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DR ‘제9조 펀드’ 자격 미달 5분의1이나 해당?
클래리티 AI, 신규 지침 반영하기 위해 ‘시장은 조정 진행 중’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제9조 펀드’에 속한 상품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중대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요건에 해당되면서, 해당 펀드의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지속가능성 분석 기업인 클래리티AI(Clarity AI)에서 발표했다.
클래리티 AI는 제9조 펀드에 해당하는 750개 상품을 가운데 지속가능성 투자 요건에서 벗어난 상품이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제9조 펀드 중 약 18%(전체의 약 5분의 1)는 다국적 기업이 갖춰야 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원칙이나 OECD 가이드라인보다 유해한 정도가 10% 이상 높다고 펀드유럽은 보도했다.
반(反)경쟁 관행, 부패, 환경 영향 등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 166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적발됐다.
특히 화석연료에 투자한 경우도 많았다. 조사 대상 가운데 약 18%는 화석연료 기업과 관련해 투자한 비중이 5-10%에 달했고, 비중이 10% 이상인 곳도 9%로 나타났다.
클래리티 AI는 유럽 ESG 템플릿(EET)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제시하는 공시의 수준이 열악하다는 증거도 나왔다고 펀드유럽은 지적했다.
‘제9조(다크 그린)에 속한 펀드가 제8조(라이트 그린) 펀드로 격하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클래리티 AI는 펀드매니저들이 고의로 투자자들을 오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시장이 규제 및 요건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현재 새로 발표된 지침을 통합하기 위해 시장이 조정되고 있다고 클래리티 AI는 덧붙였다.
클래리티 AI는 ‘제9조 펀드 가운데 43개는 유럽 ESG 템플릿(EET)에 입각한 공시를 내놓는데, 이 중 42%는 UNGC 원칙이나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기업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금은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25개 상품은 요건을 위배한 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다고 클래리티 AI는 밝혔다.
지난해 2분기 제9조 펀드를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의 순자산총액(AUM, Asset Under Management)은 1분기보다 6.4% 감소해 총 4조1800억달러(약 5182조원)라고 펀드유럽은 보도했다. 같은 기간에 SFDR 지위가 변경된 펀드는 700개인데, 제9조에서 제8조로 강등된 16건 외에는 대부분 제6조에서 제8조로 격상된 경우였다고 펀드유럽은 지난 8월 보도했다.
이후 지난해 3분기에는 지속가능성 관련 기금에 대한 그린워싱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유럽연합(EU)의 규제당국인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지속가능성‘과 ’ESG‘의 용어를 상품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려고 나섰다. ESMA의 베레나 로스(Verena Ross) 의장은 펀드유럽에 “ESMA의 목표는 ESG나 지속가능성 측면의 명확하고 측정가능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주장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지난 11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