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⑧】 WEF(세계경제포럼), 기업 비재무정보 측정 기준 공개
21가지 핵심지표, 34가지 확장지표 담고 있어 지배구조, 환경, 직원(종업원), 번영 등 4가지 핵심 축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비교 가능하고 단순화해서,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는 최근 4대 주요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함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핵심지표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96쪽에 달하는 보고서 제목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하기-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한 공통의 지표와 일관된 공시를 향하여(Measuring Stakeholder Capitalism Towards Common Metrics and Consistent Reporting of Sustainable Value Creation)’이다.
WEF,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위한 측정 지표 마련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기업의 ESG 관련 21가지 핵심지표, 34가지 확장지표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1가지 핵심지표는 기업에서 이미 공시하고 있는 정량적 측정기준이다. 34가지 확장지표는 현재 관행이 덜 확립됐거나, 공급망 등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임팩트 측정이 필요한 측정기준이다.
측정지표는 4P로 불리는 4가지 핵심 축(pillar)에 따라 나뉘어져 있다. 각각의 축에 따른, 21가지 핵심지표는 다음과 같다.
▶지배구조 원칙(Principles of Governance)
1) 기업의 목적(purpose): 기업의 목적이 주주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 창출
2) 지배구조의 질(quality): ESG 경쟁력, 독립성, 다양성 등
3) 이해관계자 관여: 이해관계자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성 이슈
4) 윤리적 행동: 반부패 사건사고 숫자
5) 윤리적 행동: 내외부 보고 메커니즘
6) 리스크 및 기회 : 기업의 기회와 위기요인이 중요한 ESG 이슈와 통합돼있는지
▶지구(Planet)
7) 기후변화: 온실가스 배출 등
8) 기후변화: TCFD 실행
9) 자연 손실: 토지 사용 및 생태 민감성
10) 물 이용: 물 소비, 물부족 지역에서 철수
▶사람(People)
11) 다양성 및 포용성: 종업원 연령, 성별, 인종 등
12) 임금 평등: 남녀 임금 격차, 인종간 임금 격차 등
13) 보수 수준: 최저임금 대비 성별 평균임금 비율, CEO와 종업원간 임금 비율
14) 아동, 강제노동 위험: 공급망 공장의 운영형태, 잠재 리스크 국가
15) 건강과 웰빙: 산업재해율 등
16) 미래를 위한 기술: 종업원 교육훈련 시간, 금액 등
▶번영(Prosperity)
17) 고용 및 부의 창출: 종업원 숫자, 신규 종업원 비율, 이직자 숫자 및 비율
18) 고용 및 부의 창출: 매출액, 운영비, 종업원 임금, 세금, 사회공헌 등
19) 고용 및 부의 창출: 재무적인 투자 비용, 배당 등
20)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위한 혁신 : R&D 비용
21) 공동체와 사회 활력: 세금 지출액
보고서,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번 보고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올 1월 다보스포럼에서다.
다보스포럼은 내년 경제, 환경, 지정학, 사회, 기술 등 5개 부문의 글로벌 리스크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발생가능성이 가장 큰 5대 리스크가 모두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상실, 인공자연재해 등 환경부문 리스크였다.
다보스포럼은 이에 “소득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분열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2020년 다보스 매니페스토(Davos Manifesto 2020)’를 선언했다.
2020년 1월 다보스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CEO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는 죽었다”며 “주주 이익 극대화에 대한 이러한 강박관념은 믿을 수 없는 불평등과 지구적 비상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140명의 CEO는 기업의 핵심 ESG에 관한 공통된 측정기준과 비교가능하고 일관된 공시 양식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WEF의 국제비즈니스협의회(IBC)가 주축이 돼 4대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제안서를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이번 지표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연계된 4가지 축을 기본으로 삼았고, ‘DOE(Disclose or Explain, 정보를 공개하거나 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할 것)’ 접근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월부터 7개월까지 200개 이상의 기업과 투자자 등이 협의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WEF의 마하 엘토지(Maha Eltobgy) 투자부문 헤드는 “수천 개의 지표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존의 뒤죽박죽한 지표들을 단순화하는 것이 이번 보고서 발행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WEF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글로벌 빅5 기관이 공통의 ESG 프레임워크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 것과 관련, 이들과 협력해 종합적인 공시 체계와 공통의 측정지표를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슈밥 WEF 창립자는 보도자료에서 “지금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사상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비재무지표 반영 위한 다양한 시도 줄이어
한편, 비재무지표를 의무화하고, 재무지표와 통합시키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EU(유럽연합)은 2014년 ‘비재무 의무공시’(NFRD Non-financing Reporting Directive)를 시작해, 2018년 이를 적용했다. 회계연도 평균 근로자수 500인 이상, 자산총액 2000만 유로 또는 순매출 4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이나 공익법인이 이에 해당된다. EU는 현재 ‘비재무 의무공시’를 개정 중인데, 의무공시 확대 및 EU 택소노미 도입 등 규제가 강화될 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GRI와 SASB, CDSB, IIRC, CDP 등 비재무정보(ESG) 공시 표준을 정하는 5개기관이 협업하기로 11일(현지시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또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지속가능성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최근 열린 버추얼 컨퍼런스에서 한스 후거보스트 IASB 의장은 “실무지침을 개정해 기후 위기에 관한 기업의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 공개초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