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대량 해고, 다양성 해친다

2023-01-09     박지영 editor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량 해고가 기업의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빅테크 기업은 채용을 강화하고 다양성, 공정성, 통합성을 우선하는 기류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중반 이후 업계는 과잉 고용, 금리 상승, 비즈니스 및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직면하면서 대폭적인 인원 삭감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 대량해고를 발표한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 4일(현지시각)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만8000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일즈포스도 직원 1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 아마존, 트위터, 스냅 등 글로벌 빅테크가 지난해 해고한 인원은 약 9만7000명으로, 2021년에 비해 649% 증가한 수치다.

대량 해고는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 레벨리오 랩(Revelio labs)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빅테크 기업 해고자 중 여성과 라틴계 근로자는 각각 46.64%, 11.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체 산업에서 각각 39.09%와 9.9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 기회 균등화 수준을 연구한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의 도널드 토마스코비치 데비 사회학 교수는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된다면 빅테크 기업 내 백인 및 아시아계 남성의 업계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초 ‘비용 절감’을 앞세워 대량 해고를 단행한 트위터는 해고 과정에서 여성 직원을 겨냥했다는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최근 직원의 절반인 약 3700명을 정리해고 했는데, 해고된 근로자들이 ‘트위터가 여성을 해고 대상으로 삼았다’며 집단소송을 제출한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대량 해고 대상자 중 47%가 남자인 반면, 여성은 57%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엔지니어 가운데선 남성의 48%, 여성의 63%가 해고돼 성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집단 소송에 따르면 남성의 48%가 직장을 잃은 반면 여성의 64%가 직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을 대상으로 한 테크 스타트업인 블래비티의 모건 드본 CEO는 “다양성 감소는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를 막고, 빅테크 기업의 저연차 경력 인재 채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라티노스 인 테크의 벤자민 수아레즈 CEO 또한 “빅테크 기업의 대량 해고는 기업의 다양성 노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경력자들만 남아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낮은 인재들은 초급직 경쟁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타는 2019년 미국 내 흑인 및 히스패닉계 종업원 수를 2배로 늘리고 2024년까지 전 세계 종업원 수를 2배로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