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그린 수소 성장의 키…그린 프리미엄 명확히 해결해야

2023-01-11     송준호 editor

수소가 미국에서 1그램 생산되면 10배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미국이 매년 생산하는 수소의 양은 1000만 미터톤으로 탄소 발생량은 1억 미터톤에 달한다. 이 수치는 지구를 비행기로 16만7000바퀴를 돌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에 육박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만들어지는 수소의 약 96%는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만든 그레이(Grey) 수소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 및 연료로 사용되려면, 탄소집약적인 회색수소를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Green)수소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레이 수소가 1kg당 생산비용이 1~2달러(약1400원)인 반면, 그린 수소는 재생가능 전력원에 따라 1kg당 2.5달러(약3000원)에서 6달러(약7500원)다. 

해외 환경 전문 미디어인 그린비즈는 지난 9일(현지시각) 그린 수소 가격을 낮추는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린비즈는 그린 수소가 상용화되기 위해 필요한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픽사베이

 

IRA, 그린 프리미엄 제거…그린 수소 생산비 낮춰  

그린비즈는 “IRA가 그레이 수소와 비싼 그린 수소의 가격 차이를 제로(0)에 가깝게 줄임으로써 ‘그린 프리미엄’을 제거하는 조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IRA는 청정 수소 생산 세금 공제(H2PTC, Clean Hydrogen Production Tax Credit)를 통해 향후 10년간 업계 전반에 130억달러(약16조원) 가치의 지원을 제공한다. H2PTC는 수소를 생산할 때 1kg당 최소 60센트에서 최대 3달러까지 세금 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신규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최대 30%까지 투자 세액을 공제해준다. 

그린 프리미엄이 잡히자,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다. 글로벌 대표 수소 기업인 린데는 IRA가 통과함에 따라,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발전 전력을 활용한 거대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수소도 탄소배출…유통 포함 시 가격도 세 배 

그린비즈는 “IRA가 그린 수소의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몇 가지 우려 사항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IRA가 생산 시점의 탄소집약도만을 고려하고, 운송과 사용 시점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 사항으로 지적됐다. 

그린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여전히 탄소를 배출한다. 그린 수소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할 때 최소 50kWh의 전기가 필요하다. 생산된 수소는 송전하거나 저장하기 위해 압축해야 하는데, 이때 1kg당 3kWh의 전기가 추가로 사용된다. 전기가 사용되면 탄소도 배출된다. 

그린비즈는 “(그린 수소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의 수명에 따른 탄소발자국도 고려하면, 녹색수소 1kg당 2.5kg의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린 수소가 그레이 수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린비즈는 “수소를 750마일(1200km) 떨어진 곳으로 가스관을 통해 전달할 때, 수소 1kg당 0.5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린비즈에 따르면, 가스관 트레일러가 탑재된 디젤 트럭으로 수소를 옮기면 탄소배출량이 10배 이상 증가해서 그린 수소가 그레이 수소의 탄소집약도를 넘어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수소 생산과 소비의 전과정에서 유통의 탄소집약도만 고려해도 수소 비용이 세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생가능전기 수급 문제…어디서 조달하나

그린비즈는 “투자자들이 녹색수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한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재생에너지 및 유틸리티 기업인 아반그리드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마틴 실로니즈(Martin Cilloniz)는 “미국 북동부 지역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대부분은 이미 장기 전력구매계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녹색 전기를 공급할만한 유틸리티 규모의 프로젝트의 수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재생가능 전력 프로젝트는 전력 가격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에 맞춰서 전기를 조달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린비즈는 “새로운 그린 수소 거점을 개발하려는 계획들이 있지만 이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규제기관 없는 수소 운송…가격은 미궁

그린 수소의 운송에 대한 규제 기관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현재 LNG의 파이프라인 설치를 승인하는 규제기관이다.

그린비즈는 “FERC의 신규 파이프라인 설치에 대한 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긴 점을 고려할 때, FERC가 관할 기관이 될 경우에 파이프라인의 개조와 건설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그린 수소가 도입되는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국가 수소 전략에 따른 그린 수소 생산량이 약 2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린비즈는 “운송과 유통, 규제 비용이 명확하게 확정되어야 IRA가 그린 수소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