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에 불신 가진 전 세계 설득 나선 UAE
미국·EU 친환경 투자 유치 경쟁, UAE는 저개발 국가 지원에 방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보조금 혜택 때문에 미국과 EU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CEO이자 UAE 산업첨단기술부의 장관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가 COP28을 이끌게 되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고 FT가 밝혔다.
전 세계 국가들과 환경단체에서 UAE가 주도하는 COP28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FT는 핵심 탄소배출 기업 관계자가 지휘하는 기후정상회의가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메시지에 대해 분석했다.
UAE, 일찍이 여론 반전 나섰다
UAE 알 자베르 장관이 COP28에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고 FT는 평가했다. 우선 COP28 운영진에 빈국의 여성·청소년 운동가 등 대표를 들이는 모습으로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 위원으로 UAE 청년부 샴마 알 마즈루이(Shamma al-Mazrui) 장관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라잔 알 무바라크(Razan al-Mubarak) 회장을 예로 들면서, 지난해 이집트의 COP27 운영진이 남성으로 구성된 것과는 비교된다.
동시에 UAE는 민간 부문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는 알 자베르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덜어내는 동시에 기업을 회유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알 자베르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보다 친환경 혁신과 기후기술 등의 경제적 기회를 부각하면서 전 세계 민간 부문의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생물다양성 목표도 COP28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FT는 보도했다.
UAE는 저개발 국가 지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UAE는 다자간개발은행을 정비해 새로운 혼합금융(Blended Finance)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의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이 저개발 국가에 투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UAE의 정책 방향은 변화하는 세계은행 정책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FT는 기대했다. 지난 23일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아제이 방가(Ajay Banga) 전 CEO가 세계은행 총재로 선임됐다. 세계은행 총재였던 다이비드 말패스(David Malpass)가 기후문제 부정론에 대한 비판으로 사임한 탓이다.
이에 지난 COP27에서 핵심 안건으로 떠오른 저개발 국가에 금융을 지원하는 금융 정비 정책인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Bridgetown Initiative)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는 UAE의 저개발 국가에 대한 투자 정책과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향후 대규모 혼합금융 프로그램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FT는 UAE가 파리협약의 ‘기온 상승 폭을 1.5도 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 자베르 장관은 지난 14일 두바이에서 열린 아부다비 국제석유전시회의(ADIPEC)에서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 감축을 위한 ‘코스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UAE가 주도하는 COP28을 불신하는 진영이 많은 만큼 FT는 UAE가 스스로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UAE가 성과를 보여야 전 세계의 석유·가스 기업을 비판할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