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머금은 콘크리트 속속 등장
지난 5일, 롯데건설이 기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저감하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건설 신소재 기술개발 벤처기업인 위드엠텍과 함께 친환경 콘크리트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의 주 원료인 시멘트는 흔히 1톤을 생산하는데 0.9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롯데건설은 신기술을 통해 시멘트를 5%만 사용하고도 기존 콘크리트 대비 거의 같은 강도를 지닌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했다고 한다.
한편, 해외에선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신생 기업이 캐나다 회사와 협력하여 콘크리트에 가스를 가두는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이번 기술 제휴는 업계 내 처음으로, 관계자들은 탄소저장 콘크리트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암석에 포획하는 캘리포니아 기업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스(Heirloom Carbon Technologies)와 캐나다의 콘크리트 기술 회사인 카본큐어(CarbonCure)가 참여했다. 카본큐어는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성분과 혼합하여 콘크리트를 강화하는 광물로 바꾸는데, 이를 통해 콘크리트 제조에 있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시멘트의 필요성을 줄인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유엔 과학자들은 현재 배출량을 줄이는 것 외에 이미 대기 중에 있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결론지었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또는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획할 수 있어야 하고, ▲포획한 이산화탄소를 수 세기 동안 가두어둘 수 있어야 한다.
에어룸은 샌프란시스코 본사 주변에서 채취한 이산화탄소 약 30kg을 벌컨 머티리얼스의 자회사인 센트럴 콘크리트에 공급했다. 이후 센트럴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탄소저장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포획했다. 이는 자동차로 약 120km를 주행할 때의 배기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이러한 직접 공기 포획 기술(Direct Air Capture, DAC)을 사용하여 대기 중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에 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룸의 탄소 광물화 공정은 다음과 같다. 부서진 석회암 조각을 가열하여 자연적으로 흡수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 다음,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암석을 거대한 쟁반 위에 올린다. 다음 3일 동안 암석의 절반 가까이 되는 무게의 가스를 암석에 스펀지처럼 흡수시킨다.
에어룸의 CEO 사샨크 사말라는 “석회암은 대기 중 탄소를 끌어당기는 능력이 있지만 느리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석회암이 탄소를 훨씬 더 빠르게 끌어당길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관리하는 카본 다이렉트(Carbon Direct)의 수석 과학자 훌리오 프리드먼은 이번 기술 제휴를 두고 “지금은 약간의 배출량 감소를 이루고 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콘크리트는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만약 탄소저장 콘크리트의 공정이 개선되고 글로벌화된다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드먼은 “직접 공기 포획 기술과 콘크리트는 큰 성과”라며 칭찬했다.
탄소저장 콘크리트, 보편화에는 시간걸릴 것으로 보여
그러나 금전적 문제로 탄소 포획과 저장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어룸과 같은 회사들은 연간 수십억 톤의 탄소를 포획할 수 있는 비싸고 거대한 공장이 필요하다. 사말라는 “공기 중 10억 톤의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가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태양광, 건물, 송전탑 및 기타 인프라 자금 제공자들이 탄소 인프라에도 자금을 댈 것으로 예상한다.
탄소 가격 또한 하락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와 업계는 이산화탄소 톤당 100달러가 합리적인 가격이라 보고 있다. 에어룸은 톤당 약 100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사말라는 그의 프로젝트가 연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때쯤이면 1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콘크리트 자체에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는 주요 결합체인 시멘트와 함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 카본큐어의 CEO 롭 니벤은 기술을 통해 배출량의 약 5%를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재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편재성은 매력적이다. 기후 옹호 단체 카본180(Carbon 180)의 과학 부소장인 아누 칸은 콘크리트를 두고 “DAC의 현재 저장 공간 병목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매우 사려 깊은 방법”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