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역행하는 엑손모빌, 등 돌리기 시작한 투자자들

엑손모빌, 향후 5년간 탄소배출 현재 대비 17% 늘리려... 글로벌 투자자들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엑손모빌에 난색

2020-10-16     김효진 editor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엑손모빌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이 기업이 2025년까지 현재 대비 17% 가량 탄소배출을 증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엑손모빌의 태도가 친환경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픽사베이

블룸버그 통신(Bloomberg)이 엑손모빌(ExxonMobil)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이 기업이 향후 5년간 탄소배출량을 현재 대비 17%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엑손모빌의 탄소배출 17% 증가가 현실화되면, 이는 그리스 전체 탄소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이 배출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엑손모빌의 이러한 태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에너지 부문 세계 1위로서 가져야하는 기업의 책임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 세계 최대 기후악당이라고 비판받아온 중국까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엑손모빌의 탄소배출 증가 계획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주범으로 꼽혀온 석유화학의 동종업계만 보더라도 엑손모빌의 행태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영국 석유화학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석유 시대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인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또, 로열더치셸(Royal Dutch-Shell Group)도 신규 유정 탐사 중단과 더불어 재생에너지로 비즈니스를 전환시켜 2030년까지 세계 최대 친환경 전력생산업체가 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Aramco)도 태양광과 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 연구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꼬집으며, 블룸버그는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기업에 투자를 기피하는 ESG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엑손모빌의 시장 내 입지도가 더욱 좁아질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은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엑손모빌의 시가총액이 신재생 에너지 업체인 넥스테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장중 한때 추월당했다고 UBS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랫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엑손모빌이 재생에너지 기업에게 잠사나마 역전당한 사실에 주목하며, 금융업계는 이번 사건이 엑손모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CNN을 비롯한 언론들은 석유에 의존하는 전통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36억달러(4조10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영국성공회연기금이 "스코프3(Scope 3) 배출기준 제시를 하지 못할 만큼 탄소배출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엑손모빌의 주식을 매각했다. 스코프3이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GHG Protocol)에서 제시되는 탄소배출 보고의 마지막 범위다. 스코프1(Scope 1)은 탄소의 직접 배출이며, 스코프2(Scope 2)는 간접 배출이다. 마지막 스코프3는 공급망이나 판매된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 보고다. 

영국성공회연기금은 오래 전부터 엑손모빌을 비롯한 석유 메이저 기업들에게 자사 공급망에 사용된 석유화학과 더불어 고객에게 판매한 제품에서 발행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스코프3에 맞춰 제시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엑손모빌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영국성공회연기금는 주식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엑손모빌의 지분 6.7% 가량을 보유한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도 엑손모빌의 소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지적하며 기후 리스크 관리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ESG와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전략과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엑손모빌의 움직임이 향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