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자산 인수 관련 탄소배출량 기준' 두고 대립 지속돼

합의 지연에 일부 은행선 자체 기준 설정하기도

2023-03-30     양윤혁 editor
PCAF에서 증권인수 관련 탄소배출량에 대한 기준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개별 은행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PCAF

전 세계 은행권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글로벌 기준 설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금융권의 정책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주요 분석기관에서 넷제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가운데 금융권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공시하기 위한 표준을 설정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PCAF(Carbon Accounting Financials)는 애초 탄소 배출에 대한 처리 기준을 지난해 말 확정할 계획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PCAF에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바클레이스(Barclays), 씨티그룹(Citigroup),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HSBC, 냇웨스트(NATWest) 등 주요 금융기업이 속해 있다.

전 세계의 넷제로 전환을 두고 압박이 거세지면서, 금융권의 탄소 배출 기준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업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개별 은행도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대출할 때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 정책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에서 대출한 기업의 구체적인 탄소 배출을 추적하지 못해, 기업 넷제로 공약의 진척을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지속가능성 투자 관련 비영리단체인 셰어액션(ShareAction)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 유럽 주요 25개 은행에서 석유·가스 생산을 확대한 상위 50개 기업에 제공한 자금의 약 57%가 자본시장에서 자산 인수를 통해 조달됐다. 

한편 주요 선진국(G10)의 중앙은행 및 은행감독 당국 대표로 구성된 바젤위원회에선 은행이 포트폴리오 자산 인수 관련 탄소배출량의 17%를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PCAF의 일원이자 환경단체의 지원을 받는 냇웨스트는 자산 인수 관련 탄소 배출량을 모두 금융기관의 책임으로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선 기업 대출과 달리 채권이나 주식 매각은 단일 거래에 해당해 은행에서 기업의 행동을 강제할 수단이 적어, 배출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 전부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은행권 내부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일부 은행에선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은행에서 자산 인수 업무와 관련된 탄소배출량의 33%를 부담하고, 그 나머지는 투자자에게 할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