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이니셔티브에서도 퇴출...BNY멜론 수난시대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자 이니셔티브인 CA100+에서 처음으로 제명당한 투자자가 나왔다. 지난해 5월 펀드 규제를 어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ESG 과징금을 부여받은 BNY멜론의 자회사 멜론 인베스트먼트(Mellon Investments)다.
멜론 인베스트먼트는 CA100+ 투자자 그룹이 충족해야 하는 최소 요구 사항인 “5년 안에 적어도 하나의 포커스 기업에 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지 않아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CA100+ 회원 중 처음이자 유일한 제명이다.
CA100+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감축을 위한 투자자 이니셔티브다. 615곳의 투자자가 참여 중이며, 투자사들이 관리하거나 소유한 자산만 60조달러(7경 1500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167개 기업을 포커스 기업으로 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기후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안다 자산운용은 투자자 그룹으로 CA100+에 참여하고 있고, 한국전력과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은 포커스 기업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기관투자가인 APG와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 한국전력과 SK이노베이션을, 이오스 자산운용은 포스코홀딩스를 포커스 기업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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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투자미디어 RI에 따르면, 멜론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퇴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NY멜론의 다른 자회사인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Insight Investment), 뉴턴 인베스트 매니지먼트(Newton Investment Management), 월터 스캇 앤 파트너스(Walter Scott & Partners)는 아직 회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멜론인베스트먼트는 지수(index)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사다.
멜론 인베스트먼트는 자사의 대리 투표(proxy voting) 보고서에서 기후 관여 성과를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 적어도 하나의 CA100+ 목표를 달성했으며,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엔진넘버원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주장했다.
주총에서 엔진넘버원은 이사회 후보로 4명을 추천했는데, 멜론 인베스트먼트의 동의로 인해 4명 중 3명이 이사회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타 투자자들보다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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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인베스트먼트는 보고서에서 “대리 투표 및 관여는 우리 비즈니스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주요한 기둥 중 하나이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덱스 포트폴리오의 투자 관리자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BNY멜론은 지난해 5월 ESG 워싱으로 과징금을 받은 적 있다. 자사의 특정 뮤추얼 펀드에 “ESG 문제가 고려되도록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위험 및 기회를 식별하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허위·과장인 것으로 드러나 SEC으로부터 과징금 19억원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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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의 자회사 중 하나인 월터 스콧&파트너스는 지난해 탄소 감축을 위한 영국의 투자자 행동그룹 셰어액션(ShareAction)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기도 했다. 68개 투자사를 대상으로 점수를 매긴 셰어액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투자사는 ESG 제안 중에서 환경에 관련된 제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BNY멜론은 RI에 “CA100+로부터 제명당한 줄 몰랐다”며 “우리는 CA100+ 목표에 전념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회원 자격을 갱신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BNY멜론 및 자회사는 기후 관여를 위한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CA100+ 참여 목록에 있는 여러 기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