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항공기 도입은 친환경적일까?...불붙은 항공업계 EU택소노미 논란
지난 17일, 환경단체 T&E는 항공업계 고효율에너지 항공기 도입에 대한 EU택소노미 추가를 재고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22년 발표된 EU택소노미기준 초안에서는 노후 항공기를 高에너지효율의 최신기종으로 교체할 경우, 이를 친환경 투자로 분류하는 기준이 제시되었는데,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ion∙EC)는 이에 대한 통과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최신 기종 도입을 통해 항공기의 탄소배출을 15%~20% 가량 감축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EU택소노미에 포함시켜 ‘친환경 인증’을 부여하는 것은 그린워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환경단체, "에너지 효율 높인다고 친환경적이라 볼 수 없어”
실제 유럽환경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7년까지 항공기의 에너지 효율은 약 18%가량 상승했지만, 항공업계의 탄소배출은 무려 129%나 증가했다. 특히, 항공업계는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2%가량을 차지하며, 고(高)탄소배출섹터로 분류되어 있다.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지속가능한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등을 통해 높은 탄소 배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후화된 항공기의 교체는 EU택소노미가 아니더라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일이기에, 이를 친환경적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T&E의 항공산업 디렉터 조 다든 (Jo Dardenne)은 “만약 녹색 펀드가 높은 에너지 효율의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후 이를 친환경적이라고 포장한다면, 사람들은 이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항공업계는 같은 논리로 사람들을 속이려 하고 있는데, 유럽집행위원회는 왜 여기에 넘어가려 하는 것인가”라며 반문을 제기했다.
실제,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에는 약 7200대 가량의 신규 항공기 발주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 중 80%의 항공기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최신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만약 현 기준의 항공업계 EU택소노미가 통과된다면, 해당 항공기를 구매하는 항공사들은 모두 ‘친환경 투자’를 수행한 것으로 분류된다.
친환경 항공기 도입 빨라야 2035년… 친환경 전환 위한 재정지원 필요
항공업계 측은 빠른 친환경 전환을 위해서는 EU택소노미 추가를 통해 빠른 재정 유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AF나 수소 항공기 등 친환경 기술의 시험운행이나 연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규모 상용화 되기에는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어버스의 무공해 수소 항공기는 2035년에 첫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산업관계자들은 高에너지효율 항공기 도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친환경 전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에어버스 측은 “항공업계가 EU의 기후변화 대응 어젠다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녹색금융에 대한 접근성 증진이 절실하다” 며 "항공업계의 EU택소노미 추가여부가 탈탄소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달, 유럽항공연합(Airlines for Europe), 국제항공운송협회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등의 항공업 분야 10개 산업기관은 유럽연합에 공동서한을 제출하며, 고효율 항공기 도입에 대한 EU택소노미 추가를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와 항공업계의 입장 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가운데, 아직까지 EU집행위원회 측은 항공업계 EU택소노미 추가에 대한 최종결정일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