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의장국 UAE, 대규모 석유·가스 확장 계획…이중성 두고 논란
환경단체, ‘UAE 화석연료 기업이 COP28 정상회담 조롱한다’ 비판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석유·가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가디언(the Guardian)이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에 관해 UAE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COP28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UAE 국영 석유 기업인 아드녹(Adnoc)의 CEO이자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 박사는 COP28의 의장으로 임명됐다.
가디언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술탄 알 자베르 박사는 약 75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를 추가로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 시나리오가 달성되려면 이 중 약 90%는 사용해선 안 되는 자원이라고 가디언은 밝혔다.
현재 아드녹은 전 세계 11위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 기업으로, 지난 2021년에는 약 10억 배럴이 넘는 석유를 공급했다. 가디언은 아드녹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석유 약 76억 배럴을 생산해 전 세계 5위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드녹은 지난해 11월 석유·가스 생산에 기반을 둔 ‘가속 성장 전략’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1500억달러(약 19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UAE의 기후 관련 목표와 정책이 불충분하다고 분석했다.
UN의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은 "석유·가스 관련 사업에 대한 승인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촉구했다.
알 자베르 박사는 UAE가 기후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두바이에서 열린 ‘Road to Cop28’ 컨퍼런스에서 알 자베르 박사는 “전 세계의 배출량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로 다음 날 열린 IEA 회의에서 알 자베르 박사는 “석유·가스 기업은 넷제로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디언은 알 자베르의 성명과 아드녹의 계획이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서 최근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도 전 세계에 현존하는 화석연료 사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만으로도 파리협약의 목표가 위협받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환경단체 'UAE 국영 석유기업 대표와 COP28 의장직은 상충돼'
기후 계획 관련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액션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는 "UAE의 화석연료 확장 계획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약의 목표에서 벗어난다"며 "UAE의 기후 목표와 정책이 매우 불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환경단체에서도 UAE의 계획에 계속 비판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단체인 우르게발트(URGEWALD)의 닐스 바츠치(Nils Bartsch)는 “이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알 자베르의 COP28 의장 임명은 COP에 대한 조롱이다”며 “석유·가스 기업의 임원을 기후문제 경찰로 임명한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기후행동 네트워크 인터내셔널의 전무이사인 타스님 에솝(Tasneem Essop)은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알 자베르는 대담한 기후행동 행동을 요구하면서도 이를 위해 행동하지는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드녹의 대변인은 가디언에 “지속가능한 경제와 에너지 수요 문제를 동시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85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아드녹은 가능한 한 가장 탄소 집약적인 석유 자원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COP가 처음으로 시작된 지난 1991년부터 논의에 참여한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E3G의 알덴 마이어(Alden Meyer)는 “알 자베르의 COP28 의장직과 아데녹의 CEO로서의 역할은 이해가 상충된다”며 “알 자베르 박사는 석유·가스 산업의 에너지 전환에 앞장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이다”고 밝혔다.