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주투표 이사 선출' 법적 근거 제시, 주주행동주의 시험대

전 세계 행동주의 펀드에 평가 엇갈려, 한국에선 은행권 감사 착수

2023-02-14     양윤혁 editor
캐나다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실험적인 법안을 다음 달 시도할 계획이다./ gettyimagesbank 

전 세계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늘면서 캐나다에선 투자자들에게 이사 선출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캐나다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가 캠페인을 벌인 캐나다 기업은 53곳으로 전 세계 4위, 한국 기업은 47곳으로 5위에 올랐다.

캐나다가 지금껏 비교적 주주행동주의 펀드에서 자유로웠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변화할 것으로 캐나다 법조계는 예측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의 수는 전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상승세는 가팔랐다. 지난해 511개 기업이 영향을 받아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미국은 지난 2021년 대비 약 10%가 늘었는데, 캐나다는 지난 2021년 대비 약 18% 늘었다.

캐나다는 지난해 8월 연방법을 개정해 투자자들이 기업 이사로 지명된 후보에 대한 찬반을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 기업 내 자체정책으로 투표를 시행한 기업도 있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법적 지위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미국 법무법인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의 파트너인 하이디 라인하트(Heidi Reinhart)는 로이터통신에 “이제 투자자의 반대표가 충분히 확보되면 해당 후보는 선정될 수 없다”며 “특정 이사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하트는 주주들에게 일정 영향력을 부여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펀드, 대담한 투자 이어져

글로벌 헤지펀드 정보기업인 헤지펀드리서치(HFR, Hedge Fund Research)는 지난달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약 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향후 대담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M&A 투자는 약 17%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이 관철되는 비율은 낮게 나타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에서 주주 제안이 승인된 경우는 전체의 약 22%로, 미국의 26%, 유럽의 약 34%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한국 내 배당 높인 은행들, 금융감독원 감사 나섰다

행동주의 펀드의 파장은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지난 2018년부터 알려졌다. 한국의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지난 2018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한진그룹 경영진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국내 투자기업인 얼라인파트너스(Align Partners)는 지난해부터 국내 7대 금융지주사와 SM엔터테인먼트. KT&G 등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거나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국내 투자기업인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 SM 등에 행동주의로 지난해부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lignPartners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의 지분 약 14%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JB금융은 지난해 배당성향 27%의 수준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했는데, 얼라인파트너스는 오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연간 배당성향 33% 수준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 자본건전성이 악화됨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을 예고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및 자본여력이 뒷받침되는 범위 내에서 자율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조선비즈가 지난 6일 전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관련 지침을 발표한 이후 감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일주일이 지난 후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자본건전성 점검에 나섰다. 특히 배당성향이 높은 JB금융 산하 전북·광주은행을 집중적으로 감사할 계획이라고 시사저널이코노미 등 국내언론이 일제히 지난 13일 보도했다.

 

금융ㆍ소비재ㆍ콘텐츠까지 손길 미쳐

금융지주뿐 아니라 얼라인파트너스는 1%도 채 안 되는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에 영향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4.8%를 보유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기업인 라이크기획에 부당하게 인세를 지급하는 등 잘못된 지배구조를 형성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대로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했고, 이후에는 지난 3일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한다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한 달 새 7만원대에서 11만원 선까지 뛰어오른 상황이다.

이외에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KT&G에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제안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도 새로운 행동주의 활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이끌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재개되면서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동시에 주가도 부양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