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KT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보수위원회부터 만들어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소유분산기업은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 형태로 소유집중기업의 반대 개념으로, 최근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교체가 반복되는 지배구조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가 주목받는 만큼 토론도 뜨거웠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연구는 미국에서 지난 90년간 진행됐으므로 해결책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사회에 보수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지배구조는 제자리걸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실장은 “사외이사가 CEO나 사내이사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하거나 실효성이 없는 CEO 승계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문제, CEO가 스스로 연임하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꼬집었다.
간담회장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금융권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KT의 지배구조 이슈와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식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대리인 문제…내부 제도와 주주행동주의로 해결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는 대리인 문제의 해결이 핵심”이라며 “지배주주가 명확하지 않다면 경영 전반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고 광범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CEO를 대리인으로 규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의 대리인 문제는 CEO가 통제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형태로 나타난다. 김형석 연구위원은 “CEO가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 등록된 셀프 추천이나 자신의 참호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이 관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기업 내부에 CEO의 선임 및 연임 절차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제한하는 규율체계를 만드는 것과 외부의 견제와 감시 체계를 공고히 형성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김형석 연구위원은 “대규모 기업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방법과 확인 절차를 담은 경영승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견제에 대해서 김 연구위원은 “대리인 문제는 외부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기준 완화, 전자투표제 확대를 통해 CEO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적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나 투자 대상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주주권 행사 수준을 기금 운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주 소집 청구권을 완화하고 전자투표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지배구조 솔루션 제시…방법론에서 입장차 보여
패널들은 법적 규제와 시장 규제, 전자투표제 확대와 소집청구권 완화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정성두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는 “소유분산기업에 관한 법적 논의가 부족했고 법무부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제를 선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전자투표를 사전 투표뿐만 아니라 회의 전반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은 주주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공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이사 선임 시 질문 문항에 빈칸 채우기 수준에 머무르는데, 가까운 일본의 사례만 봐도 이사에 관해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임을 결정하기 전 해당 이사에 관한 주주의 찬성과 반대 결과도 공개해야 주주들이 바른 선택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홍민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EO 연임 문제는 법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 규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홍민 교수는 “국민연금이 대표하여 해외 국부펀드에 준하는 보상체계를 스튜어드십 코드에 담아야 하며, 사학연금 등과 손잡고 공적연금 연합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를 실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CEO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주가와 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사유를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신용평가기관도 CEO의 참호 구축이 관측되면 ESG 점수에 상당한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전자투표제 확대에는 일부 동감하나 소집 청구권 완화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성훈 그룹장은 “소액 주주들이 이를 통해 의결권을 많이 갖게 되고 사전 투표인 전자투표제를 통해 주가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표가 쏟아져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이해와 주주가치 제고가 선행되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정훈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 팀장과 송병관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은 기관 투자자를 통한 주주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훈 팀장은 “기관투자자는 정보력과 인적⋅물적 자원이 개인 투자자보다 더 많기 때문에 기업을 더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병관 팀장은 “204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으로 금융위는 스튜어드십코드에 ESG 추세와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개정에 관한 결론을 연내에 내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포스코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ESG위원회와 감사위원회가 있고 외견상 지배구조가 좋으며 평가 등급도 잘 나온다”며 “문제는 중요한 보상 위원회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보상 위원회는 CEO를 선임과 평가, 보상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김 교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이사회보다도 보상 위원회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며 “CEO 보수에 관한 안건 자체가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며, 이는 포스코와 KT 같은 소유분산기업에서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동섭 실장은 “국민연금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1년 12월에 이사회 책임투자 방향 설명서를 공개했고, 기업과의 대화와 같은 수탁자 책임활동을 2019년 138건에서 현재 약 240건 정도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권과 의결권 행사를 더 강화하라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있음을 알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수익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