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소비재 그린워싱 선제 단속한다

2023-01-30     박지영 editor

영국 경쟁시장국(CMA)이 식품, 음료, 세면도구 등 소비재의 그린워싱을 선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sustainable)’ 또는 ‘환경에 더 좋은(better for the environment)’과 같은 라벨이 붙은 제품이 친환경이라며 허위·과장 광고하고 있지 않은지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CMA는 2021년 9월 친환경 마케팅 시행지침 ‘그린 클레임 코드’를 발표하는 등 그린워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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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는 지난 26일 식음료, 청소용품, 세면도구 등 일용소비재(FMCG) 시장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그린워싱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재는 연간 1300억파운드(1600억달러) 규모를 이루고 있다. 2021년 기준 영국 한 가구당 일주일에 70파운드를 소비재 구매에 쓰고 있다. 소비재 시장에서 그린워싱 단속이 시작되면, 유니레버, 네슬레, 코카콜라, P&G 등 글로벌 대기업 또한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CMA는 소비재 기업이 기후에 민감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을 과장하고 있다고 본다. 소비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요가 많은 필수 제품인만큼 친환경 마케팅이 과열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녹색 프리미엄으로 그린워싱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다. CMA의 사라 카르델 국장은 “소비재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라며 “생활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친환경으로 현혹하면서 소비자에게 잠재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CMA는 패션업계에 제기된 그린워싱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의류업체 아시오스, 부후(Boohoo)에 강제 조치를 취했다. 조사는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마케팅 업계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는 기조는 여전하다. 식음료 업체인 테스코는 허위 광고로 영국 광고표준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테스코의 플랜트 셰프 제품군이 육류 제품에 비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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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필드는 'PLANT BETTER' 이라는 문구를 자사의 제품에 부착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재 시장에서 친환경 마케팅은 활발하다. 유제품 기업 업필드(Upfield)는 자사 제품에 ‘카본 라벨’을 붙이고, 자사의 식물성 마가린이 타 유제품에 비해 70%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토지 사용량과 물 사용량도 50% 적다고 주장한다.

퀀은 자사 제품이 육류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극히 적다는 것을 광고하고 있다. 

대체육 기업인 퀀(Quorn)은 비건 제품이라는 걸 강조하는 동시에 자사의 30개 제품에 대한 탄소 발자국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퀀사는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를 기반으로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없이도 탄소 발자국 라벨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틀리는 자사 제품 패키지에 탄소 감축 비율을 부착하고 있다. 

대체 유제품을 생산하는 오틀리(Oatly)는 자사 제품에 탄소 감축 비율을 붙였다. 포장 용기 겉면에 총 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라벨을 부착한다.

CMA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그린워싱 주장이 제기된다면 기업이 영국 소비자 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그린워싱의 범주에는 ▲증거 없이 제품에 ‘지속가능’ 또는 ‘환경에 더 좋은’ 같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단어를 붙이는 것 ▲마케팅에 모호하고 광범위한 친환경 슬로건을 사용하는 것 ▲제품에 재활용 또는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얼마나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 ▲‘지속가능하다’고 잘못 브랜드화 된 경우가 포함된다.

CMA는 친환경 마케팅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그린워싱을 시사하는 증거를 발견했을 경우, 특정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 등 강제 조치까지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CMA가 그린워싱에 대한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 순 없다. 조사 대상이 조사를 거절할 경우에만 시정을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실리아 파커 소비자보호국장은 “소비자법에 따라 그린워싱을 처리하도록 정부가 CMA의 권한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린워싱 처벌 수위 강화를 시사한 것이다.

CMA는 “2008년 발효된 불공정 거래 기준을 활용해 그린워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종의 심폐소생술(CPR)을 취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기업이 자신들의 관행을 재검토하고 법안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린워싱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기조는 영국 뿐 아니라 EU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친환경 마케팅을 활용한 상품의 53%가 비논리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근거가 없는 정보에서 나온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에 지난 16일 EU집행위원회는 ‘자연친화적’, ‘100% 재활용’ 등의 친환경 문구의 과학적 입증 의무를 부과하는 제품광고 그린워싱 방지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