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2023 트렌드 엿보기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 첫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토끼띠여서 더 반갑습니다. 한해를 작년과 똑같은 나이로 살게 되었으니, 왠지 덤으로 1년을 선물받은 기분이 드네요.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엔 신나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이니 올해 ESG 전망을 좀 다뤄야겠는데요. 예전 신문사에 있었더라면, ‘ESG 전문가 100명에게 물어본 2023년 ESG 트렌드’ 이런 설문조사를 했을 겁니다. 100명 인터뷰를 위해 에디터들이 꽤 고생해야 하는 노력에 비해, ROI가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에 하지 않았습니다.
MSCI가 매년 이맘 때면 트렌드 보고서를 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ESG and Climate Trends to Watch for 2023’을 냈습니다. 무려 70페이지나 됩니다. 매년 임팩트온에서 자세히 보도했는데, 올해는 너무 길기도 하고 지난 1~2년 사이에 워낙 많은 ESG 전문기관들이 생겨났으니 핵심요약정리를 좀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게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ㅠㅠ). 너무 두꺼운 보고서의 경우 임팩트온 에디터들도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미루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입니다. 왜 MSCI는 이렇게 긴 보고서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공급망 혁신, 전자폐기물 주목
뉴스레터를 쓰기 위해 급히 보고서를 좀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많지만 국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공급망 혁신이겠지요. 전자 폐기물 시장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미 중국과 유럽은 4년 전부터 전자 폐기물을 포함한 자원순환 정책과 지침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MSCI가 연관된 제조기업 68개를 분석해보니, 80%의 기업이 전자폐기물과 관련된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개한 20%의 기업은 앞으로 도입될 규제와 원자재 수요 증가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실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기 힘든 가장 큰 원인은 코발트와 니켈과 같은 채굴 금속의 단가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2019년 사이에 전자 폐기물은 920만톤이나 급격히 증가해 총 5350만톤에 도달했습니다. 회수 및 재활용률은 16.7~17.4%로 매우 더디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전자 폐기물 재활용 규정 강화와 금속가격 상승 등은 향후 재활용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독일은 3일(현지시각) “원자재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27개 원자재 중 21개 원자재에 대해 100% 해외 공급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원자재 재활용 수준은 13.4%인데 EU집행위원회는 이 수치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독일은 국내 원자재 채굴을 촉진하기 위해 연방 채굴규정까지 개정할 계획입니다. 또 독일은 중국과 같은 단일 공급국가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칠레, 호주,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 중요한 원자재를 특정 국가에서 수입할 수 있는지 여부는 ESG준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유랙티브는 “독일은 전 세계에서 이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함께 국제 ESG 표준 채택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공급망 실사의무화법이 실시되는 독일의 상황을 지켜보면, 2024년 이후 EU 전체적으로 실시될 공급망 실사의무화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지배구조, 공시,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등
MSCI는 각각의 항목별로 상당히 많은 ESG트렌드를 정리했는데, 이중 몇개만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변화하는 지배구조입니다. 아시아 기업의 이사회 다양성과 인적자본관리의 상관관계를 관찰해보니, 평균적으로 여성 이사가 한명 이상인 회사가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보다 인적자본 관리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겁니다. 인도는 여성임원 의무할당제를 도입했지만 임명된 여성임원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경우가 많아 독립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사외이사에 대한 전문성, 다양성 등에 대한 요구는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슈는 ‘공시’가 있지요. 유럽기준(ESRS), 미국기준(SEC의 기후공시), 글로벌기준(ISSB의 기준) 등 3가지 공시기준이 나왔지만 각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2023년의 관심사입니다. MSCI는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이 가장 디테일이 강하며,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공시항목이 12개 영역에서 11개 영역을 완전히 보고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3가지 공시기준 모두 타깃 목표연도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똑같지만, ISSB(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와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경우 SBTi(과학기반감축목표)에 맞춰서 정하라고 한다든지, 특정 유형(절대적인 탄소총량 감축 혹은 탄소강도 기반 감축)의 정보를 요청하지는 않습니다. 배출범위에 관해서도 스코프3에 대한 완전한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ESRS뿐입니다.
은행의 기후스트레스 테스트에 관한 진전이 훨씬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 홍콩 등은 이미 중앙은행에서 기후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전체적인 금융 안정에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될 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대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은 몇 %라고 보시나요?
또 내년부터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금융공시(SFDR)의 이행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들은 주요 악영향 지표(PAI)를 보고해야 합니다. 2024년부터 이뤄질 보고를 대비해, 2023년부터 자산운용사들은 PAI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유럽 탄소시장의 개혁, CBAM 도입 등으로 인해 탄소는 기업의 자산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2023년에는 더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탄소가격 및 탄소크레딧펀드의 성과 등이 매우 중요해지게 될 겁니다.
집단지성을 통해 MSCI 트렌드리포트를 번역해서 제공하고 싶지만, 아직 여력이 없어 이 정도밖에 전달드리지 못해 송구하네요. 2023년에도 ESG의 기차는 엑셀을 밟으며 달려가는 듯 합니다. 중심을 잡으며, 방향을 잘 살펴봐야 겠습니다.
※이 칼럼은 한주 전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칼럼을 좀 빨리 읽고 싶은 분은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이 칼럼이 출고된 후, SK SOVAC 칼럼에 그동안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 <2023년 5가지 ESG 주제별 전망과 시각>을 출고했으니, 함께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