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니 ‘저탄소 알루미늄’, 글로벌 NGO 9곳 그린워싱 성명내고 이슈화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의 아동노동 문제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그린워싱 문제가 터졌다. 현대자동차는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의 광물 기업 아다로미네랄에서 ‘저탄소 알루미늄’을 공급받았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발행한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저탄소 알루미늄을 통한 현대차의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했다.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는 현대차의 ‘저탄소 알루미늄’ 구입이 그린워싱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인도네시아 현지 및 글로벌 환경단체들이 아다로미네랄의 신규 알루미늄 제련소는 최소 2.2기가와트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저탄소 알루미늄’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현대차의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현대차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하는데 아다로미네랄의 알루미늄을 계속 구매한다면, 현대차 스스로 기후 대응에 실패한 기업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다로미네랄의 ‘저탄소 알루미늄’, 그린워싱 될 수 있어
현대차는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최대 10만 톤까지 우선 구매하는 권리를 확보하기로 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환경 단체들은 아다로미네랄의 알루미늄 제련소가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가동될 계획이며, 현대차가 이를 ‘저탄소 알루미늄’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아다로미네랄은 인도네시아 북부 칼리만탄주에 ‘그린 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알루미늄 생산을 위한 제련소 신설 계획과 제련소 가동을 위한 2.2기가와트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알루미늄 제련소는 초기 단계에서 신규 석탄발전소로만 가동할 예정이며, 석탄발전소의 예상 완공 시점은 2025년이다. 저탄소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한 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2029년 이후로 계획되어 있다.
현대차는 아다로미네랄과 공급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2029년 이전에도 알루미늄을 우선 구매할 권리를 갖게 됐다. 환경단체들은 아다로미네랄이 2029년 이전에 신규 석탄발전소를 통해 알루미늄을 생산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저탄소 알루미늄’을 제공하겠다는 주장은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저탄소 알루미늄'으로 탄소중립 달성 적극 홍보…해외 미디어도 그린워싱 지적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11월 아다로미네랄과의 알루미늄 공급 협약을 발표할 당시, B20 서밋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부품 구매부터 제조, 물류, 운행, 폐기와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사슬에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미디어허브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에서 발행한 영문 보도자료는 국문본과는 다르게 '저탄소 알루미늄을 통한 현대차의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의 알루미늄은 수력발전원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저탄소 알루미늄으로서 친환경이므로, 현대차와 아다로미네랄과의 협력은 현대차의 지속가능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 점도 짚었다.
외신들은 이 사건에 대해 싱가포르의 DBS, 영국 스탠다드차터드 등 탈석탄을 선언한 여러 금융기관들이 석탄 산업을 이유로 아다로의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 사업에 대출을 거절했으며, 현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현대차가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협약을 맺은 유일한 기업으로 현재 ‘그린워싱'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환경단체 9곳, 계약 중단 촉구…현대차는 묵묵부답
글로벌 환경단체와 인도네시아 현지 단체 연합은 현대차와 아다로미네랄의 MOU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호주의 환경단체 마켓포시스의 나빌라 구나완 인도네시아 캠페이너는 “현대차가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생산된 알루미늄을 사용하면서, 이를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기후변화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매튜 그로치 선임 책임자는 “석탄발전소는 평균적으로 대략 46년간 가동할 수 있으며 현대차가 아다로미네랄의 알루미늄에 의존한다면 친환경 전기차를 생산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스스로 내건 탄소중립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석탄을 연소해 생산될 알루미늄을 구매하는 것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키 나하르 인도네시아 광산 어드보커시 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인도네시아에는 더 이상 신규 석탄발전소가 필요하지 않으며, 아다로와 같은 회사는 칼리만탄에서 오랫동안 광산 및 석탄 사업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생계를 파괴하고 홍수나 산사태 같은 재난을 더 빈번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현대차가 아다로미네랄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계획에 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신규 석탄발전소로 가동될 아다로미네랄의 알루미늄을 구매해선 안 된다” 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현대차가 공급계약을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참여단체는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마이티어스 ▲마켓포시스 ▲선라이즈 프로젝트 ▲트렌드아시아 ▲인도네시아 광산 어드보커시 네트워크 ▲350 인도네시아 ▲생태및인간해방을위한행동 ▲지구의벗 인도네시아 왈히로 9곳이다.
기후미디어허브는 “9개 단체 연합은 이미 지난달 24일 현대차에 서한을 발송하여 현대차의 그린워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으나, 현대차에서는 지난 한 달간 이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후미디어허브는 해당 단체들이 "지난 몇 년간, 아다로의 탄광이 위치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은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유해 물질 및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한, 9개 단체 연합은 기후 및 지속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가 아다로미네랄의 석탄 산업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