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워싱 방지 방법론 논쟁…기업은 기준 마련 촉구

2023-01-20     송준호 editor

유럽은 그린워싱을 법과 민간의 자발성 중 무엇으로 방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쟁은 유럽연합(EU) 금융규제기관인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지난 11월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발표하면서 뜨거워졌다. 유럽감독당국(ESA) 이 가이드라인을 내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유럽자산운용협회(EFAMA, European Fund and Asset Management Association)는 “그린워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도입해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ESMA의 조처에 반대했다.
 

그린워싱, 고의성 여부 파악이 핵심…새로운 법적 규제는 불필요

EFAMA는 “그린워싱이라는 용어는 현재의 시장과 규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존 규제의 사법권이 금융 부문에 항상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속가능한 제품은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를 활용해야 한다”고 법적 규제가 아닌 민간의 합의된 정의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FAMA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허위진술이 발생할 경우에 규제당국은 진술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FAMA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데이터 변경으로 그린워싱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고의성이 있는 호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행동의 고의성이 그린워싱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와 유럽금융시장협회(AFME, Association for Financial Markets in Europe)는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는 EFAMA의 의견에 동의했다. ICMA는 “ESA의 그린워싱 정의는 법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데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ICMA는 “현재의 모든 품목을 통제하는 캐치올(Catch-all)식의 접근법은 금융 규제와 정책    입안에 필요한 개념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중복규제를 야기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기보다는 기존의 규제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새로운 단계로 돌입하기 전에, 시장 참여자들이 기존 요구사항을 실행할 시간이 먼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은 상업적 동기가 없는 비영리 단체임을 강조하며 “EU의 법적 규제가 부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근거 없이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린워싱 야기하는 수많은 ESG정보…더 명확한 법적 규제 필요해

유럽 ​​저축 및 소매 은행 그룹(ESBG, European Savings and Retail Banking Group)은 “복잡한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존재하고 이는 그린워싱으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이라며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U의 법적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ESBG는 871개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조3800억유로(약 8556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ESBG는 “‘지속가능하다’는 주장은 명확하고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통일된 지속가능성에 대한 법적 정의가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관련 규정이 항상 명확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기존 법은 투자 설명서와 제품 정보를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의도적인 그린워싱이 발생할 확률은 낮았다”며 “지속가능성 기준을 제시하는 법적 요건이 명확하고 실행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그린워싱 방지 기준 마련 촉구

그린워싱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명확한 정의로 그린워싱을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I, Conservation International)과 위민비즈니스 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이 1월 기업의 기후 행동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기후 행동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연구는 미국, 영국, 유럽의 50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89%는 “기업이 아직 제거하지 못하거나 중화할 수 없는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데 탄소배출권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절반 가량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시장을 실행 가능한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약 30%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민비즈니스는 "전 세계의 다배출 기업 중 1700곳이 배출량의 10%를 탄소시장을 이용하여 상쇄한다면 2030년까지 1조달러(약 1240조원)가 동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규제적 시장(CCM, Compliance Carbon Market)과 달리, 규제기관의 직접적인 감독을 수반하지 않는 자율적인 시장을 말한다. 자발적 시장은 규제적 시장과 운영상의 차이는 있지만 탄소 배출권을 거래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탄소 배출권 거래는 본질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므로, 신뢰를 위협하는 그린워싱은 공동의 적이다.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주저하는 이유(왼쪽)와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오른쪽)에 대한 의견. 주저하는 위에서부터 ▲그린워싱(44%) ▲규제와 투명성 요건 부족(38%) ▲기존의 지속가능성 우선순위와연계의 복잡성(35%) ▲배출량 완화에 대한 직접적 행동 중단(34%) ▲시장의 질에 대한 명확성과 지속성 부족(33%) ▲가격 책정(27%)  ▲평판 리스크(21%) ▲해당사항 없음(4%)/CI, 위 민 비즈니스 연합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 역시 그린워싱이었다. 응답자의 44%는 그린워싱, 38%는 규제 및 투명성 요건의 부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기업들은 투명성 요건 개선(43%)과 프로젝트의 배출량 감축 방식에 대한 명확한 이해(50%)가 탄소 크레딧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