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주 정부냐 연방 정부냐...미 콜로라도주에 쏠린 눈길

2023-03-20     유미지 editor
바이든 행정부가 콜로라도 주정부와 화석연료기업의 소송을 두고 브리핑을 통해 주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 픽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콜로라도 주가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과 썬코어 에너지(Suncor Energy)를 대상으로 소송을 한 사건이 연방 법원이 아닌 주 법원에서 심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대법원은 콜로라도 지방 자치단체가 엑손 모빌과 썬코어 에너지가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을 담당하는 곳이 주 법원인지, 연방 법원에 속하는지를 검토해왔다. 

화석연료 기업들은 콜로라도주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아무래도 주정부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어 "지자체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콜로라도 지방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법정 브리핑을 제출했다. 

미국 법무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법정브리핑의 모습. / 미국 법무부

브리핑은 캐나다의 에너지 대기업 썬코어 에너지에 대한 콜로라도 사건을 주 법원에서 심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법무부의 브리핑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면서 기후 소송을 지원하는 행정부의 조치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법학 교수인 댄 파버(Dan Farber)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확실히 기후 옹호자들이 원했던 편에 섰다"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주 소송이 앞으로의 소송에 영향 미칠 것

콜로라도 주를 제외한 미국 전국의 약 24개 주 및 지방 정부에서는 '정유사들이 화석 연료 연소와 관련된 위험을 은폐하고 허위 진술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악화시켰다'는 명목으로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고는 엑손모빌, 셰브론(Chevron), 셸(Shell), Bp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다.

기후 소송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빅 타바코(Big Tobacco)에 대한 소송과 비교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1990년 대에 담배 회사를 상대로 2000억달러(약 262조원) 이상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소송이 성공한다면 화석연료 기업의 사업 방식을 바꾸고, 기업이 기후 적응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하며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다는 은행 업계의 우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캘리포니아에서 첫 번째 소송이 제기된 이후 정유사들은 그들의 주장에 더 우호적이라고 생각하는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콜로라도 주는 사건이 주 법원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음 해인 2018년, 콜로라도 주 정부는 기후변화를 일으킨 화석연료 기업들의 역할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 정부는 “악화되는 폭염, 산불, 가뭄, 홍수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으며 엑손모빌과 선코 에너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콜로라도에는 풍부한 화석 연료가 매장되어 있으며 덴버에 위치한 두 개의 석유 정제소 중 하나가 썬코어 에너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라도 주 정부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화석 연료의 상당 부분을 생산, 홍보 및 판매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기여했으며, 동시에 의도된 용도와 관련된 위험을 은폐하고 잘못 전달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소송은 10차 항소심 재판까지 이르렀고, 그 결정을 돕기 위해 미 대법원은 엘리자베스 프레로가(Elizabeth Prelogar) 법무차관을 초청해 사건이 연방 법원에 속하는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해를 표현하는 브리핑을 제출하도록 했다. 프레로가 차관은 콜로라도 주 소송을 연방 법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냐는 질문에 청원이 거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로가는 “피고인들은 주 법원에 이 소송을 제기했고, 주 법적인 주장만을 이야기 했다”라고 브리핑에 썼다. “충분한 항의 규칙에 따라 피고인의 주장은 연방 질문을 제시하지 않으며 청원인은 그러한 주장을 재특성화할 타당한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썬코어 에너지의 변호사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기후 소송은 주법원에서 심리될 가능성 높아

파버 교수는 “만약 대법원이 사건 심의를 거부하면 소송은 주 법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다른 기후 소송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며 앞으로 모든 기후 소송 사건은 주 법원에서 심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하면 가을에 구두 변론이 있을 수 있고 법원은 2024년에 판결을 내리게 된다. 법원 앞의 모든 기후 소송 사건은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일시 중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