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에 지속가능성 담기나"...국제회계기준(IFRS), 실무지침 개정안 마련중
한스 후거보스트 국제회계기준위원회 의장, 최근 컨퍼런스 기조연설서 밝혀 내년 개정 실무지침 발표될 예정
“향후 지속가능성 이슈들이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국제회계기준) 재무제표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반영될 것이다.”
한스 후거보스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의장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그가 밝힌 주제는 ‘코로나 19 팬데믹’과 ‘지속가능성’ 두 가지였는데, 특히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회계기준 향후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후거보스트는 “지속가능성은 점점 더 경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기업 자산의 내용연수가 단축될 수 있으며, 이는 감가상각이 가속화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 예로 최근 발표된 일부 대형 석유회사들의 탐사 관련 자산 손실을 언급했다. 그는 “석유회사들은 향후 수십년 간의 유가 추정치를 상당히 하향 조정했는데, 이들은 향후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깨닫고 이를 자산 손실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현재 경영검토의견서(Management Commentary Practice Statement)라 불리는 실무지침을 개정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거보스트는 “우리는 이 실무지침서 개정을 통해,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기후 위기 이슈를 식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공개 초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나라별로 제각각인 회계처리를 통일하는 기준을 의미하며, 우리나라는 이를 완전히 도입하기로 한 전면도입국이다.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 및 금융회사가 IFRS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만약 IFRS의 개정된 실무지침이 도입되면, 국내 기업 연차보고서에도 지속가능성 이슈가 포함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임팩트온은 후거보스트의 컨퍼런스 기조연설 내용 전문을 요약,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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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많은 정부들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19 대유행을 계기로 이러한 목표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부 또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제를 재건하는 ‘더 나은 회복’을 이야기한다.
지속가능성 문제는 앞으로 수년 간 두드러질 것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회계보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 있다.
우선, 재무보고는 지속가능성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 중 어느 것도 ‘기후변화’ 또는 ‘지속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재무보고는 단지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려고 하며, 투자자와 채권자들에게 의사 결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IFRS는 정보의 중립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나 동료 이사회 멤버이자 호주 회계기준위원회에서 일해온 닉 앤더슨(Nick Anderson)의 보고서를 보면, 국제회계기준이 지속가능성 문제와 단절돼 있는 것이 기만적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IAS 1016(부동산, 공장 및 장비 기준서)는 기업의 자산이 얼마나 유용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추정하도록 요구한다. 그 추정치를 바탕으로 매년 자산이 얼마나 감가상각되거나 상각될 지 결정한다. 기후변화로 기업 자산의 내용연수가 단축될 수 있으며, 이는 감가상각이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석유 회사는 탐사 자산의 원가를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IAS 36에서는 그런 자산을 손실로 반영토록 할 것이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탄소 집약적 산업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은행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더 엄격한 규제가 시행될 때 신용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 결과, IFRS 9는 은행이 충당금 적립에 이를 반영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광산 회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에 해체해야 할 부채의 추정치를 조정하고 충당금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리스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만약 해당 기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묻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공시가 현재보다 훨씬 더 널리 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문제가 더 시급해지고 넷 제로를 향한 공공정책이 더 강해질수록, 재무제표는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몇몇 주요 석유회사들의 재무제표는 이러한 추세가 이미 충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일부 대형 석유 회사들은 탐사 관련 자산에 대한 주요 손실을 발표했다.
이러한 손실은 향후 수십 년간의 유가 추정치를 상당히 하향 조정함으로써 촉발되었다. 이러한 유가 하락의 원인은 코로나 19 펜데믹뿐 아니라 탄소중립(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현실에 있다. 따라서 석유회사들은 이러한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자산의 일부가 고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고, 이것을 자산 손실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몇 년간 지속가능성 이슈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IFRS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이다.
요약하자면, ‘전통적인’ 재무보고는 더 많은 지속가능성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이슈가 더 중요해짐에 따라, 우리의 원칙중심 기준서에서는 재무제표가 이 이슈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반영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IFRS 보고는 지속가능성 보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별도의 지속가능성 보고는 필요치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개발 중인 지속가능성 보고는 재무보고에 상당한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다. 사실 지속가능성 문제는 범위가 매우 넓다. 기후변화 뿐 아니라 기업의 인력 투자와 사업모델의 내구성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또 많은 지속가능성 문제는 매우 불확실하다. 인식과 측정을 둘러싼 상당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종종 불가능해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성 표준은 종종 비금융 핵심성과지표(KPI)를 사용한다. 이러한 KPI는 한참 후에야 재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추세를 설명한다. 이 정보가 불확실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이전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경영검토의견서(Management Commentary Practice Statement)를 개발한 이유다. 이 실무지침은 기본적으로 연차보고서의 서술형 부분을 작성하는 방법에 관한 지침을 제공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현재 이 실무지침의 개정판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실무지침서 개정을 통해,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기후 위기 이슈를 식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공개 초안이 나올 것이다.
지속가능성 보고의 또다른 이점은 기업이 지속가능성 이슈의 재무적인 결과를 훨씬 더 빨리 인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제안하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석유회사는 에너지 전환을 장기적 재무리스크로 높일 수 있다.
분명히, 지속가능성은 점점 더 경제 문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재무 보고와 지속가능성 보고가 더욱 긴밀하게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중 대부분은 환경오염이 가장 심한 경제활동의 부정적인 외부성을 다루는 정부의 규제에 달려있다. 현실적인 등유세가 매겨질 경우 항공업계의 재무보고서는 이를 실제 비행 비용으로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무보고는 결국 지속가능성 보고와 매우 근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