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석유 및 가스부문 기업 공시 지연 가능성 시사...환경단체 반발
석유, 가스 및 광업 위험과 같은 기타 부문에 대한 기업지속가능성 공시규칙(CSRD)의 우선 순위를 낮추기로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하 EC)의 결정은 넷제로 경제에 도달하려는 유럽의 추진력을 희석시킨다고 환경 단체, 노동 조합 및 투자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고 로이터가 4일(현지시각) 전했다.
유럽연합(이하 EU)의 수뇌부는 2024년부터 약 5만개 기업이 연례 보고서에서 ESG를 공시하는 데 사용할 광범위한 공개 규칙인 지속가능성 보고표준(ESRS)의 세부 사항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EC는 공시규칙에 관한 실무작업을 진행해온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이하 EFRAG)'에 보다 광범위한 지침 이행을 우선시할 것을 요청하면서 보다 세부적인 부문별 표준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C의 메어리드 맥기네스(Mairead McGuinness) 커미셔너는 EFRAG에 공개적으로 "부문별 표준 초안을 위한 준비 작업보다 ESRS(유럽기준)의 첫 번째 세트 구현을 위한 역량 구축을 우선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절실히 필요한 지침의 신속하고 시기적절한 제공 ▲사용자 친화적이고 포괄적인 문서 허브 생성 ▲교육 이니셔티브의 촉진에 전념하는 3가지 큰 축으로 이뤄진다는 게 EC의 설명이다.
이는 또한 중복 협의를 피하고 지속 가능성 의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다. EFRAG는 중소기업(SME)을 위한 부문별 표준 및 표준에 대한 일정 변경 등의 작업 계획에 맞춰 우선 순위를 새롭게 조정하고 있다.
현실적 어려움 인정, 관계자 부담 덜어주려 지연 결정
맥기네스 커미셔너는 PwC 2023년 보고서 발간식에서 "EU는 배터리 산업에서 2025년까지 80만명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2030년까지 태양광 산업에는 현재보다 두 배 많은 100만 명의 숙련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2023년 PwC보고서에 의하면, EU의 CEO 5명 중 거의 2명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10년 안에 사업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맥기네스 커미셔너는 "지금이 결정적인 10년"이라면서 "2050년까지 줄여야 하는 배출량의 절반은 아직 시장에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기술 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달려 있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EC는 표준 초안을 개발한 EFRAG에 기업이 수평적 표준의 첫 번째 수평적 표준 세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맥기네스 커미셔너는 덧붙여 “부문 표준을 위한 준비 작업보다 첫 번째 표준 세트에 대한 EFRAG의 노력을 우선시하면 중복 협의를 피하고 이 바쁜 의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속가능성 그룹은 반발, 화석 연료 표준의 일정을 명확히 하라고 요청
이에 지속가능성 그룹은 일제히 반발했다.
월드벤치마킹얼라이언스(WBA, World Benchmarking Alliance), 파이낸스와치(Finance Watch), 유럽책임투자원칙(Eurosif), 세계자연기금(WWF), CDP, 셰어액션(Share Action)을 포함한 약 20개 그룹은 EC에 "부문별 표준에 대한 명확한 일정 및 약속을 설정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C위원장과 맥기네스 커미셔너에게 보낸 서한에서 "광업,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처음 두 가지 부문별 표준에 대한 일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표준은 이미 발전 단계에 있다"고 요청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부문별 표준 개발에서 ‘연속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또한 현재 완료되고 있는 일반 ESG 공시 기준의 어떤 부분도 배제하거나 연기하지 말 것을 EC에 촉구했다.
한 환경 운동가는 서한 서명자들이 청정 기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유럽의 대응인 EU의 제안된 넷제로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 공시를 약화시키는 ‘트로이 목마’라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