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기업 미얀마 군정에서 목재 수입하고 지속가능성 인증까지 받아

2023-03-27     송선우 editor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정부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서 대량의 목재를 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들이 구매한 목재는 인증기관으로부터 지속가능성 인증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무력을 동원해 목재산업을 독점하고 있으며 비인도적행위와 무분별한 산림파괴를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얀마가 수출하는 제품 중 ‘티크 나무’는 최고급 원목으로 평가받기에, 목재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티크 나무 판매는 미얀바 군부의 주요 자금줄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미얀마산 티크나무를 지속적으로 수입하면서 "서방세계가 미얀바 군부의 인권유린에 기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제재 이후에도 미얀마산 목재 수입 지속...

산림업계 자발적 인증 및 감사 효과 미비

미국과 유럽의 미얀마산 티크 나무 수입을 집중취재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dian Express

지난 2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유럽과 미국의 주요 목재수입업체 10여곳이 미얀마 군정 소유기업으로부터 티크 나무를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1년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미얀마 산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발효한 이후에도 거래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미국 백악관, 뉴욕양키스 스타디움 등의 주요 시설에 목재를 공급하는 제이 깁슨 맥일뱅(J.Gibson McIlvain)은 2021년부터 약 39톤의 티크 나무를 수입했으며 해당 수입품에 대한 지속가능성 인증 또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ICIJ에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수입된 티크 나무 중 다수가 산림관리협의회(FSC)의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FSC인증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친환경 인증 중 하나로,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산림을 통해 수급한 목재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미얀마의 목재산업의 경우 산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무분별한 벌목행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노동자 착취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FSC는 미얀마 산 목재에 대한 공식적인 인증활동을 중단했으나, 일부 업체들이 미얀마산 목재에 FSC인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해당 인증의 관리체계와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인증업체 더블 헬릭스 (Doublic Helix)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 산 목재에 대한 지속가능성 인증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다. 해당업체는 지난 2008년 미얀마 산림인증위원회의 공식파트너로 선정된 이후 미얀마 지역의 공급망 실사를 수행하고 지속가능성 인증을 부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얀마의 공급망 실사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군부가 무력을 통해 산업을 독점한 상태에서 실사에 대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EU법원의 전문가 패널은 “미얀마의 전체 시스템이 부패해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공급망 실사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며 “실사를 통해 어떠한 문서나 데이터가 제출되었든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미얀마의 공급망 실사 신뢰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EU의 미얀마 경제제재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회원국 다수…

인권침해 기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높아져

제3국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는 미얀마산 티크나무/ ICIJ

지난 2021년 EU가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적용한 가운데 다수의 회원국들이 해당 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EU차원에서 적용되는 규제안의 최종 시행과 처벌권한은 각국 정부에게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 합의된 제재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탈리아는 경제 제재 이전에 벌목된 미얀마 산 목재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 군부 소유업체가 벌목일자를 조작해 이탈리아의 요트선박제조사, 목공업체 등에 대량의 목재를 수출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목공업체 요코밀레그노(Comilegno)는 지난 2년간 약 80톤의 미얀마 티크 나무를 구매하기도 했다.

또한 ICIJ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기업들이 제3국의 판매대행업체를 통해 미얀마 산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은 싱가폴, 태국 등에 해외지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국이 위구르 강제 노동금지법을 통해 신장 위구르산 제품을 철저하게 추적하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ICIJ와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경제제재와 산업계의 자발적 지속가능성 인증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