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품 ‘수리권’을 최대 10년 보장 제안

2023-03-24     홍명표 editor
컴퓨터를 수리하는 기술자/픽사베이

최근 미국에서 테슬라와 할리 데이비슨을 비롯한 공산품의 ‘수리권’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유명 제품의 수리권을 제조사가 특정 업체 또는 자사가 독점적으로 보유함으로써 경쟁사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수리권 논란이 일었던 유럽에서는 제조사가 제품의 수리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보증해줘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됐다. 유럽연합(EU)은 소비자들에게 판매 보증이 만료된 후에도 세탁기, 텔레비전 같은 낡은 제품도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폐기물을 줄이도록 수리권을 의무화하는 규칙을 제안했다고 로이터와 더레지스터(The Register)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법적 보증의 유효성과 관계없이 제품이 판매된 후 5~10년 동안 제조사가 제품에 대한 수리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새로운 규칙은 법률로 바뀌기 전 유럽의회와 회원국 간에 협상이 필요하다. 

이번 규칙에 따르면, EU에서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가 손상된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더 저렴하지 않으면 법적 보증 기간 내에 수리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 규칙은 냉장고, 진공청소기, 텔레비전, 세탁기 및 EU 법률에 따라 ‘수리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품에 적용된다. EU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까지 법률의 요건을 확장하는 규칙을 협상하고 있다.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 제품은 어떤 제품을 수리해야 하는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며, 소비자는 가격과 수리비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수리하는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보증 후 기간 수리 규칙도 EU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수리 중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비자가 더 높은 품질을 약속하는 수리점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유럽 수리 표준'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최대 10년까지 수리 의무화를 규정하려는 새 규칙 표지

2050년까지 EU 전체를 중립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Green Deal)의 프란스 티머만스(Frans Timmermanns) 부위원장은 "수리는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 그리고 우리의 경제에 너무나 해로운 모델, 즉 '원료를 채굴하고(take), 생산하고(make), 부수고(break), 버리는(throw away)' 형태를 끝내는 데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제품의 수리 기간도 늘리고 '수리권' 독점도 막겠다는 내용

독일 환경청의 의뢰로 2020년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TV와 대형 가전제품을 포함한 제품의 '최초 사용(first-use)' 수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어떤 제품은 오래된 제품을 수리하는 것보다 새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EU가 제안한 규정에 따르면, 수리 비용이 제품을 교체하는 것과 같거나 더 저렴할 경우 업체들은 2년의 법적 보증 기간 내에 결함이 있는 제품을 무상으로 수리해줘야 한다. 보증 기간의 날짜 이후에도, 회사들은 여전히 무료 또는 유료로 수리를 제공해야 한다. EU는 소비자들이 지역 수리점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기를 원하며 다른 수리점과의 경쟁이 비용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에서 문제 되고 있는 ‘수리권’의 독점을 법률로 막겠다는 것이다.

유럽 소비자 기구(BEUC)는 이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냉장고와 같이 수명이 오래가는 제품에 대한 법적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