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형 일자리와 교육, 선도적인 독일에서도 기업과 근로자 이견 커

2023-03-11     박지영 editor

독일 근로자들은 기후 중립 전환을 지지하지만, 직장을 옮기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로는 전환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 비텐베르크 글로벌 윤리센터(Wittenberg Centre for Global Ethics)는 이온 재단(E.ON Foundation)에 위탁해 독일의 근로자와 학생 2039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들은 기후중립을 향한 전환을 지지하고 있으며, 59%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근로자들의 절반은 독일의 기후 중립적인 산업으로 전환하는데 기꺼이 기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기여 유형에 따라서는 답변이 갈렸다. 62%는 다른 분야나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 새로운 자격을 취득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15%만이 급여가 낮은 직업을 가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62%는 임금이 낮은 일자리라면 맡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녹색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한 근로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57%는 옮길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녹색 전환을 시장에만 맡겨선 안된다고 답했다. 또 정부가 이행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근로자는 녹색 전환은 시장 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의 역할도 강조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지언론 유랙티브에 따르면, 독일 노동조합연맹(DGB) 프레데릭 모흐 구조산업서비스 정책 책임자는 “전환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며 “기업의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흐는 녹색전환에 강력한 단체 교섭과 근로자의 공동 결정권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면 직원들이 기업의 혁신 프로세스에 더 많이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기여할 때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동독의 경제적 취약지역인 루사티에 있는 석탄 채굴 및 발전소 리그의 라스 카츠마렉 기술자는 “녹색 전환은 이미 시작됐고, 5년, 10년, 15년 안에 우리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기업들은 단체 협약, 직장 평의회에서 집단적으로 합의한 조건이며, 물질적 조건은 양호하며, 손실은 없지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 전환으로 양극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0%는 사회적 불평등 감소, 고용 확보, 디지털화 심화, 경쟁력 확보와 같은 다른 사회적 목표 중에서 '기후 목표 달성'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반면 21%의 근로자는 기후목표 달성을 최하위 목표로 꼽았다.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카츠마렉 기술자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근로자들에게 녹색 전환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전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극화의 위험이 있다”고 평했다. 

근로자들에게 구조적 변화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코트버스에 건설되고 있는 신(新) 철도 공사는 12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철도는 비행기나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어 녹색 전환에 해당한다. 이런 식으로 가시적인 일자리 성과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 기업을 설득해야 성공적인 녹색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녹색 전환 위한 이중 직업 훈련 시스템 도입

성공한 모델이라 평가받지만 갑론을박은 여전

흔히 따라야 할 모델로 칭송받는 독일의 이중 직업 훈련 시스템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독일은 녹색 전환을 위해 탄광과 같은 일부 산업이 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의 실천 훈련과 15세 전후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결합한 이중 직업 훈련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업과 근로자 모두 제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각각 이유는 달랐다.

기업 측 대표인 독일 숙련공예협회(ZDH) 대변인은 “매년 2만명의 견습생 자리가 지원자 부족으로 채워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술자 25만명이 부족하고, 여성 기술자도 부족하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녹색 전환에는 건설과 히트 펌프 기술자가 필요하다. 배관, 난방, 냉방 분야에서 열펌프로 전환하려면 2030년까지 6만개 이상의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력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상공회의소는 “교육 자체가 학문적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블루칼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저조하다”며 “기술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에 따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 정책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반면 근로자 측은 ‘기업의 교육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직 견습생인 니콜라스 슈마커는 “직업 훈련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슈마커는 “단 11%의 기업만이 기술직 확충을 위해 기여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은 숙련된 기술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은 최소한 재정적 기여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분담금으로 훈련소를 확충하고, 더 나은 급여를 제공해야 기술직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공회의소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선 재정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런 공백은 정부가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