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국내 전지 기업 최초로 현지 리튬 기업 지분 인수
LG화학이 북미에 리튬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인 미에몬트 리튬사의 지분을 확보했다. 국내 전지 업체 중에선 처음이다. 올해 3분기부터 연간 5만톤씩 4년간 리튬을 제공받는다. 전기차 약 50만대 분량이다.
LG화학은 지난 17일 나스닥과 호주증권거래소에 장된 호주 광물기업 피에몬트사 지분 5.7%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 방식으로, 인수금은 7500만달러(약 960억원)이다. 이에 따라 SSGA, 블랙록 뒤를 이은 3대 주주가 됐다.
계약 체결로 LG화학은 올해 4분기부터 연간 5만톤씩 스포듀민(spodumene)이라 불리는 리튬 원료를 공급받는다. 스포듀민은 전기차 및 전자제품용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원료다. 공급받기로 한 20만톤은 리튬 약 3만톤을 추출할 수 있는 양으로, 전기차 약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지분 투자로 피에몬트사는 테네시주나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연간 1만톤의 수산화리튬에 대해서도 LG화학에 우선협상권을 주기로 합의했다.
피에몬트사는 북미에서 유일하게 상업 생산이 가능한 리튬 광산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퀘벡에 있는 북아메리카리튬(NAL)사 25%를 소유하면서다. 퀘벡뿐 아니라 가나 케이프코스트에서 개발 중인 리튬 광산 개발 업체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테슬라에 연간 5만톤의 스포듀민을 제공하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영국 리서치회사인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스포듀민 5만톤의 가격은 3억375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미국이 핵심 시장인 만큼 이번 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북미 고객에게 IRA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IRA법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은 지난 11월 미국 내 첫 배터리 부품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32억달러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피에몬트사도 운송 인프라, 인력, 배터리 공장과의 근접성을 이유로 테네시주에 리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에서 리튬→ 양극재→ LG에너지솔루션과 외부 고객사로 연결된 수직계열화 구축이 가능해졌다”고 평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1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리튬 등 광산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원료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가격은 부차적이며, 우리는 가격보다 중요한 원자재 수급 확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50년, 100년, 수백 년 더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정책만을 기반으로 공급망 전략을 짜지 않는다”며 “우리의 전략은 세계 3대 메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이며, 미국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LG화학은 2027년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현재 매출 5조원의 4배인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