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브리티시볼트 파산과 ESG 데이터 이야기

2023-02-08     박란희 chief editor

안녕하세요. 이번주엔 두 가지 이슈를 풀어볼까 합니다.
먼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관한 소식입니다. 우선 영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공급망 독립’을 목표로 야심차게 지원했던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Britshvolt)가 끝내 파산했다는 소식입니다. 영국 최초의 국산 배터리 생산자가 되겠다던 브리티시볼트의 약속이 수포로 돌아가자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2019년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배터리 공장을 구축해놓으면 수요자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장을 세우기 전에 주문을 확보해놓는 기존 업계의 관행을 뒤집은 것이지요. 그만큼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인데, 배터리 공급자가 많지 않으니 가능해보였습니다. 원통형 21700배터리셀의 성능과 충전속도를 높인 버전을 개발한다고 했습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파이낸셜타임즈는 한 전직 직원의 말을 빌어 “배터리 산업에 이미 수많은 지적재산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걸 넘어서기 어려웠으며, 영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한정돼있고 닛산, 도요타, 스텔란티스 등 영국 공장을 보유한 자동차회사들이 있어도 본사는 해외에 있다보니 글로벌 여러 공장을 동시에 가동하는 기업들에게 배터리를 조달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만이 엄격한 조건으로 배터리를 소량 주문하면서, 자금조달이 막혔습니다. 

브리티시볼트의 조감도.

 

에너지 전환 보조금 정책 비판 

브리티시볼트의 파산 이후 영국은 보조금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지 배터리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무려 70개의 전문 배터리 회사가 미국에 설립됐다는 게 FT의 보도입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배터리 공급망 자국화라는 명분으로 1억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아직 스타트업인 이 회사를 18개월 가량 실사하느라 중요한 자금조달 라운드를 놓쳤으며 정부 투자가 없으니 민간의 후속투자도 이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우선 재정지원을 통해 거액의 선금을 제공하고, 이후 꼼꼼한 실사절차를 통해 나중에 삭감되는 관행이 있는데, 영국 정부는 이런 에너지 전환 보조금 절차가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국내에도 되짚어볼만한 사항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술투자가 계속되면서, 테슬라는 최근 ‘4680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고 하지요.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주로 사용된 원통형 배터리를 테슬라가 전기차로 사용처를 넓히며, 배터리 크기와 용량을 2배 이상 키운 것으로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미 볼보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고, 중국 최대 정유사인 페트로차이나와 최대 국영자동차회사 SAIC, 세계 최대 배터리회사인 CATL이 전기차용 스왑 가능한 배터리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힌 게 지난해 9월입니다. 최근에는 니켈, 코발트, 리튬을 없애거나 줄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흐름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 ‘어닝쇼크(실적 충격)’을 기록하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97%나 감소한 걸 보니 섬뜩합니다. 국내 기업들의 미래 산업 전환, 에너지 전환에 대한 빠른 학습과 투자가 더 속도를 내야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듭니다. 

 

ESG 데이터의 시대

두 번째 소식은 ESG 데이터 세상이 오고 있다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 초 SK마이써니팀과 이노소셜랩의 ‘2023 ESG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당시에도 SAP 파트너의 설명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작년에만 무려 200개 넘는 기업을 만났을만큼, 국내 기업들의 ESG 데이터세트 구축이 화제라고 하는데요. 결국 ESG 공시 의무화가 안착될 경우 이는 회계의 한 파트로 안착될 것이고, 회계 계정 원장처럼 ESG 데이터도 기록하고 측정하고 관리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미국에선 증권거래위위원회(SEC)가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기업 재무보고서에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공시의무화 규칙을 완성하고 있는 단계이고, 유럽은 이미 공시 의무화 일정이 나와있어서 2024년이면 대기업은 ESG 공시를 해야 합니다. FT는 “재무제표 작성에 사용되는 내부시스템을 ESG에 적용하기 위해, 회계 배경을 지는 ‘ESG 책임자(ESG Controllers)’를 임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미국 지속가능성 및 ESG 책임자인 크리스틴 설리번(Kristen Sullivan)은 FT에 “ESG 보고서 작성에 대한 규칙, 엄격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재무조직이 매우 중요하며, 기존의 기업 (재무)보고와 일치하도록 빠른 시간에 성숙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4대 회계법인은 ESG 공시에 대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EY가 올해 말 컨설팅부문과 감사부문을 분리할 예정인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서비스 부문이 양쪽 가운데 어디로 갈 것인가 입니다. FT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부문은 감사부문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보고가 회계 감사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챗GPT에게 묻고 싶은 것

지금 미국에서는 기업과 로비단체들이 소위 스코프3(공급망 등 가치사슬 전체의 탄소배출량)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SEC의 기후규정에 대해 적극 반발하면서,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스코프3가 포함될 경우 아직 측정방법의 명확화 부족, 준비부족 현실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무리일 뿐만 아니라, 잘못 공시했을 때 소송을 당할 위험까지 있어 기업들은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SEC는 2024년 대통령 전에 기후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기 위해 몇달안에 기후공시 규칙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밖에도 전해드리고 싶은 이슈가 정말 많은데, 시간과 리소스가 제한적이어서 참 아쉽습니다. 챗GPT가 보편화되면 자동번역을 통해 해외 기사들을 모두 순식간에 읽게 될테니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싶다가도, 이제 기자들의 역할이 확 줄어들텐데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영국에선 제레미 헌트 수상이 챗GPT를 사용해서 자신의 혁신 연설 서론을 써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챗GPT에게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10가지 계획’을 요청하면, R&D 투자, 스타트업 지원, 자금지원 등 친숙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전 정부에서 했던 모든 정책자료를 다 볼 수 있을테니, 그럴만도 합니다. 그럼 정부는 왜 있느냐는 것이지요. 
인간은  여러분은 챗GPT한테 무엇을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이번 한주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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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