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대도시 아파트, 가상 발전소가 되다

2023-03-30     홍명표 editor
뉴욕의 아파트/픽사베이

서울 같은 대도시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

미국 뉴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데 에너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다고 카나리 미디어가 28일(현지시각) 소개했다. 

 

이전에는 건물주가 건물 개조 비용 때문에 주저했으나 이제는 해결 가능

뉴욕시가 탈탄소화하려면 아파트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뉴욕에는 200만개 이상의 임대 주택이 있으며 대부분 고층 또는 다층 건물이기 때문이다. 뉴욕 전체 배출량의 거의 4분의 3을 건물들이 차지하며, 많은 건물 소유자들이 2024년부터 엄격한 탄소 감축 목표를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19년 통과된 뉴욕시의 기후동원법(Local Law 97)은 2만5000평방피트(약 702평) 이상의 건물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까지 80%까지 감축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건물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기 쉽지 않았다. 건물주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비용을 부담하지만 정작 그 혜택을 보상받는 건 세입자이기 때문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돈만 들이고 이익이 없는 구조였다. 이러한 건물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업체가 있다. 바로 로지칼 빌딩스(Logical Buildings) 라는 업체다.

이 업체와 금융 파트너인 키프레임 캐피탈(Keyframe Capital)은 뉴욕과 뉴저지의 빌딩 소유자들을 위해 약간의 선불 비용 또는 무료로 수천 개의 임대 건물에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 운영하는 1억1000만 달러(약 1425억원) 규모의 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로지칼 빌딩스의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전기 및 난방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으로 온도 설정을 제어하는 가상발전소(VPP)에 연결된다. 스마트한 클라우드 연결 온도조절기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에너지 사용을 최대 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로지칼 빌딩스의 홈페이지

세입자에 대한 보상금은 전력회사가 지불하는 구조

로지칼 빌딩스가 전력 사용을 줄이면서도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아파트의 세입자의 경우,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서 전력 사용을 줄이는 시기와 방법을 알려준다 ▲중요한 시기 특히 여름 오후에 1년에 5~10번 정도 전기 플러그를 뽑는다 ▲다른 친구를 소개하면 한 명당 10달러씩 받는다.

로지칼 빌딩스에 의하면 지난해 참가한 고객들의 97%가 연간 100달러(약 13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로지칼 빌딩스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젼력회사가 피크타임에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 지불하고 시스템의 신뢰성을 유지한다. 

그럼, 건물주는 어떤 혜택을 받을까?

먼저 공공요금을 15% 이상 절감하고 소비 전력은 10% 줄인다. 또한 에너지 공급 비용 리스크가 없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한 벌금을 물 가능성도 없어진다. 

뉴욕시와 그 주변 지역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 에디슨(Con Edison)은 주민들에게 여름 폭염 기간 동안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요청해 왔으며, 중요한 시기에 전력 수요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고객들에게 금전을 지불하고 있다. 

로지칼 빌딩스의 파트너들의 첫 2500만 달러(약 324억원) 투자는 여러 가구가 들어선 건물을 목표로 하며, 이는 최대 약 100메가와트의 부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뉴욕시 전체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여름 폭염 기간 동안 1만2000 메가와트를 돌파했다.

지난 여름, 이 업체는 유틸리티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9000명 이상의 고객들에게 각각 평균 80달러(약 10만원)를 지불했고, 일부 전력을 많이 절약한 고객은 최대 500달러(약 64만원)를 벌었다. 

주거용 건물들은 새로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약 60%를 차지한다. 대부분은 석유나 화석 가스 난방을 사용하는 오래된 건물로, 전기 열 펌프와 같은 탄소 배출이 낮은 옵션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로지칼 빌딩스의 CEO 데이비드 클랫(David Klatt)은 "모든 장치에 스마트 온도 조절기를 설치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지만, 이 방법이 전체 건물의 효율적인 업그레이드나 난방 시스템 개조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대형 상업용 건물은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전력 최대 사용량의 감소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그동안 아파트 건물은 세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현재 로지칼 빌딩스와 협력하기 위해 투입되는 1억1000만 달러(약 1425억원)는 기본 인프라, 즉 스마트 온도 조절기 자체와 건물에 아직 설치되지 않은 경우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통신 네트워크에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뉴욕과 다른 도시들의 다세대 빌딩 효율성과 전기화를 다루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블록파워(Bloc Power)의 CEO 도넬 베어드(Donnel Baird)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성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남아 있지만, 현재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지출은 미국 건물에 대한 수조 달러의 투자 잠재력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뉴욕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 Urban Green Council은 기후동원법(Local Law 97)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현재 지출 추세의 13배에 해당하는 182억 달러(약 23조원)의 효율성 개선을 이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