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잡】 SK넥실리스, 재활용 전선에서 배터리 소재 추출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되면, 어떤 녹색 일자리(Green Job)가 생겨날까. 그린잡은 '저탄소 목표와 일치하거나 목표를 지원하는 일자리'로 정의할 수 있다. 일이 바뀌면서 근로자들은 저배출 기술과 더 지속가능한 관행에 적응해야 한다. MZ로 불리는 청년세대는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탄소중립으로 그린(Green) 미래’라는 주제로 국내에서 그린잡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을 찾아 인터뷰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들어가고, 배터리에는 동박이 필요하다. SK넥실리스는 동박을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기업이다. SK넥실리스의 동박이 들어간 배터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앞으로 에너지 효율을 잡기 위해 필요한 ESS(에너지저장장치)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21일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순수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기차(FCEV)의 전 세계 수요가 올해 900만 대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12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나 2025년에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는 2021년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11%에 불과했지만, 3년 안에 55%까지 급증할 것이라고도 예측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자원의 재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 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이 올해 16만대 분량의 폐배터리 물량으로 시작해 2025년 54만대, 2030년 414만대, 2040년 4636만대까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폐자원을 재사용하여 배터리 생산을 맞추기 위해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K-재자원화 얼라이언스’를 출범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재자원화 산업 활성화 로드맵’(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현재 리사이클링 스크랩에서 구리를 추출하여 동박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리사이클링 스크랩은 한 번 사용한 후 피복이 벗겨져 재활용이 가능한 전선을 말한다. <임팩트온>은 정성원 SKC ESG 기획팀 매니저, 김보영 SK넥실리스 ESG 경영팀 매니저(이하 정 매니저, 김 매니저)를 만나 SK넥실리스가 수행하고 있는 그린잡에 관해 물었다.
Q. SK넥실리스는 어떤 회사인가.
<김 매니저> SK 넥실리스는 EV 전지박이 주 제품인 배터리 소재 기업이다. 전지박은 이차 전지의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중 하나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막(동박)이다. 리튬 이차전지는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와 충전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음극재로 구성되어 있다. 전지박은 전자를 모으거나 공급하는 음극의 집전체 역할을 하는 배터리 핵심 소재이다.
넥실리스는 SKC가 전액 출자하여 2020년에 인수했다. 넥실리스의 전신은 1996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지박 제조업체 KCFT이다. SK넥실리스는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동박에서 가장 중요한 얇고 넓게 펴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넥실리스는 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같은 국내 배터리 3사와 파나소닉이나 CATL과 같은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Q. SK넥실리스의 매출액과 기술 수준이 궁금하다.
<정 매니저> 매출액은 2021년 기준 6632억원이다. 동박 제조 기술력은 2021년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할 만큼 인정받고 있다. 40년의 노하우로 2017년과 2019년에는 각각 5㎛, 4㎛ 두께의 배터리용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전기차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넥실리스는 국내에서 5만 톤 규모의 용량으로 사업을 실행하고 있지만, 급성장하는 배터리 수요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년에는 지금 용량의 4~5배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장은 말레이시아, 폴란드, 북미에 위치하고 23~25년 사이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Q. 그린잡은 어떤 직장이라고 생각하나. SK넥실리스는 그린잡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 매니저> 그린잡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규모가 더욱 커진다. SK넥실리스는 시장과 발맞춰 계속해서 성장할 회사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라는 녹색 제품을 생산하는 것 외에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문제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점에서 넥실리스는 그린잡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 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소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게 기본이었다. 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때문에 각광 받고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및 환경 파괴를 줄여야 한다는 도전 과제가 남아있다. 넥실리스는 동박에 들어가는 구리를 리사이클링 스크랩에서 확보한다. 넥실리스는 자원을 재활용하여 배터리 소재를 만들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된다면 제품을 통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SK넥실리스가 그린잡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제조 과정이나 기후 목표 측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정 매니저> 넥실리스는 2040년 온실가스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세웠고 해외사업장을 시작으로 공정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매립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넥실리스는 국내 정읍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폐기물의 95% 이상을 재활용하면서 국내 업계 최초로 폐기물 인증인 ZWTL의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넥실리스는 배터리 제조에도 리사이클링 스크랩을 활용하기 때문에 폐기물 매립과 재자원화에 관해 많이 고민하는 기업이다.
<김 매니저> 시장에서는 2030년 이후가 되면, 전체 차량의 50~80%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박은 전기차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이다. 그만큼 넥실리스는 생산시설을 증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SK넥실리스는 ESG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영역별로 소개해달라.
<정 매니저> 동박 생산은 상당한 전력량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 영역은 RE100 달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은 재생에너지 도입이 국내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새로 증설하는 해외 사업장은 적극적으로 RE100을 이행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국내 사업장도 재생에너지 수급과 정책에 발맞춰서 재생에너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 매니저> 소셜 영역에서는 국내 사업장이 위치한 정읍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읍시청과 협력하여 민관 상생 모델을 바탕으로 노후한 원도심 거리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공유가게를 열었다. 공유가게는 빈 점포를 임대해서 이를 리모델링한 후에 창업 희망자를 선발하여 그 공간에서 6개월 동안 영업을 해볼 수 있도록 테스트 베드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6개월이 지나면 창업자가 다른 위치에서 개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는 창업자의 개업을 도와서, 이들이 영업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거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청년 창업 교육도 지원하여 청년들이 정읍 지역을 벗어나기보다는 고향에서 창업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Q. 해외 사업장 선정에 RE100 달성 여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나.
<김 매니저> 해외 동박공장은 말레이시아와 폴란드를 선정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재생에너지를 가장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의 부지였기에 RE100을 정말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해서 결정했다. 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이곳이 수력 발전도 활성화되어 공급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동남아시아는 인건비 원가 경쟁력도 있고, 항만 인프라 시설도 잘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폴란드는 스탈로바 볼라라는 지역에 E-모빌리티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넥실리스가 최초로 진출한 기업이다. 유럽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수요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고 주요 고객사가 진출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근접성 측면에서도 폴란드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폴란드도 재생에너지 공급에 있어서도 유리한 국가이기 때문에 선정하게 됐다.
Q. 입사하기 전부터 환경과 ESG에 관심이 많았나.
<정 매니저> ESG 경영을 잘하는 회사 혹은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가 높은 관심을 받는 듯하다. 이런 기업에 취업하면 개인은 회사와 같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ESG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았으나,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와 관심도 높아졌고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으며 앞으로도 성장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매너저> 배터리 산업이 유망하다는 이유가 입사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실제 업무를 해보니, 배터리 관련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 유럽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 친환경이 국제적으로 대세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는만큼 ESG와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짐을 일하면서 느끼고 있다.
Q. 넥실리스에서 일하려면, 관련 분야를 전공해야 하나.
<정 매니저> 물론 전공이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SK는 ESG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취업 후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전공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회사에 들어와서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ESG에 대해 받아들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일을 수행해나가는지가 조금 더 중요한 듯하다.
Q. 신입사원 교육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되나.
<정 매니저> 신입사원은 SK그룹과 SKC Family 공통 교육과 넥실리스 고유의 교육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기회와 교육 환경이 주어지게 된다. SKC Family는 SKC와 투자사를 통합한 개념이다. SK그룹이 운영하는 mySUNI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ESG, 배터리 산업은 물론 SK 경영철학, 직장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기본 업무 지식, AI/DT 등 폭넓은 영역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mySUNI 플랫폼은 온라인 영상 강의 형태로 지원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나 편한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 SKC Family는 ‘23년부터 자체 온ㆍ오프라인 교육을 활성화 할 예정이다.
Q. 넥실리스는 어떤 근무 환경을 제공하나. 개인의 성장성이나 복리후생에는 어떤 게 있나.
<김 매니저> 넥실리스는 성장성이 큰 회사다. 직원 수가 많지 않음에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으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넥실리스는 동박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이며 환경을 위해 일한다는 면에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1등 회사는 그에 걸맞은 복리후생을 갖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근무 형태가 유연하다. 회사에 카페 공간을 조성해서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행복 캠프라는 프로그램도 좋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휴식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구성원이 제주도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 준비된 호텔과 리조트를 선택하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 매니저> 넥실리스는 딱딱한 기존의 근무 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업무가 가능하도록 사무실 환경을 조성했다. 사무실은 각자의 책상과 의자만 놓여 있지 않고 회의나 토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회의 공간은 테이블만 있는 게 아니라 라운드 테이블로 수직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마련했다. 개인 복지 차원에서 피곤할 때 몸을 풀 수 있는 스트레칭 룸이나 작은 농구 게임이나 다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룸도 조성했다. 회사는 구성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연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직원은 자신이 속한 사무실뿐만 아니라 사전에 신청하면 타지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넥실리스는 PC오프제와 권장 휴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잘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Q. 어떤 인재상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고 도움이 되나.
<김 매니저> 넥실리스는 성장하는 회사이므로 채용을 많이 하고 있으며,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맡은 업무를 잘해야 한다. 열정적인 자세와 도전적인 모습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해서 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회사가 해외에서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보니 언어적 강점이 있다면 채용과 업무를 실행하는 데서 유리하다.
<정 매니저> 넥실리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기여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보니 환경과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심과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면 환영한다. SK는 대한민국에서 ESG 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넥실리스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 성장’인 듯하다. 앞으로의 도전과제나 성장 목표는 어떻게 되는가.
<정 매니저> 전기차 산업의 가치사슬 상단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있다.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배터리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소재 기업에 이를 요구한다. SK넥실리스는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RE100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RE100 달성은 스코프 3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배출량을 측정하는 등 조금씩 준비해나가고 있다.
<김 매니저> 배터리 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5만 톤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데, 급성장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 넥실리스는 2025년 한국과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서 연간 25만 톤 규모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해서 전 세계 1위 동박 생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