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3월부터 ‘대차대조표 런오프’ 확정…친환경 기업 지원은 유지
ECB 정책 미약하다는 지적도, 포트폴리오 전면 개편안에는 못 미쳐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상과 함께 오는 3월부터 5조유로(약 6690조원)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축소한다는 ‘대차대조표 런오프’ 계획을 시행한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해 12월 처음 제시된 내용으로, 친환경 기업의 채권 일부를 재투자하는 현재 기조는 유지한다고 ECB는 밝혔다.
ECB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자산매입프로그램(APP, Asset Purchase Programme)을 시행해왔다. 이번 런오프는 APP를 통해 매입한 만기 채권의 수익을 재투자하지 않는 양적긴축(QT) 방식으로 유가증권 비중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ECB는 지금껏 화석연료 기반 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채권을 재투자해왔는데, 이번 정책으로 기업의 기후 활동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ECB, 탈탄소화 관련 채권은 예외로 둬
ECB는 3월까지 탈탄소화 관련 실적이 양호한 기업 외에는 민간 채권 매입을 중단하는 한편, 발행시장(1차 시장)에서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녹색 채권 매입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지속가능한 금융 부문 싱크탱크인 인류세사채연구소(AFII, Anthropocene Fixed Income Institute)의 포트폴리오 전략 책임자인 조 리처드슨(Jo Richardson)은 로이터통신에 “ECB가 보유한 민간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기업으로 채운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AFII의 리처드슨은 “ECB는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기업의 기후 성과에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회사채의 최대 구매자인 ECB의 기조는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ECB를 포함한 대출자들이 그린워싱의 공범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ECB의 이사인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은 재투자를 활용한 정책만으로는 ECB의 기후 공약을 달성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CB의 슈나벨은 그린 크레딧이 없는 기업의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해 녹색 채권으로 대체하는 방안과 더불어 녹색 자금에 가까운 글로벌 기업에서 발행한 채권의 보유량을 늘리는 등 채권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 글로벌의 실비안 브로이어(Sylvain Broy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ECB는 민간 채권 시장에 매달 약 24억 유로(약 3조2000억원)를 재투자하게 된다”며 “이 자금을 모두 녹색 채권에 재투자해도 ECB의 민간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그린화’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