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지속가능금융과 폐지…전담부서 공백, 메울 수 있을까

2023-01-10     송준호 editor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금융 전담기관인 ‘지속가능금융과’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EU를 비롯한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이를 위한 지속가능 금융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금융과는 금융위 금융정책국 소속으로 ▲지속가능금융 관련 정책과 지원 계획을 수립 및 집행 ▲정책펀드를 조성ㆍ운용 및 투자 가이드라인의 운영 및 조정 ▲지속가능발전 분야 기업, 금융회사, 투자자의 현장 애로사항 발굴 및 점검 ▲지역 지속가능발전 프로젝트 지원 ▲앞서 언급한 사항에 대한 민간 금융기관과 정책금융기관 협의체 운영 및 관련 사항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됐다. 

금융위 지속가능금융과의 전신은 뉴딜금융과였다. EU에서 2019년 '지속가능금융액션플랜'을 만들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이전 정부는 2020년 8월 13일에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금융위는 ‘첫 회의’를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의 녹색금융 전담부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K뉴딜정책의 이름을 딴 ‘뉴딜금융과’였다.  

뉴딜금융과는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2022년 6월 8일에 지속가능금융과로 부서명이 변경됐다. 부서명 변경은 지난 6월 1일 시행한 금융위 훈령 ‘코로나19 지속가능금융 추진지원 긴급대응 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전담조직 폐쇄 조치에 대해 "코로나19 지속가능금융 추진지원반이 그 설치 ‘목적을 달성’했을 경우에는 즉시 폐지한다는 훈령 제2조에 따라, 설립부터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한시적 특성의 전담조직이었다"면서, ‘코로나19 지속가능금융 추진지원 긴급대응 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난 12월 31일 존속기간이 종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정책국의 지속가능금융과가 사라졌다.  업무는 금융정책국의 산업금융과, 자본시장국의 공정시장과와 자본시장과로 이관됐다./금융위원회

 

전담부서 공백 지적…14년 전 실패 반복하지 않아야

금융위의 전담부서가 해체되자, 업계에서는 14년 전 이명박 정부의 실패녹색금융의 전처를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녹색금융 붐은 14년 전에도 한번 불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으며, 같은 해 2월 대통령 직속에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회장사와 사무국 역할을 맡고 금융투자협회, 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국내 금융기관과 녹색성장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함께 전담기구로 ‘녹색금융협의회’도 설립됐다. 

금융위는 2009년 5월 녹색금융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녹색산업펀드를 조성하고, 연기금 운용평가 시 펀드투자 가산점 부여와 가입자 세제혜택 부여방안 등을 추진하여 활발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은행들은 다양한 녹색금융상품도 선보였다.

그러나, 녹색금융상품은 2014년 이후로 출시가 멈췄고, 녹색금융협의회는 2012년 4월에 7차 회의를 끝으로 유명무실해졌다. 당시, 녹색금융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기준이 부재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녹색금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면서 고개를 다시 들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4년 전 녹색 금융이 실패했던 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전담부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라며 “지속가능금융과의 업무가 다른 과로 이관됐을 때, 과연 전담부서만큼 적극적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속가능금융과가 맡았던 업무가 각 과로 이관된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은 지속가능금융 강화에 박차...한국은 '목적 달성'

글로벌 사회는 EU를 중심으로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EU는 친환경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환경분류체계(Green Taxonomy)를 바탕으로 사회적분류체계(Social Taxonomy)를 냈다. 이는 환경만을 대상으로 하는 녹색금융을 넘어 사회와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정보도 포괄하려는 노력이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ESG 펀드'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EU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를 강화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기준이 강화되어 그린워싱 문제에 연루되지 않도록, 운용하는 ESG펀드의 등급을 하향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공시 의무화를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수출 대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이다. 유럽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지난해 하반기 기업 지속가능성보고 표준(ESRS) 최종판을 냈으며, 대기업은 2024년 1월 1일부터 ESRS와 CSRD를 준수해야 하며, 중소기업은 수년 내에 적용될 전망이다.

EU가 지속가능금융을 리드하는 현재에도 상당히 많은 기준과 정책을 내고 있는 것을 볼 때, 후발주자인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적지 않다. 지속가능금융과가 훈령상 '목적을 달성'하여 존속 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정부가 해내야 할 역할을 생각해볼 때 과연 목적이 달성된 것인가에 대한 정부 측의 명확한 답변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 정부 꼬리표 떼기...필요한 정책 수행에 방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및 환경정책 흔적 지우기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을 위해 신설했던 범부처 컨트롤타워 '한국판 뉴딜 실무지원단'에 대한 운영 예산이 이번 정부에서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뉴딜금융 정책이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 

원전 정책에 이어 탈재생에너지 정책까지 강화되자, 급기야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상장위원회'(탄녹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와 교역하고 있는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 하듯이 (이번 정부에서) ‘탈재생에너지’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현 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금융위 관계자는 대외 세미나에 나와 수차례 향후 지속가능금융 정책 강화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21년 '2021 서울 파이낸스 포럼'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지원 비중을 2019년 6.5%에서 2030년 약 13% 수준으로 확충하기 위한 투자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고, 2022년에는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ESG 평가시장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ESG 평가기관의 역할이 커지는데 관련 규율체계는 미비해 많은 나라가 적절한 규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국제기구 권고안, 국내 평가시장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ESG 평가기관의 자율 준수 절차·기준 등을 담은 가이던스를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장이나 새로운 전담기관도 없이 폐지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속가능금융과가 담당하던 업무의 중요성이 낮아져서가 아니라, 훈령에 명시된 존속기간이 지나서 업무가 종료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녹색금융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업무 체계를 잡기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었다”며 “업무 체계가 잡혀서 다른 소관부서로 이관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가능금융과 존속이 연장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금융과의 녹색금융 및 탄소중립 업무는 산업금융과, ESG 업무는 공정시장과, 탄소 배출권 업무는 자본시장과에 이관된 것으로 확인된다.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 

기획재정부

<총괄>

미래전략국

지속가능경제지원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산업정책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지속가능금융과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

공정시장과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

녹색전환정책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관

미래산업전략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노사협력정책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기업집단정책과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공기업정책과

지속가능금융과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월 28일에 발표한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에도 유관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