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산림벌채 법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EU의 삼림벌채 관련 상품 수입 금지법, 공급망실사법, CBAM(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등의 지속가능성 및 탄소 관련 규제들에 대해 미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법안이 나오거나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난 12월 6일(현지 시각)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삼림 벌채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데 합의했다. 불법 상품 목록에는 삼림 벌채를 통해 재배된 커피, 코코아, 소고기, 콩, 팜유, 고무, 목재 등과 더불어 가죽, 초콜릿, 가구와 같은 파생 상품이 포함된다.
새로이 제정된 법은 유럽 시장에 대상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의 실사를 의무화한다. 이는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삼림 파괴나 훼손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명서를 작성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반이 발생한 회원국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4%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2025년부터 법의 재검토 조항을 통해, 규제 대상을 EU의 콩 관련 삼림 벌채의 약 65%인 브라질의 세라도와 같은 기타 임지와 옥수수와 바이오디젤과 같은 다른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 다국적 기업들은 검증 가능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 의자 다리, 커피콩 등 모든 자본재의 출처를 알아야 할 것이다. 위성감시와 DNA 검사와 같은 더 많은 첨단 기술 또한 원산지를 추적하는 데 필요할 예정이다.
다른 국가에 선례가 될 EU 산림법...미국의 반응은?
EU에서 행해지는 삼림 벌채는 전 세계 삼림 벌채의 약 10%에 해당한다. EU는 이 정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삼림 벌채를 온전히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경제지역이 따를 수 있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인 비르지니주스 신케비치우스는 이 협정을 두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야심 찬 입법 시도”라고 전했다.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CEO 글랜 휴로위츠는 이 법안은 “역사적이고 중대한 것"이라 말했다. 그는 “중국, 인도, 미국, 일본 등이 이러한 핵심 법적 조치를 모방한다면 세계 수입 삼림벌채의 거의 75%가 몇 년 안에 제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린피스의 유럽 식량, 산림 자연 담당관인 시니 에래예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삼림 파괴는 자연과 기후에 재앙”이라며 “EU의 새로운 법은 삼림 벌채가 EU 시장에 공급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숲에 대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 전했다.
한편 미국 의원들은 새로운 EU 협정이 세계적인 기준을 세웠으며 미국에서도 비슷한 법안의 통과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뒤 엘리자베스 워런 등을 포함한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EU 규정과 유사한 목적을 가진 '미국 산림법'이 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법안 초안의 입안자인 민주당의 얼 블루머나워는 EU 합의가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추진력과 EU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것은 우리가 연대를 강화하고 민간 부문의 더 큰 리더십을 장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의회는 1월 3일(현지 시각) 다시 소집됐다. 상원의원 법안 발의자인 브라이언 새츠는 “EU는 삼림 벌채의 산물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은 더 이상 유럽에 진출할 수 없는 상품들의 덤핑장이 될 것”이라 꼬집었다.
한편 미국 산림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EU법보다 훨씬 약하다고 말한다. 그린피스는 미국 삼림법이 열대 삼림 벌채의 30~50%가 명목상 합법이며, 삼림 벌채는 EU 규제보다 제한적이고 집행력도 제한적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기타 임지에 대한 잠재적 규제 수단도 부족하며, 불법적인 삼림 벌채만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일본, 공급망 인권침해 위한 공동 TF 출범해
이뿐 아니라, 지난해 9월 EU가 법안을 발의한 공급망 실사법, 즉 공급망에서 인권 침해나 강제노동이 있는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에 이어, 최근 미국과 일본도 비슷한 규제를 위한 협력체를 구성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캐서린 타이 대표와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워싱턴DC에서 공급망 내 인권과 국제노동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내용의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USTR은 이 태스크포스에 대해 미일이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무역정책을 시행하는 등 인권과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노동권을 보호·장려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제 공급망의 '인권 실사'라는 기준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 미국이 IRA를 통해 청정에너지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자 EU가 원자재법으로 대응하는 사례, EU의 탄소국경세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 준비 등 비슷비슷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