 것으로 블룸버그 NEF는 전망했다. 

 

EV 충전의 미래, EV 보급과 탈 화석연료 흐름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충전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일 ‘CES 2023’에서 차지포인트, MN8 등 충전 업체와 협업해 연내 미국에 첫 충전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후 유럽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2030년까지 충전소 1만 곳을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연내 사업 진출을 선언한 미국 시장의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달 기준 모두 4만3000여 곳이다. 이 중 3분의 2를 테슬라와 차지포인트가 과점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 세계에 운영 중인 자체 충전소 ‘슈퍼차저’는 지난해 11월 4만 곳을 돌파했다. 테슬라는 연내 이 충전소를 1만 곳 더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시장점유율 6%를 넘긴 업체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20~250㎾로 충전 가능한 슈퍼차저에 맞서 최대 350㎾급 충전시설을 보급한다. 
아마존 또한 CES 2023에서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안내 서비스를 올 하반기 내놓겠다”고 밝혔다. 충전망 업체인 EV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 가능한 인근 충전소를 알렉사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볼보는 지난해 3월 스타벅스와 손잡고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 충전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 작년 8월 유타주에서 충전소 운영을 처음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교외 지역에 있는 자사 대리점 위주로 충전소 4만 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NEF는 오는 2030부터 2035년까지 미국과 유럽 지역의 전체 승용차 가운데 EV는 최소 15%에서 최대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향후 EV 충전 산업의 규모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면서 ‘빅 오일’로 불린 화석연료 기업들이 점차 ‘빅 에너지’의 성격으로 전환되고, 자율주행 차량이 도입되면 로봇 또는 무선 충전 기술도 연구될 것으로 블룸버그 NEF는 예측했다. 틈새시장으로 시작한 EV 충전 산업이 앞으로 전 세계의 손꼽히는 산업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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