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환경청, 발전소들 95% 탄소 포집해야 한다

2023-02-08     김환이 editor
영국 환경청(EA)이 블루 수소 생산에 관한 새로운 규제 지침을 발표했다/언스플래쉬

영국 환경청(EA)이 블루 수소 생산에 관한 새로운 규제 지침을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블루 수소를 생산하거나 발전소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대상자들은 탄소포획 기술을 활용해 95% 이상의 탄소를 포집해야 한다. 탄소 포획(CC), 연소 후 탄소포획(PCC), 탄소 포집 및 저장(CCS) 등의 탄소 포집 기술을 허용한다. 만약 탄소 포집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명시해야 한다. 

이 규제 지침은 메탄이나 정제 연료 가스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거나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획하는 대규모 산업용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다. 

앞으로 신규 및 기존 발전소들은 탄소 포집 기술 및 에너지ㆍ자원 효율성을 고려하고, 탄소를 제외한 다른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발전소가 환경 허가를 받고 주정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수소가 '저탄소'로 분류되고 발전소의 수명 주기 배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2030년까지 10GW 저탄소 수소 생산하겠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최소 10GW의 저탄소 수소 생산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작년 초 정부는 에너지 보안 전략 회의에서 수소 용량 목표치를 5GW(기가와트)에서 10GW로 높였다. 

이 중 최소 절반 이상은 그린 수소여야 한다. 그린 수소는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하는 발전 시설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추출 및 생산한다. 나머지는 블루 수소로, 화석연료 기반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수소를 말한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그룹 웨스트우드는 영국 발전소 송유관에 총 용량 13GW의 블루 수소 프로젝트가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이번 규제 지침이 영국 블루 수소의 발전소를 설계 및 개발하는 것을 활성화하고, 2030년까지 블루 수소 기술이 영국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소 포획 목표, 경제성 등 여러 이유로 실현 가능성 의문

블루 수소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언스플레쉬

이번 규제지침은 실현가능성,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탄소 포획 기술이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어 탄소를 상업적 규모로 포획하기에는 부족하다. 블루 수소가 그린 수소에 비해 확장성이 높지만 저탄소 기술로 간주될 수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영국 기후 씽크탱크 E3G의 수석 정책 고문인 줄리엣 필립스(Julliet Phillps)는 “탄소 포획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블루 수소에 투자만 하게 된다면 영국 넷제로 전환 방향에서 뒤처질 것”이며 "불안정한 국제 가스 시장에서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블루 수소에만 치우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수소는 ‘화석연료 트로이목마’가 될 수 있다”며 “높아지는 천연가스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청구하면서 탄소 배출량 감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블루 수소는 값비싼 천연가스 시장 흐름에서의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FA)는 지난 5월 영국이 가스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두고 블루 수소에 대한 투자 사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가스 도매가격은 적어도 2027년까지 2021년 수준보다 3배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IEEFA 유럽 에너지 파이낸스 연구소장 아르준 플로라(Arjun Flora)는 “블루 수소는 그린 수소를 위한 ‘교량(bridge)’로서의 인식이 강했지만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가스 가격은 열량 당 평균 50펜시 이하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7월에는 100펜스, 2022년 8월에는 400펜스를 웃돌자 경제성 측면에서 블루수소에 투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블루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 어떤 프로젝트가 더 발전된 단계로 진행될지는 알기 어렵다”며 “블루 수소가 경제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스 상황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