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美최초 정유업계 가격 규제 시행 예정
지난 20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이 제안한 정유산업 규제안이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 상원 위원회(California State Senate Committee)를 통과했다.
해당 발의안은 정유사가 일정 마진 이상의 가격을 책정해 폭리를 취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며, 정유업계에 대한 독립적 감사기구를 설립해 기업들에게 월간 마진율 등의 정보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규제는 공청회를 거친 후 시행될 예정이며, 주의회의 입법과정 없이 상원 위원회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주지사 단독으로 추진 가능하기에 조속한 법안 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안이 제정된다면, 미국 최초로 정유업계의 가격 책정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시행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정유업계, 에너지 대란 이용해 부당한 이득 취해…” 규제 위한 행동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정유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자 미국 전역에서 ‘횡재세’를 거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례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유업계는 에너지 난을 이용해 역대 최대 매출기록을 경신하고, 2000억달러(약 261조원)의 이익을 벌었다” 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상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이득을 취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실제 지난 8월, 바이든 정권은 지대형 정유사의 초과 이윤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대형 정유사 초과이익과세법 (Taxing Big Oil Profiteers Act)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맨친(Joe Manchin)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의 반대와 정유업계의 로비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개빈 뉴섬 또한 작년 9월 경부터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유산업에 대한 규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그는 “원유가격이 하향세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며 “우리는 이러한 정유업계의 과도한 탐욕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횡재세를 통해 정유업체의 횡포에 당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시민들을 도울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번 발의안에서 횡재세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못했지만, 정유사의 초과수익에 대한 벌금과 감시기구 설립이라는 강력한 규제안이 통과되면서 정유 산업 규제에 대한 기틀이 마련됐다. 특히 법안이 제정될 경우 미국에서 최초로 정유 산업에 대한 독립감시기구가 설립될 예정이며, 정유사들은 해당 기구에 월간 제품 마진율, 가격책정 프로세스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정유 산업 규제, 에너지 소비자의 부담완화로 이어질까…
캘리포니아가 정유사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9월, 캘리포니아에서만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부터다.
작년 9월, 국제 원유 가격이 하향세에 접어들었으나 캘리포니아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여 갤런당 6.43달러를 기록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보다 2.61달러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 측은 “정유업계가 가격조작 혹은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90일 동안 정유사들은 무려 630억달러 (약 83조원)의 수익을 거두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유업계에 대한 감시기구를 설치해 가격책정 및 담합을 면밀히 감시하고 과도한 초과수익 발생시 벌금을 물리겠다는 것이 이번 법안의 주요 골자다. 주 정부 측은 법안 제정을 통해 국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의 높은 휘발유 가격이 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정유업체와 공화당 위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휘발유세 인하와 친환경연료 의무화 법안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부석유협회(Western States Petroleum Association)의 대변인 케빈 슬래글(Kevin Slagle)은 “캘리포니아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다른 주에서 정유제품을 수입할 수 없고, 원유 송유관조차 연결되어 있지 않다” 며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캘리포니아 내 원유생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공급 부족현상을 일으켜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유 산업 규제를 두고 주정부와 산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규제안이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완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