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 앨라배마 아동 노동 혐의... 美 노동부 협의, 주주서한도
현대차가 미국에서 협력업체의 아동노동 착취 의혹을 해소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노동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앞서 현대차 앨라배마 지역 협력사에서 적게는 12살짜리까지 중남미 출신 어린이가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에 현대차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는 로이터에 제시한 성명에서 최근 미 노동부와 일련의 회의를 열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앨라배마에 있는 현대 계열사와 티어1(Tier1) 공급업체가 조사대상이다. 노동부는 아동 노동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논의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대신 성명을 발표하며 “고용주가 법에 따라 책임을 이행하고,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고용주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현대차 마이클 스튜어트 대변인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컴플라이언스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브리핑에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상세히 설명했다.
현대차는 전체 미국 공급망에 대해 새로운 고용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구직자의 신분을 검증하고 부당노동 익명 제보 핫라인을 개설하는 한편, 고용대행 회사 이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고용대행 회사에서 때때로 미성년 근로자를 공장에 배치해왔다”고 짚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대차는 “앨라배마 전역의 29개 협력사를 방문하거나 회담을 가졌고 독립적인 제3자 감독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며 조치를 설명했다. 현대차는 “티어1 공급업체에서는 미성년 노동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고용대행 회사가 공장 여러 곳에 젊은 외모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관계사의 아동 노동 의혹이 불거지자 지역 정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앨라배마를 지역구로 둔 테리 스웰 하원의원은 "아동 노동은 혐오스럽고(abhorrent) 용납할(unacceptable)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주에도 현대와 기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공장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차와 논의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아동 노동의 사용이 용납될 수 없다는 스웰 의원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현대차가 아동노동 의혹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이터는 지난해 7월 현대차 협력사 중 하나인 스마트 앨라배마가 루베른 금속 스탬프 용접 공장에서 12세 정도의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 뒤인 8월 미국 노동부는 2021년 11월부터 한국 대구에 위치한 현대차 협력사인 SL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SL앨라배마가 알렉산더시티 공장에서 16세 미만 아동을 고용해 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또 12월, 최근 몇 년간 앨라배마에 있는 4개 이상의 현대 및 기아차 납품업체에서 아동 노동이 이뤄진 점을 확인했다고도 보도했다.
앨라배마주와 미국 법률은 16세 미만에게 공장 노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18세 미만의 모든 근로자는 금속 프레스, 절단기 및 과속 지게차 등 위험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공장에서 많은 작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앨라배마 공장의 상당수는 노동력 부족 때문에 저임금 조립라인 노동자를 거의 조사하지 않고 고용대행 회사에 채용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이 늦어질 경우 분당 수천 달러의 연체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아동 노동 규제에 대한 벌금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아동노동 논란에 서한 보낸 주주
이에 주주들의 서한도 나왔다. 현대차 2만7000주를 보유한 펀드와 협력하고 있는 SOC인베스트먼트그룹은 현대차에 공급업체 감독에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는 서한을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몽고메리 어드버타이저(Montgomery advertiser)는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다. 서한에는 다음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자동차의 인권 및 노동권 약속과 공급망 및 운영의 기존 관행 간의 조정에 대한 독립적인 제3자 검토를 의뢰해달라.
▲현대자동차의 미국 공급망에 대한 지속적인 제3자 모니터링을 약속해달라.
▲이사회에 인권전문가 선임해달라.
▲불법 행위 적발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대자동차 미국 공급망 근로자의 고용 연속성을 보장할 것을 약속해달라.
SO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18일과 11월 3일 “인권 및 노동권 침해 관련으로 인한 평판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번 서한과 유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담아 답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OC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서한에서 “현대차로부터 받은 답변은 최근 언론 보도와 불일치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보도들은 현대의 인권 감시 시스템과 진행 중인 평가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